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공익감시

공모사업을 넘어, 공익이 자라는 생태계로

공익의 주인은 시민이다. 수행기관에는 투명한 운용과 전문성이, 행정에는 부실을 예방하고 역량을 키우는 책임이 있다. 사회투자기금 분쟁을 통해 공모사업의 수보다 공익 생태계의 건강을 행정의 성과로 물어야 한다.

공익금융이 법정 다툼이 되기까지

공익을 지원하려고 만든 금융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서울시가 한국사회혁신금융과 대표이사에게 대여금 반환을 청구한 사건이다. 10월 7일 한겨레에 실린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장의 기고 [「서울시는 왜 공익 실천가의 목을 조이는가」](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281248.html)는 청구액이 10억원을 넘는다며, 공익에 헌신한 사람에게 손실을 떠넘긴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앞선 10월 1일 관련 보도에 이미 해명자료를 냈다. 10월 2일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해명의 요지는 계약과 법령에 따른 공적 채권관리라는 것이다. 이번 기고의 주장을 살펴보려면 이 해명도 함께 읽어야 한다.[1](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19558)

공익 실천가의 희생을 호소하는 기고와 상환 의무를 강조하는 서울시 사이에서, 씨앗은 시민의 이익을 기준으로 이 사건을 본다. 시민의 돈이 어떻게 운용됐는지, 행정은 그 돈을 맡은 주체가 책임을 수행하도록 얼마나 도왔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회투자기금은 2012년 조성됐다. 서울시가 민간 수행기관에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수행기관이 자체 조달한 자금을 보태 사회적경제기업 등에 재융자하는 구조였다. 지원 대상 선정과 상환관리는 수행기관의 재량에 맡겨졌다. 기존 금융에서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기업에 길을 열어주면서, 민간기관의 심사·관리 능력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2](https://news.seoul.go.kr/economy/archives/84207)

한국사회혁신금융은 2016년 설립된 민간 주식회사다. 회사는 서울시 기금 수행기관으로 2016~2021년 참여했고, 누적 자금 연결 규모가 170억원을 넘는다고 자체 발표한다. 기금 운용과 함께 재무 컨설팅, 기업 육성, 교육·연구를 수행해왔다.[3](https://www.ksifinance.com/36137637-1d24-8050-b2bd-ff77a475ad9e)

위험 분담을 말하는 기고, 계약을 말하는 서울시

기고는 이 구조에서 수행기관과 대표 개인이 떠안는 위험을 문제 삼는다. 낮은 금리로 금융 접근이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면서,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수행기관이 갚고 대표까지 연대보증 책임을 지게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재난으로 손실이 발생했고, 서울시가 2020년 부담 완화를 논의한 만큼 공공이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상환 경위부터 다르게 설명한다. 2025년 5월 만기 채권을 상환하지 않은 뒤 다른 대여금에서도 분할상환금과 이자가 연체됐고, 약정에 따라 기한의 이익이 상실됐다는 입장이다. 남은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일시 상환을 요구한 데 계약상 근거가 있다는 설명이다.[1](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19558)

서울시는 대여조건이 공모 당시 공개됐고 수행기관이 이를 숙지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2020년 부담 완화 논의도 향후 제도개선 검토였으며, 기존 대출의 회수 면제나 손실보전을 약정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채무 감면의 법적 근거가 없고, 본안소송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안내한 1심 선고 예정 시점은 2026년 12월이다.[1](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19558)

기고는 정책 목적과 위험 분담을 강조하고, 서울시는 계약과 채권 보전 의무를 강조한다. 실제 상환 책임은 계약서, 연체 내역, 기한의 이익 상실 요건, 회의록과 후속 문서로 판단할 사안이다. 그 판단과 함께 정책이 지속될 수 있는 구조였는지도 검증해야 한다.

공익의 주인은 시민이다

기금 개편의 배경에는 운영상 문제도 있었다. 서울시의회 보고서는 일부 수행기관의 이해관계 업체 대출, 회원사 우대, 중복 융자, 심사위원의 제척·회피 의무 소홀을 지적했다.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추가한 뒤 비용 부담으로 응모 기관이 없어 기존 운용이 막혔다는 경위도 담겼다. 2023년에는 기금을 중소기업육성기금의 사회적경제계정으로 통합하고 운용방식을 바꿨다. 이 지적은 기금 전체에 관한 것으로, 한국사회혁신금융의 개별 위반 여부는 현재 확보한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4](https://ms.smc.seoul.kr/record/appendixDownload.do?key=3a5c0fe89f4397d19e36c16d0e9e6a52493f54f77d63a9be644da297ca3067dede3c959634b1cda9)

씨앗이 보는 공익의 주인은 시민이다. 공익기관은 시민의 이익에 복무해야 한다. 진영과 조직의 이해가 시민보다 앞서면 공익의 정당성이 흔들린다. 높은 도덕성은 공정한 지원 대상 선정, 투명한 회계, 이해충돌 방지와 책임 있는 자금 관리로 드러나야 한다.

공익기금을 운용한 회사는 ‘공익 실천가’라는 말 속에 숨어서는 안 된다. 지원의 선의를 제도로 이어가는 것이 맡은 일이다. 어떤 기준으로 대출했고, 위험을 어떻게 점검했으며, 연체가 발생한 뒤 무엇을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선의를 오래 지키려면 전문성과 내부통제가 필요하다.

공모를 넘어, 수행할 주체를 키우는 행정

행정에는 그 책임을 감당할 주체를 키울 의무가 있다. 공익의 길에는 돈이 되기 어렵고 성과가 늦게 나타나는 일이 많다. 헌신만으로 회계와 금융의 전문성을 채울 수는 없다. 행정은 부족한 능력을 확인하고 훈련하며, 실무 지원과 지속적인 지도·감독으로 부실을 예방해야 한다.

이번 분쟁에서 특히 짚을 것은 공모사업을 만드는 행정과 공익 생태계를 키우는 행정의 차이다. 공고를 내고, 수행기관을 선정하고, 돈을 배정하는 것으로 공익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사업이 끝난 뒤에도 시민에게 필요한 일을 이어갈 조직과 전문성이 남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모 전에 사업 목적과 감당할 위험을 함께 설계하고, 수행 중에는 회계·법률·심사 자문과 위험 점검을 제공해야 한다. 연체나 사업 차질이 나타나면 조기에 대응하고, 사업 종료 후에는 경험과 실패를 다음 기관이 배울 수 있도록 축적해야 한다. 필요한 자금과 사람, 전문성이 연결되고 시민의 평가가 들어올 통로를 만드는 것이 공익 생태계다.

행정은 공모사업의 수와 예산 집행률보다 이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해졌는지에 더 신경 써야 한다. 공익기관이 정산 서류를 맞추는 능력과 시민에게 필요한 일을 지속하는 능력을 함께 갖추도록 해야 한다. 진영과 관계망에 치우치지 않는 참여 기회, 독립적인 심사, 여러 해에 걸친 역량 지원도 그 기반이다.

회수의 근거와 예방의 기록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서울시에는 수행기관을 대상으로 어떤 교육과 자문을 제공했고, 위험 신호를 언제 발견했으며, 개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설명할 책임이 있다. 현재 확인한 해명은 채권 회수의 근거를 중심으로 한다. 예방과 육성이 충분했는지는 관련 기록을 더 살펴야 한다. 계약을 집행하는 행정의 책임과 공익을 키우는 행정의 책임을 각각 확인해야 한다.

손실도 원인에 따라 다뤄야 한다. 고의적 부정과 이해충돌에는 엄격하게 책임을 묻고, 역량 부족에는 훈련과 개선을 통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 성실한 심사·관리에도 피하기 어려웠던 재난 피해는 객관적 자료와 공정한 기준에 따라 지원·조정 가능성을 검토할 사안이다. 손실 분담에는 다른 수행기관과 시민이 납득할 근거가 필요하다.

시민의 돈을 지키는 일과 공익의 길을 지키는 일은 함께 가야 한다. 씨앗은 수행기관의 대출·회수·손실 자료와 서울시의 교육·지원·위험 점검 기록을 살필 것이다. 그 돈이 누구에게 도움이 됐고, 부실을 얼마나 예방했으며, 공익을 계속 수행할 주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할 것이다.

행정의 성과는 남은 생태계로 평가해야 한다

공익 공모사업은 출발점이다. 행정의 성과는 공모가 끝난 자리에 남은 생태계로 평가해야 한다. 시민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조직이 더 투명해졌는가. 더 유능해졌는가. 다음 사업을 책임 있게 수행할 힘을 얻었는가. 어렵게 연 공익의 문을 지키고 넓히는 책임은 그 결과로 드러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