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태양광은 되고 스마트농업은 왜 어려운가
농지를 지키려면, 먼저 그 땅에서 농업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스마트농업의 재배·선별·포장·저장·출하를 하나의 생산과정으로 심사하자는 제안이다.
농지를 바라보는 기준
농지는 농사를 짓는 땅이다. 그래서 좋은 농지는 쉽게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게 했다. 농업진흥지역을 지정하고 개발을 제한한 것도 땅 주인을 불편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농사지을 땅을 남겨두기 위해서였다. 기후변화와 국제분쟁, 공급망 불안이 반복되는 시대라면 더욱 그렇다. 농지는 개인의 재산이면서 동시에 국가의 식량안보를 떠받치는 생산기반이다.
그런 농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을 제도화하는 법률이 마련되고, 정부에서는 농사짓기 어려운 농지를 활용해 태양광으로 농가소득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우량농지는 지키되 현실적으로 경작하기 어려운 땅에는 새로운 소득의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필자의 관심은 태양광의 찬반에 있지 않다. 궁금한 것은 농지의 이용방법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농업 이외의 소득을 만들기 위해 농지 이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면, 농업 자체의 생산성과 소득을 높이기 위한 변화에는 왜 더 넓은 길을 열지 못하는가.
입체화된 농업, 평면에 머문 규제
버섯농장에 가보면 농업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재배판을 옆으로 늘어놓았지만 이제는 선반을 여러 층으로 쌓는다.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센서가 읽고 기계가 재배환경을 조절한다. 같은 바닥면적에서 훨씬 많은 버섯을 생산할 수 있다. 농업이 평면에서 입체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생산성이 높아지자 뜻밖의 문제가 생긴다. 재배면적은 작아졌는데 수확량이 늘어나니 선별하고 포장하고 저장하는 공간은 오히려 더 커져야 한다. 저온창고와 가공시설이 필요하고 냉장차와 지게차가 움직일 상하차장도 있어야 한다. 위생을 위해 바닥을 포장하고 용수와 배수, 오·폐수처리시설도 갖춰야 한다. 멀리서 보면 전통적인 농장보다 작은 공장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공장처럼 생긴 농업은 농업이 아닌 것일까.
농업진흥구역에서는 이 질문이 현실이 된다. 재배사는 농업시설로 인정되더라도 일반적인 사무실이나 식당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농산물의 저장·가공·처리시설 역시 설치주체와 용도, 규모 등 법령이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부속시설을 허용하더라도 시설별 면적제한이 실제 농장의 운영에 필요한 규모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스마트농업에서는 재배시설과 부속시설 사이의 오래된 면적관계가 깨진다. 예를 들어 기술발전으로 재배동의 바닥면적은 절반이 되었는데 생산량은 두 배가 되었다고 해보자. 수확한 농산물을 선별하고 포장하고 저장하는 시설은 절반으로 줄일 수 없다. 오히려 처리해야 할 물량이 늘었으니 더 커져야 한다. 재배동보다 창고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농업성이 약하다고 판단한다면 기술이 발전한 농장일수록 규제에서 불리해지는 역설이 생긴다.
재배에서 출하까지 하나의 생산과정
수경재배 방울토마토도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흙 대신 배지에 뿌리를 내리고 양액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며 온도와 습도, 일사량을 데이터로 관리한다. 전남농업기술원이 방울토마토 농가의 경영성과를 분석한 자료에서는 수경재배 농가의 수량과 소득의 상관계수보다 판매단가와 소득의 상관계수가 더 높았다. 결국 많이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선별하고 등급화하고 포장하여 제값을 받고, 저장하여 출하시기를 조절해야 스마트팜에 투자한 돈도 돌아온다.
법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현행 농지법 시행규칙은 고정식온실과 버섯재배사 등에 연접한 시설 가운데 농작물의 ‘경작·재배·관리·출하 등 일련의 생산과정’에 직접 이용되는 시설을 부속시설로 인정한다. 농산물보관실과 작업장, 진입로도 그 범위에 들어간다. 농업을 단순히 작물을 키우는 행위가 아니라 출하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생산과정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시설을 허용하면서도 필요한 규모를 인정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산과정이 완성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스마트농업에는 선별장과 저온창고뿐 아니라 생산관리와 품질관리, 출하관리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고, 규모가 커지면 근로자를 위한 식사와 휴게공간도 필요하다. 여러 농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가공시설과 물류장, 용수와 오·폐수처리시설도 필요할 수 있다. 이들을 하나씩 떼어 각각 면적을 제한하면 하나의 농업생산 과정이 규제 앞에서 조각난다.
면적보다 기능을 심사하자
필자는 그래서 농업진흥구역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식량안보를 위해 제대로 지키려면 규제방식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본다. 일반 공장과 아파트, 일반 음식점과 단순 물류창고는 계속 엄격하게 막되 일정한 요건을 갖춘 스마트농업은 재배·선별·가공·포장·저장·출하와 필요한 기반시설을 하나의 ‘농업생산시설군’으로 묶어 심사하는 것이다.
그때 기준은 단순한 면적비율보다 기능이어야 한다. 연간 100톤을 생산하는 농장과 1천 톤을 생산하는 농장에 같은 크기의 창고를 요구할 이유가 없다. 창고가 재배동보다 큰지를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생산량에 비추어 필요한 규모인지 보면 된다. 사무실도 일반 회사의 사무실인지 생산·품질·출하를 관리하는 곳인지, 식당도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음식점인지 그 농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식사공간인지 구별할 수 있다. 면적을 규제하기보다 농업과의 기능적 연결을 규제하는 것이다.
대신 문을 넓히면 울타리는 더 단단하게 세워야 한다. 농업을 핑계로 일반 공장이나 물류창고, 음식점과 주택을 짓게 해서는 안 된다. 생산량과 처리량, 고용인원과 시설규모의 관계를 확인하고 실제 이용실적을 사후 관리해야 한다. 농업과의 연결이 끊어지면 특례도 끝나게 하면 된다. 농업에는 필요한 공간을 열어주고, 투기에는 문을 닫는 것이다.
농업으로 살아갈 수 있는 땅
이것이 식량안보에도 맞는다. 식량안보는 농지 면적만 많이 남겨놓는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농지가 있어도 농사지을 사람이 없고, 생산비를 감당하지 못하며, 투자한 돈을 회수할 수 없어 농사를 포기한다면 그 땅의 식량생산 기능도 사라진다. 농지를 보전하는 것과 그 농지에서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소득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식량안보라는 같은 지붕을 받치는 두 기둥이다.
버섯은 위로 자라고 방울토마토는 흙을 떠나 양액과 데이터로 자란다. 이제 농지는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공간까지 논의되고 있다. 농업이 입체화되고 산업화되는데 농지규제만 평면의 면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농지를 지킨다는 것은 옛날 농지의 모습을 그대로 남기는 일이 아니다. 지켜야 할 것은 농업이 계속될 수 있는 땅이다.
농지를 지키려면, 먼저 그 땅에서 농업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