공공기관·에너지·책임

LH는 빚을 나누고, 발전 5사는 권력을 합친다

정부는 LH를 개발·건설과 주거복지·자산관리로 분리하는 한편, 2001년 분할된 발전 공기업 5사를 하나의 한국발전으로 통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업무 성격이 다르므로 해법도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LH 분할이 부채와 개발수익의 책임을 어떻게 나누는지, 발전 5사 통합이 도매전력 공급의 60% 이상을 한 법인에 집중시킬 수 있다는 점은 별도로 검증돼야 합니다. 공기업 개혁의 기준은 조직도 모양이 아니라 시민이 비용과 권력을 확인할 수 있는가입니다.

한쪽에서는 빚을 나누고, 다른 쪽에서는 권력을 합칩니다.

같은 달, 정반대의 처방이 나왔습니다

정부가 같은 달에 두 공기업에 정반대의 처방을 내놓았습니다. LH는 개발·건설과 주거복지·자산관리로 나누고,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은 하나의 한국발전으로 합친다는 것입니다. LH에는 한 조직이 너무 많은 일을 한다고 했고, 발전 5사에는 나뉘어 있어 비효율적이라고 했습니다.

업무가 다르니 해법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 말 자체는 맞습니다. 그러나 두 개편안을 함께 놓고 보면 더 중요한 공통점이 드러납니다. 정부는 조직을 나누거나 합치면서 비용과 책임이 보이는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LH 분할, 빚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LH를 개발공사와 주거복지·자산관리공사로 나누는 이유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택지 개발과 주택 공급은 사업 속도와 실행력이 중요하고, 장기임대주택 관리와 주거복지는 안정적인 운영과 재정 부담을 감당해야 합니다. 한 기관 안에서는 개발 성과와 복지 비용이 섞여 책임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할 자체가 해결은 아닙니다. 지난해 말 LH 부채는 173조7000억원, 부채비율은 230.8%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보도된 개편 구상은 개발공사의 이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의 별도 계정에 쌓고, 그 기금이 주거복지·자산관리공사에 출연하는 구조를 담고 있습니다. 개발에서 난 돈이 결국 복지·임대 부문의 재정 부담을 메우는 구조라면, 부채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돈의 이동 경로만 달라집니다.

분할 뒤 개발공사의 성과는 무엇을 뜻합니까. 시장에서 번 이익입니까, 복지 부문에 넘길 돈을 떼어낸 뒤 남은 이익입니까. 주거복지공사의 적자는 경영 실패입니까, 국가가 맡긴 사회적 비용입니까. 이 구분이 공개되지 않으면 두 기관의 성적표는 시민을 더 잘 이해시키는 장부가 아니라 책임을 서로 넘기는 장부가 될 수 있습니다.

발전 5사 통합, 효율화인가 독점의 복원인가

반대로 발전 5사 통합은 분산된 투자와 인력을 한데 모아 재생에너지 전환과 석탄발전 감축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2001년 한전의 발전 부문을 나누며 만든 5사 체제를 25년 만에 되돌리는 셈입니다. 정부는 약 53GW의 설비를 통합 운영하면 중복 투자를 줄이고 장기적인 전기요금 인상 요인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규모가 커진다고 비용이 저절로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 분석에서는 통합 법인이 전력 도매 공급의 6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송배전망을 쥔 한전과 사실상 단일 구매 구조가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서, 발전부문까지 거대 단일 법인으로 묶는다면 가격·투자·연료조달의 판단은 더 적은 수의 손에 집중됩니다.

비용이 줄어서 요금이 안정되는 것인지, 요금에 반영돼야 할 비용을 공기업 내부와 재정으로 미루는 것인지 시민은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통합 법인의 비효율과 잘못된 투자는 결국 전기요금, 세금, 한전의 부채 중 하나로 돌아옵니다. 전기는 선택할 수 없는 상품입니다. 선택할 수 없는 시장의 독점에는 더 많은 권한이 아니라 더 촘촘한 공개가 필요합니다.

나눌 때와 합칠 때, 같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이번 개편의 진짜 쟁점은 분할이 좋으냐 통합이 좋으냐가 아닙니다. 정부가 분할할 때는 무엇을 분리해 시민에게 보이게 하는지, 통합할 때는 무엇을 한 장부 안에 넣어 보이지 않게 하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LH는 개발 이익과 복지 비용을 분리한다면서도 결국 기금 경로를 통해 서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발전 5사는 경쟁과 지역별 운영 차이를 줄이면서 막대한 설비·조달·인사 권한을 한 법인에 모읍니다. 한쪽에서는 빚을 나누고, 다른 쪽에서는 권력을 합칩니다.

공기업 개혁은 조직도를 다시 그리는 일이 아닙니다. 공기업의 손실이 어느 장부에 남고, 누가 어떤 회의에서 투자와 요금을 결정하며, 실패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다시 정하는 일입니다. 조직을 나눠도 시민이 비용을 알 수 없고, 조직을 합쳐도 시민이 가격과 투자 결정을 검증할 수 없다면 개혁은 책임을 가볍게 하는 기술이 될 뿐입니다.

시민이 지켜볼 점

  • LH 두 법인 사이의 자금 이전과 부채 배분이 매년 공개되는가
  • 한국발전의 발전원별 원가·입찰·투자 결정이 통합 전보다 더 투명해지는가
  • 통합 뒤 전기요금 안정 효과와 한전 부채의 변화를 같은 기준으로 공개하는가
  • LH 분할이 실제 공공주택 공급 속도와 주거복지 재정에 어떤 차이를 내는가

씨드의 관점

씨앗은 LH를 그대로 두자거나 발전 5사를 무조건 나누자고 말하지 않습니다. 업무의 성격과 에너지 전환의 과제에 따라 개편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개편의 이름이 시민의 비용을 보지 못하게 하는 면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공기업의 효율은 사장 숫자나 조직도 선의 개수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부채와 요금, 투자 손실, 주택 공급 지연의 책임이 누구에게 남는지 시민이 확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증명됩니다.

국가가 큰 조직을 만들수록 시민의 통제권도 함께 커져야 합니다. 공기업은 커질 수도, 나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시민의 눈에서 멀어져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