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논평

가족의 신고가 운전면허를 흔들 수 있다면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배우자와 직계가족이 운전자의 수시 적성검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족의 요청이 국가의 조사와 개인정보 통보로 이어지는 만큼 남용을 막고 당사자가 다툴 수 있는 절차도 함께 갖춰야 합니다.

핵심 요약

  • 배우자·직계존비속과 경찰은 경찰청장에게 운전자의 수시 적성검사를 요청할 수 있게 됩니다.
  • 요청만으로 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며, 경찰청장이 ‘상당한 이유’를 판단한 뒤 개인정보를 도로교통공단에 통보합니다.
  • 판단 기준, 당사자 통지, 이의제기, 정보 보관 기간을 공개해야 안전과 이동권을 함께 지킬 수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일 수 있습니다

국회가 9월 17일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무면허 상태에서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 거부·방해행위를 반복한 사람도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 대상에 포함됩니다.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의 불법 주정차를 무인장비로 단속할 근거도 마련됩니다.

시민의 권리와 가장 밀접한 변화는 따로 있습니다. 경찰공무원뿐 아니라 운전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도 경찰청장에게 수시 적성검사를 요청할 수 있게 됩니다. 경찰청장이 적성검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대상자의 개인정보를 한국도로교통공단에 통보합니다.

인지능력이나 신체기능이 급격히 저하된 운전자가 계속 운전하면 본인뿐 아니라 도로 위의 다른 시민도 위험해집니다. 가족은 이런 변화를 행정기관보다 먼저 알아차릴 가능성이 큽니다. 제도의 목적에는 충분히 납득할 이유가 있습니다.

가족의 요청이 곧 면허 취소는 아닙니다

법안의 구조는 분명히 구분해서 설명해야 합니다. 가족이 요청한다고 곧바로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경찰청장이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판단하고, 그 뒤에 수시 적성검사 절차가 이어집니다.

그럼에도 요청을 받은 시민은 행정기관의 판단 대상이 되고 개인정보가 다른 기관으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당한 이유’가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단순한 주장만으로 충분한지, 의료자료나 사고·위험운전 기록이 필요한지, 당사자에게 요청 사실과 근거를 언제 알려주는지가 법 시행의 성격을 좌우합니다.

질환이 곧 위험운전은 아닙니다

질환이나 장애가 있다는 사실과 안전하게 운전할 능력이 없다는 판단은 같지 않습니다. 진단명만으로 운전 능력을 재단하면 장애인과 고령자의 이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습니다. 실제 운전 능력과 무관한 개인정보까지 행정기관 사이에서 공유될 위험도 있습니다.

가족관계도 언제나 선의로만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재산·부양 문제나 가족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적성검사 요청이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요청만으로 불이익이 확정되지는 않더라도 조사 대상이 되고 개인정보가 통보되는 일 자체가 당사자에게는 부담입니다.

안전은 목적이고, 절차는 그 목적이 권력 남용으로 바뀌지 않게 하는 경계선입니다.

선한 목적이 절차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교통안전은 국가가 보호해야 할 공익입니다. 그러나 공익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를 넓게 수집하거나 시민의 이동권을 쉽게 제한할 수는 없습니다. 경찰청에서 한국도로교통공단으로 넘어가는 정보의 범위와 열람 주체, 보관 기간을 최소화하고 공개해야 합니다.

검사 대상자는 자신이 왜 검사를 받게 됐는지 알고 잘못된 정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검사 결과에 대한 불복 절차와 재검사 기회도 분명해야 합니다. 허위 또는 악의적인 요청이 반복될 경우 이를 걸러낼 장치도 필요합니다.

법 시행 뒤에는 요청 주체별 건수, 경찰청의 수용·기각 비율, 면허 유지·조건부 유지·취소 결과, 이의신청과 재검사 결과를 공개해야 합니다. 제도가 실제로 사고를 줄였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가족의 걱정을 안전으로 연결하되, 가족의 말이 곧바로 국가의 의심과 시민의 이동권 제한으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자료와 확인 기준

이 글은 2026년 9월 18일 현재 공개된 의안 제2221281호의 제안이유와 주요내용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본회의 통과는 확인됐지만 공포일·시행일과 하위 규정은 확정 자료를 추가 확인해야 합니다. 가족의 요청은 적성검사 절차의 시작이며 그 자체로 면허 취소를 의미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