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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85주째 상승, 전세에서 내 집으로 가는 길은 좁아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85주째 올랐고 새 전월세 계약에서 월세 비중은 더 커졌다. 공공주택 공급 약속만으로는 월세를 내며 저축해야 하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길이 열리지 않는다. 용산 공급의 입주 시점과 일반 무주택자 몫을 따져 본다.
서울 아파트값이 85주 연속 올랐다. 9월 셋째 주 상승률은 0.13%다. 강남 3구는 내렸지만 서대문·동대문·성북·노원·중랑·강서구의 대단지와 역세권 아파트가 올랐다. 그동안 ‘서울 외곽의 집부터 마련해 보자’고 생각하던 사람에게 더 아픈 숫자다.
전세를 살며 보증금과 저축을 모아 작은 집을 사고, 형편이 나아지면 더 넓은 집으로 옮기던 길이 있었다. 그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던 황금시대였다는 뜻은 아니다. 전세보증금 대출을 갚아야 했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도 있었다. 그래도 월마다 나가는 주거비를 줄이고 목돈을 쌓을 여지는 있었다. 지금은 집값이 먼저 달아나고 전세 계약도 월세로 기운다.
국토교통부의 7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8.3%로, 지난해 같은 기간 61.8%보다 6.5%포인트 높아졌다. 서울은 69.7%다. 보증부 월세와 반전세를 포함한 새 계약의 비율이다. 전셋집 열 채 중 일곱 채가 한꺼번에 월세로 바뀌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집을 새로 구하는 사람에게 월세가 점점 피하기 어려운 선택이 된 것은 분명하다.
한 달 월세 100만 원이면 1년에 1,200만 원이다. 이는 어느 특정 가구를 취재한 사례가 아니라 비용을 보여 주기 위한 계산이다. 월세가 늘고 집값도 오르면 무주택자는 보증금을 키울 돈과 집을 살 돈을 동시에 모아야 한다. 한국은행은 청년층의 주거비가 1% 상승할 때 총자산이 0.04%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집값 상승에 따른 소비·후생의 손실이 젊은 무주택층에 집중된다고 봤다.
집은 언제 나오나
정부도 공급 부족을 인정한다. 8월에는 수도권 23만 호 이상 추가 공급과 정비사업 지원을 발표했고, 9월에는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9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보편형 공공임대가 19만 호, 공공분양이 약 24만 호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도 기존 계획보다 4,000호를 늘린 1만 호를 짓겠다고 했다.
집을 더 짓겠다는 발표는 반갑다. 다만 용산의 1만 호는 정부 계획대로 진행돼도 2028년에 공사를 시작한다. 오늘 월세를 내는 사람은 입주할 수 있는 날까지 몇 번의 계약을 더 갱신해야 하나. 어느 위치에, 어떤 크기로, 얼마에 나오는 집인지도 아직 알 수 없다.
서울연구원의 2025년 모니터링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준공은 5만 5천 호로 2015~2025년 연평균의 81.5%였다. 2024년 기준 서울 주택보급률은 93.9%였다. 서울에서는 가구 증가를 따라잡는 공급이 오래도록 어려웠다는 뜻이다.
도시재생이 필요한 동네는 있다. 주민을 한꺼번에 밀어내는 재개발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낡은 집을 고쳐 쓰는 일과 수요가 몰리는 도시에 새 집을 충분히 짓는 일은 같은 일이 아니다. 서울연구원은 2019년 말까지 해제된 뉴타운·재개발 정비구역 386곳 중 193곳에 대안 사업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해제된 지역 모두가 개발 가능했거나, 이 숫자만큼 집이 지어졌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해제 이후 무엇으로 주택과 생활 기반을 보충했는가’라는 질문은 남는다.
정비사업은 시장에 맡기기만 하면 저절로 풀리는 일도 아니다. 사업 기간이 길고 기반시설, 이주 대책, 조합 갈등과 공사비를 풀어야 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준공에서 정비사업의 비중을 65.4%, 평균 사업 기간을 14년으로 분석했다. 지난 정부도 공급 확대책을 내놨지만 가시적 공급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특정 정당 하나에 오늘의 집값을 모두 돌릴 수 없는 이유이며, 동시에 매번 규제를 바꾸거나 발표 물량만 키워서는 안 되는 이유다.
노자의 말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이 떠오른다. 큰 나라를 다스리기는 작은 생선을 조리하듯 하라는 뜻이다. 부동산을 너무 자주 뒤집으면 공급을 준비하는 사람도, 삶을 계획하는 사람도 다음 규칙을 알기 어렵다. 투기를 막는다는 이름으로 정상적인 주택 공급의 예측 가능성까지 없애서는 안 된다.
‘기본’이라는 말이 빠뜨린 사람
공공임대는 집이 급한 사람에게 필요하다. 오래 살 수 있는 집을 늘리는 일도 반갑다. 이번 계획에는 공공분양 24만 호가 있고, 정부는 재개발·재건축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119만 호라는 공적주택 공급 숫자를 앞세운 정부의 설명을 듣다 보면 묻게 된다. 시민이 스스로 마련할 집은 얼마나 더 생기나. 민간이 지을 수 있는 땅과 시간은 얼마나 열어 줄 것인가.
씨앗은 ‘기본주택’이라는 구호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 누구나 안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집을 구할 때마다 국가가 정한 자격과 물량에 줄을 서야 한다면 그것을 주거 사다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기본소득으로 생활비를 보태도 부족한 집이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월세와 분양가가 오르면 그 돈마저 집주인에게 흘러갈 수 있다. 주거 문제에는 현금 지원보다 실제로 살 수 있는 집이 먼저다.
용산이나 성수처럼 입지가 좋은 땅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집을 짓는 일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공급 조건을 나이와 혼인 여부에 과도하게 묶으면 같은 동네에서 오래 월세를 내며 살아온 40대 무주택자, 혼자 사는 중년, 자녀가 없는 부부는 어디로 가야 하나. 용산 1만 호 가운데 이들이 신청할 수 있는 집은 몇 호인가. 공급 비율과 소득·연령 조건부터 밝혀야 한다. 그 숫자를 봐야 누구를 위한 집인지 판단할 수 있다.
공공이 취약한 사람을 돕되 민간도 수요가 있는 곳에 집을 지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은 안전과 이주 대책을 갖춘 뒤 인허가 기간과 사업성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작은 전월세 주택을 공급할 길도 열어야 한다. 개발이익을 어떻게 나눌지와 새 집이 실제로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같은 표에 놓고 판단하면 된다. 투기를 막겠다는 구호와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호만 번갈아 내놓아서는 전세에서 월세로 밀려난 시민의 시간이 돌아오지 않는다.
씨앗은 이렇게 본다. 주거 정책의 성적표는 공공주택을 몇 호 약속했는지가 아니다. 월세를 내는 사람이 저축을 이어 갈 수 있는가, 무주택자가 자신의 형편에 맞는 집을 살 선택지를 다시 갖는가다. 다음 발표에서는 용산의 착공일과 입주일, 일반공급과 특별공급의 비율, 정비사업에서 실제 늘어나는 주택 수를 함께 밝혀야 한다. 그 숫자가 주거 사다리의 높이를 말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