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논평
수사권은 옮겼는데, 책임은 어디에 남았나
국회가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맞춰 69개 법률을 한꺼번에 정비했습니다. 검찰권을 줄이는 방향과 별개로, 경찰 수사를 다시 살필 장치와 범죄 피해자의 이의제기 통로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핵심 요약
- 9월 17일 통과된 개정안은 이미 공포된 수사·기소 분리 체계에 맞춰 69개 관련 법률을 정비합니다.
- 검사의 직접·보완수사는 줄고 경찰과 특별사법경찰의 수사 책임은 커집니다.
- 개혁의 성과는 기관별 권한의 크기가 아니라 부실수사 구제와 피해자 보호의 실제 결과로 확인해야 합니다.
69개 법률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국회가 9월 17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을 수정 가결했습니다. 이번 법안은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에 맞춰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법, 선원법, 아동복지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모두 69개 법률의 관련 규정을 함께 고치는 내용입니다.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의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한 지난 형사소송법 개정의 후속 입법입니다. 검사는 공소제기와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특별사법경찰관과 검사의 관계는 ‘지휘’에서 ‘협력’으로 바뀝니다. 재정신청 관할 법원도 고등법원에서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옮겨집니다.
법률 용어를 새 제도에 맞춰 고치는 정리 작업처럼 보이지만, 69개 법률이 한꺼번에 움직인다는 것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국가의 형사사법 절차 전반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검찰의 권한과 피해자의 권리는 같은 것이 아닙니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함께 행사하면서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비판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습니다. 정치적 사건을 둘러싼 표적수사와 별건수사 논란도 반복됐습니다. 수사와 기소를 나누어 서로 견제하게 하겠다는 방향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 기관의 권한을 줄였다는 사실이 곧바로 시민의 권리를 확대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권한은 사라지기보다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수사권은 경찰과 각종 특별사법경찰기관에 집중되고, 검사의 지휘를 받던 기관은 검사와 협력하는 관계가 됩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검찰권 남용의 통로가 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경찰 수사에서 빠진 증거와 혐의를 다시 확인하는 장치로도 작동했습니다. 앞으로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직접 보완수사에 나서지는 못합니다. 사건이 기관 사이를 오가는 동안 처리 기간이 늘어나거나 책임 소재가 흐려질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권한 분산에는 책임의 연결이 따라야 합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권력을 나누는 일입니다. 그러나 권력을 나누면서 책임까지 흩어 놓으면 시민은 더 많은 기관을 돌아다녀야 합니다. 경찰은 기소 판단을 검사의 책임이라고 말하고, 검사는 수사를 경찰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구조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가정폭력·교제폭력·성범죄처럼 피해자 진술과 정황증거가 중요한 사건은 최초 수사가 부실하면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검찰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 피해자를 앞세워서도 안 되지만,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피해자의 재검토 통로를 약화해서도 안 됩니다.
권한은 나눴지만 시민이 이의를 제기할 곳이 줄었다면, 그것은 개혁의 완성이 아닙니다.
씨앗은 결과를 확인하겠습니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검사의 보완수사·재수사 요구, 경찰의 이행 기간, 보완 절차 이후 기소된 사건을 함께 공개해야 합니다. 가정폭력·교제폭력·성범죄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과 기관 사이에서 장기간 머무른 사건의 수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기관의 권한은 어느 기관에 있든 제한되고 감시받아야 합니다. 경찰에 권한이 모이면 경찰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고,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한다면 그 요구와 이행 결과가 기록으로 남아야 합니다.
검찰개혁의 성과는 검사의 사건 수가 얼마나 줄었는지가 아니라 억울한 시민이 얼마나 줄었는지로 확인해야 합니다. 69개 법률을 바꾼 국회가 앞으로 입증해야 할 것도 바로 그 결과입니다.
자료와 확인 기준
이 글은 2026년 9월 18일 현재 공개된 국회 의안정보와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의안 제2220724호는 9월 17일 수정 가결된 후속 정비 법안이며, 직접수사권·보완수사권 개편의 기본 법률은 8월 4일 공포된 법률 제21857호입니다. 보도에 인용된 사건 통계는 제시 주체와 산정 기준을 구분해 지속 검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