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안보·국가책임

장병은 발목을 잃었는데, 국방부는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폭발이 일어나 육군 25사단 간부 3명이 다쳤고, 지휘관 한 명은 발목을 잃었다. 그런데 사고 다음 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는 위험 징후를 언제 파악했는지, 몇 명이 투입됐는지, 어떤 임무였는지조차 곧바로 답하지 못했다. 대화를 원한다는 이유로 위협을 흐리고, 위로를 했다는 이유로 지휘 책임을 다했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평화가 아니라 안보의 방기다.

자유는 철저한 안보 위에서만 지켜진다.

장병은 발목을 잃었고, 당국은 기본 사실도 답하지 못했습니다

9월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육군 25사단 간부 3명이 다쳤고, 대대장인 중령 한 명은 발목을 절단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다음 날 해당 임무가 북한의 군사분계선 침범과 지형 변화 여부를 유엔군사령부와 함께 확인하기 위한 순찰로 개척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고 원인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인지, 과거 우리 군이 설치한 지뢰인지, 유실된 폭발물인지는 조사로 밝혀야 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앞세워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원인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의 사전 대비와 작전 지휘까지 확인 뒤로 미룰 수는 없습니다.

더 충격적인 장면은 사고 다음 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이었습니다. 북한군의 지형 변경을 언제 식별했는지, 당시 몇 명이 작전에 투입됐는지, 정확히 어떤 임무를 수행했는지 묻는 질문에 합참 대변인은 거듭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장병이 발목을 잃은 중대 사고에서 국민 앞에 선 군 당국이 작전의 기본 사실조차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은 단순한 답변 미숙이 아닙니다. 보고와 지휘, 설명 책임이 동시에 무너진 장면입니다.

위로는 필요하지만, 위로가 지휘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이 부상 장병의 회복을 기원하고 치료와 지원을 약속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군 통수권자의 책임은 위로문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언제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군에 무엇을 지시했는지, 같은 위험에 노출된 다른 부대의 작전과 장비를 즉시 재점검했는지 국민에게 밝혀야 합니다.

국가가 장병에게 위험한 임무를 명령했다면 위험 정보, 탐지 장비, 보호 장구, 의료 후송, 치료와 재활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작전 승인 과정과 위험성 평가가 적절했는지, 현장 지휘관에게 어떤 정보가 제공됐는지, 사고 뒤 동일 임무를 어떻게 조정했는지를 공개해야 합니다.

장병의 희생 앞에서 ‘지원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책임의 언어가 아닙니다. 원인을 밝히고, 잘못된 판단이 있었다면 지휘선상에 있는 사람이 책임지고, 다시는 같은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절차와 장비를 바꾸는 것이 국가의 언어입니다. 위로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위로는 지휘가 아닙니다.

대화를 구걸하는 태도로는 평화도 지킬 수 없습니다

정부는 남북대화의 문을 열어 두겠다고 말합니다. 긴장을 낮추고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대화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화는 상대의 선의에 기대는 기도가 아니라, 도발과 위협을 감당할 힘을 갖춘 국가가 선택하는 수단이어야 합니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의 요새화와 지뢰 매설을 이어 왔습니다. 그런 상대에게 대화 의지만 되풀이하면서 우리 장병이 다친 현장의 위험과 책임을 흐린다면, 그것은 평화를 위한 인내가 아닙니다. 대화를 구걸하는 나약함입니다.

대화에 불리할까 두려워 위협을 작게 말하고, 남북관계의 분위기를 해칠까 염려해 책임 규명을 늦추는 정부를 북한은 존중하지 않습니다. 지킬 힘이 없는 약속은 협상이 아니라 부탁입니다.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침범과 위협에는 단호히 대응하며, 그 위에서 필요할 때 대화하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의 자세입니다.

안보를 정치적 수사로 다루는 정부를 질책합니다

이번 사고가 드러낸 것은 지뢰 한 발의 위험만이 아닙니다. 현장의 위협을 파악하고도 국민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군, 장병의 중상 앞에서도 준비되지 않은 답변을 내놓는 지휘부, 안보 현실보다 남북대화의 그림을 먼저 붙드는 정부의 안일함입니다.

정부가 평화를 말하려면 먼저 국가를 지킬 능력을 증명해야 합니다. 군사분계선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험 지역에 투입되는 장병에게 최선의 장비와 정보를 제공하고, 사고가 나면 지휘 체계가 한목소리로 사실과 조치를 설명해야 합니다. 이것이 되지 않는다면 화려한 평화 구상은 장병의 희생 위에 세운 종이집에 불과합니다.

씨앗의 소리는 확인되지 않은 북한 소행을 사실처럼 단정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조사 중’이라는 말이 정부의 무능과 책임 회피를 가리는 방패가 되는 것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사실 확인은 신중해야 하지만 국가의 대응은 신속해야 합니다. 신중함과 무기력은 전혀 다른 말입니다.

자유는 철저한 안보 위에서만 지켜집니다

자유는 평화로운 구호 속에서 저절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국경과 영토를 지키는 군의 대비태세, 국민의 생명을 우선하는 지휘 판단, 실패를 숨기지 않는 책임정치가 자유의 바닥을 이룹니다. 그 바닥이 무너지면 표현의 자유도, 경제의 자유도, 시민의 일상도 함께 흔들립니다.

정부는 장병의 부상을 한 번의 불행한 사고로 축소해서는 안 됩니다. 언제 위험을 식별했는지, 왜 그 작전을 승인했는지, 어떤 보호조치를 했는지,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언제 보고받고 무엇을 지시했는지 공개해야 합니다. 부상 장병의 치료와 재활, 복무와 전역 이후의 삶도 끝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장병은 발목을 잃었는데 국방부가 ‘확인해 보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국가는 강한 국가가 아닙니다. 남북대화를 원한다는 말로 안보의 빈틈을 덮는 정부도 평화를 지킬 수 없습니다. 자유는 철저한 안보 위에서만 지켜집니다. 정부는 지금 그 가장 기본적인 책무부터 다시 증명해야 합니다.

시민이 지켜볼 점

  • 군 당국이 북한군의 지형 변경과 군사분계선 침범 징후를 처음 식별한 시점과 보고 계통을 공개하는가
  • 작전 승인 과정, 위험성 평가, 투입 인원, 탐지·보호 장비와 안전통로 확보 절차를 밝히는가
  •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사고를 보고받은 시점, 내린 지시, 동일 임무에 대한 후속 안전조치를 공개하는가
  • 유엔군사령부와의 공동 확인 결과 및 폭발물의 종류·매설 주체에 관한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발표하는가
  • 부상 장병의 치료·재활·보철·복무와 전역 이후 생활을 위한 장기 지원 계획을 마련하는가

씨드의 관점

대화는 안보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억지력과 대비태세가 갖춰진 뒤에야 대화는 국가의 선택이 됩니다. 힘을 갖추지 못한 채 상대의 응답만 기다리는 것은 평화정책이 아니라 책임의 포기입니다.

사고 원인은 증거로 밝혀야 합니다. 그러나 원인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작전 판단, 장병 보호, 보고 체계와 대국민 설명의 실패를 묻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국가가 자유를 말하려면 먼저 자유를 지킬 능력과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장병을 지키고 실패에 책임지는 안보가 시민의 자유를 떠받치는 첫 번째 토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