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26개 공고’ 뒤에 계약등록 412건—여수섬박람회 돈의 흐름을 다시 세다
공고·개찰·계약 자료를 다시 연결하자 관련 계약 등록액은 695억6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조직위 계약액 475억5천만 원 가운데 197억9천만 원이 운영대행 한 사업에 몰렸고, 관람객이 보는 핵심 콘텐츠는 개막 5~7개월 전에야 긴급 발주됐다.
126은 검색 결과의 공고 수다
YTN은 나라장터에서 ‘여수세계섬박람회’를 검색해 나온 입찰공고 126건을 살폈다. 세금 사용처를 시민 앞에 꺼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보도였다. 다만 126은 검색 결과에 잡힌 공고 수다. 실제 계약 건수나 지출액을 뜻하는 숫자는 아니다.
씨앗의 소리는 조직위원회 공식 게시판, 나라장터 공고·개찰 자료, 계약 등록자료와 언론 보도를 다시 대조했다. 조직위 공식 고시·공고 게시판의 142개 글에는 입찰뿐 아니라 채용, 평가위원 모집, 제안서 평가결과, 운영사업자 모집과 재공고가 함께 들어 있었다.
조달자료를 모아 공개한 분석에서는 조직위 발주와 계약명에 ‘섬박람회’가 들어간 자료가 공고번호 기준 189건, 계약 등록 기준 412건으로 집계됐다. 412건의 등록금액은 695억6천만 원이었다. 조직위 발주가 140건·475억5천만 원, 여수시 발주가 255건·215억5천만 원, 기타 기관이 17건·4억5천만 원이다.
695억6천만 원과 직접사업비 713억 원은 집계 범위가 다르다. 여수시 계약에는 도시숲·도로·셔틀버스 같은 연계사업이 섞여 있고, 한 사업의 총괄계약·차수계약·변경계약이 여러 건으로 등록된다. 반대로 나라장터 밖의 보조사업과 원도급사의 하도급은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씨앗은 숫자를 공고예산 또는 기초금액, 최초 낙찰액, 차수·변경계약을 포함한 계약 등록액의 세 층으로 나눴다. 같은 제목의 정정·변경·재공고는 하나의 사업으로 묶고, 식당·편의점 운영처럼 조직위가 돈을 지급하는 계약이 아닌 임대·수익사업은 지출 합계에서 뺐다.
- 공고 수와 계약 수는 다르다.
- 계약액과 실제 지급액도 다르다.
713억 원 가운데 조직위 조달계약으로 확인되는 돈은 475억5천만 원
박람회 직접사업비 713억 원은 국비 64억 원, 도비 153억 원, 시비 376억 원, 입장권·후원·임대 등 자체수입 목표 120억 원으로 구성됐다. 세금은 593억 원이다.
조직위가 발주한 계약 등록액 475억5천만 원은 직접사업비의 66.7%다. 나머지에는 인건비·일반운영비, 나라장터 밖 집행, 미등록·미정산 계약, 자체수입 사업 등이 섞여 있다. 이 차액은 ‘사라진 돈’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집계 범위에서 생긴 미확인 영역이다. 조직위가 713억 원 전체의 예산액·계약액·집행액을 연결한 원장을 공개해야 나머지 흐름도 확인할 수 있다.
관련 계약 412건 가운데 수의계약은 356건, 105억2천만 원이었다. 건수로는 86.4%지만 금액으로는 15.1%다. 큰 계약 몇 건은 경쟁 또는 협상계약으로 나갔고, 수많은 소액 구매와 용역은 수의계약으로 흩어졌다.
수의계약 356건의 핵심 쟁점은 건수 자체보다 계약이 쪼개진 방식이다. 같은 업체가 비슷한 날짜에 같은 목적의 물품이나 용역을 여러 건으로 나눠 계약했는지, 경쟁입찰 기준을 피하려는 분할발주가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계약일·업체·품목·수의계약 사유가 포함된 원장이 필요한 이유다.
큰돈은 운영대행 한 사업에 몰렸다
가장 큰 숫자는 종합실행계획 수립·운영대행 계약의 197억9천만 원이다. 공고예산은 269억 원, 최초 낙찰액은 196억7,012만 원이었다. 개찰 기록상 엠비씨플러스 컨소시엄 한 곳만 응찰했다. 이 사업 하나가 조직위 계약 등록액의 41.6%, 직접사업비의 27.8%를 차지한다.
그다음은 주행사장 조성공사 54억9천만 원, 국내외 유치·운영대행과 주행사장 인프라 전기공사가 각각 24억9천만 원, 랜드마크 건축·기계공사 22억2천만 원, 종합홍보 21억6천만 원, 미디어파사드 구매·설치 21억2,801만 원 순이었다.
큰돈 몇 건을 놓고 보면 박람회 품질과 책임이 소수 원도급사의 기획·제작·운영 체계에 크게 의존한다. 무엇을 얼마에 맡겼는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최초 제안과 최종 과업이 어떻게 달라졌고, 실제 제작과 운영을 누가 맡았으며, 원도급사가 하도급사에 얼마를 지급했는지까지 연결돼야 한다.
YTN의 ‘17억 테마존’, 실제 조달 묶음은 최소 35억 원대
YTN은 세계의 섬·한국의 섬 테마존에 최소 17억 원이 들었다고 전했다. 공고를 결과물 단위로 묶어보면 테마존은 부지·조경·시설물 조성공사 17억7,348만 원, 조형물 제작·설치 14억7,303만 원, 전기공사 2억3,239만 원, 보안등 제작 배정예산 5,494만 원으로 갈라져 있었다.
보안등은 낙찰액을 확인하지 못해 배정예산을 썼다. 나머지 세 건의 낙찰액과 보안등 예산을 더하면 35억3,385만 원이다. 디자인·설계비와 다른 관급자재는 빠져 있다. 조직위가 밝힌 테마존 총예산은 50억 원이었다.
YTN이 말한 ‘최소 17억 원’은 조형물 또는 일부 공고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테마존 전체를 보면 조경, 조형물, 전기, 설계가 여러 계약으로 갈라져 있다. 현장에서 플라스틱 조형물, 훼손된 식재, 부족한 설명이 확인됐다면 적정성 판단도 17억 원이 아니라 최소 35억 원대 조달 묶음과 총예산 50억 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검수조서에는 재료·규격·내구성·유지관리 기준을 어떻게 확인했는지 남아 있어야 한다. 계약을 여러 개로 나눴다고 시민이 보는 결과물까지 여러 개가 되는 것은 아니다.
‘37억 미디어파사드’도 건물까지 묶으면 약 58억 원
미디어파사드 구매·설치 낙찰액은 21억2,801만 원이다. 외벽영상 제작·운영 계약 등록액은 14억6천만 원이다. 두 계약을 합치면 약 35억9천만 원으로 YTN이 제시한 37억 원과 비슷하다.
그러나 피라미드형 주제섬을 하나의 랜드마크로 보면 건축·기계공사 22억2천만 원이 더해진다. 건물, 화면, 영상·운영을 합친 확인 계약액은 약 58억1천만 원이다. 냉난방기와 통신공사 등 별도 계약도 남아 있다.
20억 원대 화면은 폐막 뒤 활용계획과 유지비, 실제 구현 품질까지 함께 검증해야 할 상설 시설급 투자다. 행사 뒤 철거·매각하는지, 계속 운영하는지, 연간 전기료와 콘텐츠 교체비가 얼마인지 공개돼야 한다. 화면이 반투명 외벽 때문에 선명하지 않았다는 현장평가가 사실이라면 납품 규격뿐 아니라 설계·시공·콘텐츠를 한 결과물로 검수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87~88% 낙찰률보다 더 위험한 것은 늦은 발주였다
적격심사 경쟁입찰은 낙찰하한율 부근에 투찰이 몰린다. 미디어파사드, 테마존 조형물, 셔틀버스와 교통통제 계약이 예산 또는 기초금액의 약 87~88%에서 낙찰된 것은 이 조달 구조의 영향이 크다. 이 비율은 비정상 가격이나 담합의 증거가 아니라 낙찰하한율에 투찰이 몰리는 제도를 보여준다.
협상계약은 다르다. 운영대행 269억 원 공고에는 한 곳만 응찰했고 예산의 73.1%인 196억7,012만 원에 낙찰됐다. 공고예산과 낙찰액 사이 27%의 차이를 예산 절감으로 기록하려면 같은 과업이 유지됐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현재 공개자료에는 과업 조정표와 하도급 지급액이 없다.
운영대행사 선정 과정은 별도의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평가위원 10명 가운데 일부가 낙찰 컨소시엄과 경쟁사 사이에 큰 점수 차를 둔 사실도 보도됐다. 현재 확인된 사실은 수사가 진행 중이고 평가점수에 큰 편차가 있었다는 데까지다. 단독응찰, 큰 낙찰률 차이, 평가 편차가 한 계약에 겹친 만큼 제안서 원본·협상조서·평가위원별 세부점수·과업 조정표를 공개해야 한다.
가격보다 더 뚜렷한 위험은 시간이었다. 미디어파사드는 개막 6.7개월 전, 외벽영상은 5.7개월 전, 테마존 조성과 조형물은 5.2~5.3개월 전에야 발주됐고 네 건 모두 긴급공고였다. 여수시 관련 공고 189건 가운데 70건, 37%는 개막 전 석 달에 몰렸다.
스마트 안전관제 시스템은 취소 한 번과 두 차례 유찰을 거쳐 개막 엿새 뒤 수의계약으로 등록됐고, 도서지역 임시화장실 공고는 개막 8일 전 취소됐다가 다음 날 다시 나왔다. 설계와 제작 시간이 줄면 업체 경쟁, 시제품 검토, 현장시험과 검수 시간도 함께 줄어든다. 현장의 오탈자와 설명 부족, 훼손된 식재와 어설픈 마감은 늦은 발주와 압축된 검수 일정의 결과인지 계약 공정표로 확인해야 한다.
지출 구조에서 확인되는 다섯 가지 문제
개별 단가를 떼어 ‘바가지’라고 부르는 방식으로는 이 사업의 문제를 설명하지 못한다. 핵심은 계약 한 건의 가격이 아니라 예산이 묶이고 쪼개지고 검수되는 구조다.
첫째, 계약의 41.6%가 운영대행 한 사업에 집중됐다. 둘째, 운영대행은 단독응찰이었고 대형 협상계약의 실질 경쟁을 확인할 자료도 부족하다. 셋째, 낮은 낙찰률을 절감으로 설명할 최초·최종 과업 비교표와 하도급 내역이 없다.
넷째, 핵심 콘텐츠와 안전·편의시설 발주가 늦어 품질관리와 검수 실패 위험을 키웠다. 다섯째, 713억 원 직접사업과 1,136억 원 연계사업, 수익시설 운영공고가 한데 노출돼 시민이 실제 박람회 지출을 다시 계산하기 어렵다. 불투명성 자체가 감시 비용을 시민에게 떠넘긴다.
화분 210개에 1억1,400만 원, 그릇에 2,600만 원, 침구에 2,300만 원을 쓴 사실은 눈에 잘 띈다. 작은 항목만 따라가면 197억9천만 원 운영대행 계약, 58억 원대 랜드마크 묶음, 35억 원대 테마존 묶음, 개막 직전 몰린 발주라는 더 큰 구조를 놓친다.
이 박람회의 문제는 ‘비싼 화분 몇 개’가 아니다. 큰돈은 경쟁이 약한 협상계약에 몰렸고, 관람객이 실제로 보는 콘텐츠는 늦게 발주됐으며, 시민은 예산과 계약과 집행을 한 장부에서 확인할 수 없다.
- 박람회는 61일이면 끝난다.
- 계약의 책임은 끝나지 않는다.
시민이 다시 계산할 수 있는 장부가 필요하다
여수시와 조직위원회는 713억 원 전체의 예산액·원인행위액·계약액·변경액·지급액·잔액을 연결한 사업별 원장부터 공개해야 한다. 공고번호별 정정·취소·재공고를 묶은 실제 사업 목록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
197억9천만 원 운영대행 계약은 최초·최종 과업 비교표, 협상조서, 하도급대장과 지급내역이 필요하다. 미디어파사드·테마존·포토존은 설계서, 물량내역서, 검수조서, 보완명령과 폐막 후 활용계획을 공개해야 한다.
356건 수의계약은 업체·계약일·품목·수의계약 사유를 같은 목적별로 묶어 분할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직접사업과 연계사업을 나눈 최종 집행액, 자체수입 120억 원의 달성액과 부족분 처리계획, 지역업체 원도급·하도급·입점 비율과 지역에 남은 임금·매출도 같은 장부에 연결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홍보 문구가 아니다. 시민이 다시 계산할 수 있는 장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