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입법 논평

판로를 넓힌다는 법, 중소기업에 남는 돈도 늘어나는가

판로지원법 전부개정안은 공공구매를 넘어 온라인·민간 거래를 지원하고 두 기관을 통합한 마케팅진흥공사를 세우려 한다. 입점 업체 수보다 판매비용을 뺀 기업의 수익과 통합의 실제 절감액을 성과로 확인해야 한다.

핵심 요약

  • 의안 제2221550호는 9월 22일 발의돼 23일 소관 상임위에 회부됐다. 법률로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 정부의 2026년 중소기업 마케팅지원 규모는 141억 7천만 원이다. 입점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 지원도 포함된다.
  • 진흥공사는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과 공영홈쇼핑의 통합 구상이다. 통합 뒤 기업에 남는 수익을 따져야 한다.

사업은 이미 시작됐고, 법이 뒤따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중소기업 마케팅 지원에 141억 7천만 원을 배정했다. 온라인 플랫폼과 홈쇼핑 입점 비용, 오프라인 기획전, 전용판매장, 홍보 역량 강화까지 지원한다. 그런데 9월 22일 발의된 판로지원법 전부개정안은 현행법에 민간 소비시장과 기업 간 거래 지원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한다. 사업은 이미 하고 있는데 법의 중심은 여전히 공공구매에 있는 셈이다.

김원이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의안 제2221550호는 9월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회부됐다. 시장조사, 브랜드 개발, 온라인 판매, 물류와 판매 데이터 활용을 지원할 근거를 넓힌다.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도 공공구매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5년 단위 계획과 실태조사 근거를 둔다. 제품을 잘 만들어도 소비자에게 알릴 힘이 부족한 기업에는 필요한 방향이다.

입점은 판매의 시작, 손익은 그다음이다

작은 식품업체가 온라인몰에 들어가 첫 매출을 올렸다고 하자. 수수료와 광고비, 할인행사 분담금, 배송비와 반품비를 치른 뒤 얼마가 남는가. 이는 실제 업체의 확인된 정산 사례가 아니라 지원 효과를 판단하기 위한 손익 계산의 예다. 올해 정부 사업에도 입점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 지원이 포함돼 있다. 지원 기간이 끝난 뒤 업체가 자력으로 판매를 이어갈 수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정부 지원이 플랫폼의 판매 공간을 잠시 빌리는 비용으로만 쓰인다면 판매 기록은 남아도 기업의 고객과 협상력은 남지 않는다. 참여 기업이 여러 채널을 비교하고 자기 고객을 다시 만날 수 있어야 판로가 자산이 된다.

누가 팔아주었는가보다, 팔고 나서 기업에 무엇이 남았는가.

두 기관을 합친다는데, 현장의 수고도 줄어들까

개정안의 또 다른 축은 중소기업마케팅진흥공사 설립이다. 정부가 발표한 구상은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과 공영홈쇼핑을 통합해 제품 발굴부터 판매까지 잇겠다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두 기관의 제품 발굴·상품화 기능이 겹치고, 판매 지원은 채널마다 흩어졌다고 밝혔다. 업체가 기관마다 신청서를 다시 쓰고 다음 지원 단계를 찾아다니는 수고가 줄어든다면 통합은 의미가 있다.

정부의 진단을 실적으로 검증하려면 사무실과 전산망, 임원 조직, 인사·계약 체계를 어떻게 정리할지부터 보여줘야 한다. 겹치는 사업에서 얼마를 아끼고 그 돈을 몇 개 기업의 판매에 돌릴 수 있는가. 공공기관 수가 줄었다는 숫자와 현장에서 쓰는 비용이 줄었다는 결과는 다르다.

판매 조건을 비교할 힘까지 지원해야 한다

씨앗은 판로지원 확대를 지지한다.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플랫폼별 수수료, 광고·판촉 부담, 정산 기간, 반품 비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공공 지원을 받는 유통업체의 계약 변경 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판매 데이터를 기업이 어느 범위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도 계약에서 분명히 할 수 있다. 국회 심사와 사업 설계에서 이런 거래 조건을 다룰 것을 제안한다.

대기업과 플랫폼은 판매망을 제공하고 작은 업체는 상품과 도전으로 시장을 채운다. 정부가 지원금을 쓸 때는 양쪽의 거래가 지원 종료 뒤에도 이어질 조건을 살펴야 한다. 한 업체에 묶이지 않고 판로를 넓힌 기업이 몇 곳인지도 함께 세어야 한다.

새 공사의 성적표는 기업의 장부에 있다

국회는 공사 설립을 심사하면서 두 기존 기관의 조직·예산·사업 목록과 통합 비용 추계를 공개 자료로 맞춰봐야 한다. 새 공사의 성과도 입점 업체 수나 행사 매출 한 줄로 끝낼 수 없다. 지원 종료 뒤 판매 지속률, 수수료·광고비 등을 제하고 남은 수익의 변화, 새 민간 거래처를 확보한 기업의 비율을 확인해야 한다.

법안은 중소기업이 더 넓은 시장으로 나갈 근거를 마련한다. 정부가 열어준 문이 닫힌 뒤에도 기업이 시장에 남아 있어야 성공이다. 씨앗은 기관 통합의 실제 절감액과 참여기업의 비용·수익 변화를 계속 확인하겠다.

자료와 확인 기준

2026년 9월 25일 공개된 의안 제2221550호의 제안 이유·주요 내용, 중기부의 2026년 지원사업 공고와 9월 8일 통합 발표를 대조했다. 법안은 상임위에 회부된 상태다. 본문의 식품업체 장부는 가상의 설명 사례이며, 공사의 비용·성과 검증 지표는 씨앗의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