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감시
시민사회를 지원한다는 국가, 시민의 자유는 누가 지키는가
시민참여기본법안(2215823)이 제시하는 참여권 보장과 국가시민참여위원회 설치를 살펴보고, 시민단체 밖 시민의 자유와 인사·예산·의제 결정의 독립성을 검증한다.
시민의 참여를 국가가 설계하겠다는 실험
2026년 9월 17일 국회 앞에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였다. 시민참여기본법의 조속한 제정과 국가시민참여위원회 설치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주최 측에 따르면 전국 120개 단체에서 약 200명의 시민과 활동가가 참여했고, 국회의원 등 정치권 관계자 18명도 함께했다.[1]
이들이 요구한 것은 시민의 정책참여를 일시적인 행정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국가제도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시민참여와 시민사회 지원정책이 유지될 수 있도록 법률에 근거를 마련하자는 주장이다.
이해식 의원 등 29명이 2025년 12월 31일 발의한 「시민참여기본법안」(의안번호 2215823)은 2026년 3월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돼 소위원회에 회부됐다. 10월 28일 현재 공개된 의안 상태는 소관위원회 심사다.[2]
**시민사회를 지원하는 국가가 커질수록, 그 국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시민사회의 자유는 누가 지킬 것인가.** 시민운동의 출발은 국가의 지원이 아니라 스스로 모여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시민의 자유에 있다.
시민참여기본법은 무엇을 바꾸려 하는가
법안은 시민이 공공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자율적으로 시민사회 활동을 할 권리를 규정한다(안 제5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는 시민참여 종합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할 책무를 부여한다(안 제12·13조).[2]
행정안전부장관 소속 국가시민참여위원회를 설치해 주요 정책과 계획을 심의·의결하고 추진상황을 점검하도록 한다(안 제15조). 광역 시·도 시민참여위원회 및 지역 시민참여지원센터에 관한 규정도 마련한다(안 제25조).[2]
우리 동네 위험한 통학로의 개선을 요구하는 주민을 떠올려 보자. 민원을 낼 창구가 있어도 그 의견이 왜 채택되거나 거부됐는지 알 수 없다면 정책참여의 효과는 제한된다. 법안 추진 측은 이러한 통로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제도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1]
그러나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와 시민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국가에 책임을 지우는 제도는 다른 수준의 권리를 만든다. 참여 기구의 숫자보다 시민이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살펴야 한다.
권한의 중심에 들어서는 국가시민참여위원회
법안의 핵심 조직은 국가시민참여위원회다. 시민참여 정책의 종합계획을 심의·의결하고 숙의·공론화, 민주시민교육,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을 종합적으로 다루도록 구상됐다.[2]
법안은 독립적인 업무 수행과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명시한다. 따라서 법률이 시민단체에 대한 국가 통제를 확정했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다만 법률상의 선언이 실제 권한 구조에서 어떻게 보장될지는 입법 심사의 중요한 쟁점이다.
법안 추진 논의에 참여한 연구자료에서도 위원회를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둘 때 예산과 인사에 대한 독립성의 제약과 부처 간 실질적 조정력이 과제로 제시된다.[3] 이것은 비판을 위한 추측이 아니라 추진 과정에서 이미 확인된 제도 설계의 문제다.
국회 검토보고서를 소개한 공개 토론자료는 기존 참여기구와 사업의 중복 가능성도 지적한다. 행정안전부는 국가 차원의 통합체계가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4] 어느 쪽 주장이 실제로 타당한지는 위원회의 구체적인 인사·예산·권한 배분을 통해 검증할 수 있다.
위원은 누가 추천하고 임명하는가. 정부 정책에 불리한 의제도 채택할 수 있는가. 회의록과 소수의견이 공개되는가. 정치적·재정적 이해충돌이 생겼을 때 누가 심사하는가. **독립성은 선언보다 인사·예산·의제·공개의 구조에 달려 있다.**
시민단체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은 누가 대변하는가
시민단체는 환경, 복지, 소비자 권익, 지역공동체, 납세자 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해 왔다. 이러한 조직의 지식은 공공정책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시민단체가 어떤 정책을 지지하거나 반대한다고 해서 그것이 시민 전체의 의견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체 회원과 후원자, 활동가와 시민 일반은 동일한 집단이 아니다. 기존 조직에 속하지 않고 공익을 실천하는 시민에게도 참여권이 있다.
지역개발사업을 놓고 주민과 상인, 환경단체, 전문가 사이에 의견이 나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단체 대표 한 사람이 회의에 앉았다는 사실만으로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됐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참여자를 누가 선정하는지, 공개모집이나 시민추첨이 가능한지, 반대 의견이 회의록에 남는지, 위원회 밖 시민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제도 밖 시민과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의 자유가 안전하게 보장돼야 참여의 확대를 말할 수 있다.**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조직은 정부를 감시할 수 있는가
시민사회 활동에는 공간과 인력, 정보와 재정이 필요하다. 안 제26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사회조직의 활동에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2]
공적 지원이 사회문제 해결을 돕고 작은 시민조직의 진입장벽을 낮출 가능성은 있다. 동시에 어떤 사업을 지원하고, 누가 심사하며,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하는지는 중요한 권한이 된다.
정부 정책에 협력하는 단체와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가. 선정 과정과 심사위원의 이해관계가 공개되는가. 지원에서 탈락한 시민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가.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기준이 유지되는가. 이러한 정보가 없다면 공적 지원이 자율적 시민활동을 충분히 보호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정부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에도 설명책임이 있다. 어떤 공익성과를 만들고 예산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시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지원 자체를 정치적 종속의 증거로 단정해서도,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회계와 성과의 검증을 피해서도 안 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시민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다
OECD는 시민참여 절차의 품질을 평가할 때 참여자의 다양성과 접근성, 정보의 질, 투명한 운영, 정책 반영 결과에 대한 설명과 사후평가를 중요하게 다룬다.[5] 국가가 의견을 들었다는 사실만으로 민주적 정당성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참여 절차를 마련하는 목적은 시민을 정부 정책에 동원하는 데 있는가, 아니면 서로 다른 시민들이 공적 문제를 이해하고 판단할 기회를 보장하는 데 있는가. 그 답에 따라 같은 위원회도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민주시민교육 또한 판단 능력을 키우는 활동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바람직한 시민의 정치적 태도를 정한 뒤 교육과정에서 주입한다면 자유로운 의견 형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정보 접근을 넓히고, 정책결정의 근거를 공개하며, 비판과 거부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정부가 허가한 참여기구의 경계 밖에서도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의 자유를 지키는 세 가지 안전장치
첫째, 시민 개인의 참여와 비참여의 자유를 법률과 운영 절차에서 분명히 보장해야 한다. 공적 위원회나 지원받는 단체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책제안과 권력감시의 기회를 잃어서는 안 된다.
둘째, 위원회 독립성을 구성과 권한으로 보장해야 한다. 위원 추천·임명, 예산 집행, 의제 결정, 회의록과 소수의견 공개, 이해충돌 심사 및 이의제기 절차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사업 건수와 지원받은 단체 수보다 시민이 실제 얻은 권리와 정책의 변화를 평가해야 한다. 제출한 의견에 설명이 돌아왔는지, 생활 문제가 해결됐는지,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는 비용, 기존 제도와의 중복, 비소속 시민의 접근권이라는 서로 다른 책임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국가의 지원 대상이기 전에 감시의 주체다
민주주의에는 국가와 협력하는 시민도 필요하고 국가에 저항하는 시민도 필요하다. 시민사회가 자유롭다는 것은 정부의 제안에 동의할 수 있는 동시에 그 제안을 거부하고 제도 밖에서 다른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민참여기본법이 만들어지면 새로운 조직과 예산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이 시민의 자유와 실제 권한을 확대하는지는 입법과 시행 과정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시민의 권리는 위원회가 설치되기 전부터 존재했다.
**시민사회가 성장했다는 증거는 정부가 지원하는 단체의 숫자보다, 정부에 자유롭게 질문하고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시민의 역량에서 찾아야 한다.**
독자에게 묻는다. 국가가 참여를 지원할 때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과 비소속 시민도 동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장치가 필요한가?
다음 편 ② 「국가시민참여위원회, 누가 위원을 임명하는가」에서는 위원회의 인사·예산·의제 결정 구조를 검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