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금융·국가책임
빚 갚고 갈아탄 22만 명 앞에서, 이재명 정부는 또 탕감인가
이재명 정부가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의 장기 연체 채권 약 4조 2천억 원, 약 19만 7천 명분을 매입해 채무를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코로나 시기 만기 연장·상환 유예를 받았던 차주 약 22만 명은 전액 상환하거나 대환했고, 대상 대출 잔액은 약 56조 원 줄었습니다. 이 56조 원에는 대환액이 포함돼 있습니다. 같은 피해를 겪고도 빚을 갚으려 버틴 사람은 왜 혼자 비용을 떠안아야 합니까.
같은 피해를 겪고도 매달 이자를 내고, 빚을 갚고, 대환하며 버틴 사람은 왜 그 피해를 혼자 떠안아야 하나.
갚고 갈아타며 버틴 22만 명
빚을 갈아탔다는 것은 빚에서 벗어났다는 말이 아니다.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은행 문을 두드렸거나, 당장 갚을 돈이 없어 다른 빚으로 막았다는 말일 수도 있다. 그렇게 버틴 사람이 22만 명이다.
정부가 또 꺼낸 탕감 카드
그런데 정부는 또 탕감 카드를 꺼냈다. 지난 정부에서 시작한 새출발기금이 있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시킨 새도약기금도 있다. 이번에는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장기 연체 채권을 위한 별도 사업이다. 이름과 대상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정부가 위기를 설명할 때마다 원금 감면이 다시 등장한다.
같은 피해, 다른 지원
정말 갚을 능력을 잃은 사람은 도와야 한다. 코로나 시기 영업 제한에 따른 피해를 정부가 외면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묻자. 같은 피해를 겪고도 매달 이자를 내고, 빚을 갚고, 대환하며 버틴 사람은 왜 그 피해를 혼자 떠안아야 하나. 정부의 지원 기준에서 오래 연체한 사실이 앞서고, 상환하려고 애쓴 시간은 뒤로 밀린다면 누가 그것을 공정하다고 받아들이겠는가.
이 분노는 막연한 시샘이 아니다. 기존 새출발기금에 대한 감사에서는 변제능력이 있는 차주 1,994명에게도 총 840억 원의 원금 감면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가상자산과 비상장주식 등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재산조사의 빈틈도 지적됐다. 이미 확인된 잘못을 보고도 정부가 또 대규모 채권 매입을 추진한다면, 먼저 심사 기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정부는 성실 상환자에게 우대금리와 대출 지원을 주겠다고 한다. 원금을 깎아주는 지원과 대출 한도를 늘리거나 금리를 조금 낮춰주는 지원이 어떻게 같은 저울에 올라가는가. 누가 실제로 얼마를 받는지 숫자로 보여주기 전에는 ‘성실 상환자도 챙긴다’는 말만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씨앗은 이렇게 본다
이재명 정부가 빚 탕감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낼 때마다, 갚을 능력을 잃은 사람의 사정만큼 빚을 갚으려 버틴 사람의 삶도 봐야 한다. 정부가 영업을 제한했던 시기의 피해를 바로잡겠다면 피해를 기준으로 살펴야 한다. 누가 더 오래 연체했는지만으로 지원의 차이를 만들고, 그 차이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재기 정책이기 전에 불공정한 정책이다.
시민이 지켜볼 점
- 새 사업의 채권 액면·매입가·실제 원금감면액과 재정·금융권 부담을 구분해 공개하는가
- 소득·부동산·가상자산·비상장주식·증여를 어떻게 확인하고 사후 점검하는가
- 성실상환자에게 약속한 우대금리·자금 지원의 대상, 예산과 실제 이용 실적은 얼마인가
- 중복 감면과 재연체를 추적할 법적 근거와 개인정보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가
씨드의 관점
정부가 영업을 제한했던 시기의 피해를 바로잡겠다면 피해를 기준으로 살펴야 한다.
누가 더 오래 연체했는지만으로 지원의 차이를 만들고, 그 차이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재기 정책이기 전에 불공정한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