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집을 사는 시민에게 계좌부터 내놓으라는 법인가

부동산 불법거래는 잡아야 한다. 그러나 9월 23일 다시 발의된 부동산감독원법에도 직권 조사와 행정조사 단계의 금융거래정보 요구권이 남아 있다. 집을 사는 시민이 언제부터 자신의 정상적인 거래를 국가에 해명해야 하는가.

집 한 채를 사는 데에는 한 가족의 시간이 들어 있다. 월급을 모으고 대출을 알아보고,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그 거래에 탈세나 허위계약의 흔적이 있다면 국가는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집을 샀다는 이유로 시민의 돈 흐름을 어디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9월 23일 김현정 의원은 앞서 발의한 부동산감독원 설치법을 철회하고 새 안을 발의했다. 신용정보 요구 근거를 빼고, 금융거래정보 요구 대상을 좁히고, 조사·수사 부서의 정보 교류를 제한했다. 비판을 듣고 법안을 고친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가장 무거운 권한은 여전히 남았다. 감독원이 자체 판단으로 조사에 착수하고, 행정조사 단계에서 법원의 영장 없이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다.

씨앗이 묻는 것은 하나다. 불법거래를 잡는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거래를 한 시민에게까지 언제든 자신의 돈을 해명할 부담을 지울 것인가.

  • 투기를 단속할 권한과
  • 시민의 삶을 상시 들여다볼 권한은 다르다.

고친 법안이다. 그래도 남은 권한을 봐야 한다

2월 발의안은 국무총리 소속 감독원에 직접 조사와 관계기관 업무 조정 기능을 주고, 출석·진술·서류 제출 요구와 현장조사, 금융·과세 자료 요구까지 규정했다.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이 안을 두고 영장 없는 정보 접근과 권한 집중 논란이 일었다.

9월 재발의안에 관한 보도에 따르면 신용정보 요구 근거는 삭제됐다. 공공정보와 금융거래정보 요청은 조사 대상자에게 한정하고 참고인은 제외했다. 금융정보는 조사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요구하며, 받은 자료는 1년 뒤 파기하고 조사·수사 부서의 정보관리 시스템도 나누도록 했다. 예전 안에 있던 포괄적인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관계자'라는 문구도 빠졌다. 이것을 빼놓고 예전 법안을 그대로 비판한다면 독자에게 현재 법안의 모습을 잘못 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직권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는 조사 착수 사유가 남았다. 영장 없이 행정조사 단계에서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는 구조 역시 유지됐다. 대상과 보유기간을 줄였다는 사실이 조사 개시의 경계까지 분명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재발의안의 조문 원문은 공개 보도와 별도로 국회 심사 과정에서 계속 대조해야 한다.

부정청약을 잡자고 집을 사는 시민부터 의심할 것인가

허위 계약으로 시세를 부풀리고, 부정청약으로 남의 기회를 빼앗고, 편법증여로 세금을 피하는 행위를 방치할 수 없다. 국토부는 거래를, 국세청은 세금을, 금융당국은 대출을, 경찰은 범죄를 살핀다. 여러 법률 위반이 한 거래에 얽히면 기관 사이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발의 취지도 타당하다.

국토연구원도 거래 정보를 연계하고 반복적인 위반을 더 엄격히 제재하며 관계기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장기적으로 감독기구의 일원화도 검토했다. 그러나 연구가 새 기관에 직접 조사와 금융정보 요구 권한을 한꺼번에 줘야 한다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는 먼저 어떤 사건이 기존 기관 사이에서 누락됐고, 협력 규칙을 고쳐서는 왜 해결할 수 없는지 보여줘야 한다.

한국경제는 이미 있는 단속 장치 위에 기관을 더하는 과잉 입법을, 문화일보는 개인의 거래가 상설 감독 대상이 될 때의 시장 위축과 정치화 위험을 지적했다. 매일신문은 영장 없는 금융정보 접근을 비판했다. 이 사설들은 주로 2월 안을 다룬다. 새 안에서 삭제된 신용정보 조항을 다시 끌어와 겁을 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시민에게 설명 없이 넓은 조사 재량을 줄 수 없다는 그들의 질문은 9월 안에도 살아 있다.

정상적인 거래를 증명하는 비용은 누가 내는가

신혼부부가 첫 집을 사면서 부모에게 돈 일부를 빌렸다고 하자. 차용증과 이체 내역을 갖춘 정상적인 거래일 수 있다. 하지만 신고 한 건이나 자료 분석이 조사의 출발점이 되면 가족은 자금의 성격을 설명하고 자료를 모으고 조사에 응하는 시간을 치른다. 조사를 받았다고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그래서 무혐의로 끝나는 거래에 쓴 시민의 시간도 제도의 비용으로 계산해야 한다.

금융거래정보는 집값을 치른 그날의 이체 하나만 보여주지 않는다. 어느 기간의 어느 계좌를 요청하느냐에 따라 가족 사이의 지원과 생활의 흔적이 드러난다. '조사에 필요한 최소한'이라는 문구가 실제로 몇 개월의 거래, 몇 개 계좌, 어떤 관계인의 정보까지 허용하는지 시민은 알 수 있는가. 국가가 시민에게 장부를 내놓으라면 국가도 조사 착수 사유와 요청 범위를 기록하고 설명해야 한다.

정보를 1년 뒤 파기하겠다는 약속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읽은 정보를 파기한다고 조사 당시의 사생활 침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조사·수사 부서를 나누는 장치도 마찬가지다. 수사에서의 증거 사용을 통제하는 문제와 애초 행정기관이 어디까지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

감독원을 만들면 집값이 잡히는가

부동산감독원은 불법거래를 적발하는 기관이다. 집을 새로 짓거나 시민이 살 수 있는 가격으로 공급하는 기관이 아니다. 불법행위를 단속해 거래의 공정성을 높이는 일과 주거비를 낮추는 일을 한 성과처럼 팔아서는 안 된다.

OECD는 한국 주택시장 연구에서 수요가 늘어도 토지 이용 규제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가격이 오른다고 분석했다. 국토연구원의 거래활동 조사에서는 주택 매수 목적이 거주 중심으로 나타났다. 감독을 강화할수록 공급과 입지, 일자리 집중, 주거 사다리를 함께 다뤄야 한다. 모든 가격 불안을 '투기꾼을 더 찾아내면 풀릴 문제'로 설명하는 순간 실수요자의 문제는 뒤로 밀린다.

조직에는 세금도 든다. 9월 초 보도에 따르면 2027년도 제출 예산안에는 감독원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22명 규모라는 가정 아래 연간 약 180억 원의 운영비를 추산했다. 확정 예산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 기관이 기존 기관의 협력보다 무엇을 더 해결하는지, 잘못 조사받은 시민의 부담을 어떻게 줄이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계좌를 열기 전에 국가의 권한부터 밝혀라

씨앗은 부동산 범죄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지지한다. 부정청약 피해자와 전세사기 피해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자유를 지킨다며 정상적인 거래를 한 사람에게 언제든 결백을 증명하라는 제도를 만들 수는 없다. 시민의 집은 투기 단속을 위한 국가의 열람실이 아니다.

국회 심사에서 볼 것은 추상적인 선의가 아니다. 직권 조사는 어떤 구체적 혐의에서 시작하는가. 금융정보 요청은 거래와 관련된 계좌와 기간으로 한정되는가. 시민은 조사 이유를 통지받고 범위를 다투며 무혐의 뒤 자료 삭제를 확인할 수 있는가. 조사 건수뿐 아니라 무혐의율, 이의신청과 권한 남용 사례를 공개할 것인가. 기존 기관에서 실제로 빠져나간 사건은 몇 건이며 180억 원이라는 가정의 비용에 걸맞은 결과는 무엇인가.

이 기준이 법 조문과 공개 가능한 운영 지표로 남지 않는다면 '투기 근절'이라는 구호만으로 시민의 계좌를 여는 열쇠를 건네줄 수 없다. 국가는 불법을 추적할 의무가 있다. 시민의 정상적인 삶까지 의심하는 권한을 가질 자격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 국가는 불법을 추적할 의무가 있다.
  • 시민의 정상적인 삶까지 의심할 자격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