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칼럼

[사설] 검사 수사권을 없앤 국회, 대통령 사건엔 검사를 부른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한 국회가 현직 대통령 관련 사건을 다루는 특검에는 검사 수사권의 예외를 뒀다. 대통령은 자신을 기소한 수사팀을 조사할 특검을 임명한다.

검사를 다시 부르는 국회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없앤 국회가 한 달 만에 검사에게 다시 수사권을 쥐여 주겠다고 나섰다. 그 수사의 대상에는 현직 대통령을 기소한 수사팀이 있다. 11월 6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 이야기다. 국회는 대체 무슨 원칙으로 법을 만드는가.[1][2]

대장동과 백현동 개발, 쌍방울 대북송금, 성남FC 후원금,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까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한 과정이 특검 수사 대상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 관련 사건도 포함됐다. 특검에 검사를 최대 20명까지 파견하고, 그 검사들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수사와 기소를 한 손에 쥐면 권한이 남용된다고 형사사법 체계를 뜯어고친 사람들이, 자기 당 출신 대통령을 기소한 검사들을 수사할 때는 그 권한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 달 전 국민에게 내세운 원칙은 어디로 갔는가.[2][3][4]

대통령은 누가 수사할지 고른다

검사가 증거를 꾸미거나 진술을 강요했다면 당연히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그만큼 누가 수사 책임자를 고르느냐가 중요하다. 여야 정당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특검을 임명하는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이다. 자신을 기소한 수사팀의 위법 여부를 들여다볼 사람을 자신이 고르는 구조다. 야당에 후보 추천권 한 장을 나눠 준다고 이 이해충돌이 사라지는가. 어느 시민이 자신을 기소한 검사들을 수사할 책임자를 직접 고를 수 있는가.[3]

공소취소 조항을 뺀 뒤에도

당초 특검이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최종안에서 빠졌다. 그래도 질문은 남는다. 특검이 ‘조작기소’라는 결론을 내놓으면, 여당은 그 발표를 근거로 기존 공소를 취소하라고 압박할 것인가. 재판에서 다툴 증거를 두고 국회가 별도의 수사판을 짜고, 대통령이 그 책임자를 고르는 데까지 와 있다. 대통령 한 사람의 형사사건을 둘러싸고 입법기관이 여기까지 총출동해야 하는가.[2][3]

우리 헌정사에서 현직 대통령이 자신을 기소한 수사팀의 위법 여부를 조사할 특검을 직접 고르도록 국회가 길을 터 준 일이 또 있었는가. 국민에게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권력 남용을 막을 수 있다고 해 놓고,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의 사건이 걸리자 그 원칙에 구멍을 뚫었다. 국회 다수 의석을 이런 데 쓰는 것이야말로 후안무치한 입법독재다. 오늘은 대한민국 국회가 사망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