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공의료는 병원 간판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경북 김천의 분만병원, 안동의 닥터헬기, 전남의 공공·민간 분만망은 지역의료가 소유 형태 하나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공병원은 필요하지만 공공병원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는 병원의 간판이 아니라 필수의료 기능과 시민이 실제로 받은 치료 결과를 계약하고 검증해야 한다.

공공병원은 필요하지만 공공병원만으로는 부족하다

2024년 1월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북 김천의 한 병원을 찾았다. 분만할 곳이 줄어든 지역의 사정을 듣기 위해서였다. 당시 정부는 전국 108곳을 분만취약지로 지정하고 54개 지역을 지원하고 있었다. 현장 간담회가 열린 김천제일병원은 2021년부터 그 사업에 참여해 온 병원이다.

이 병원은 지방의료원이 아니다. 민간병원이다.

그러나 김천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병원의 소유 형태가 아니라 문을 연 분만실이었다. 정부가 현장을 찾아 지원책을 논의한 이유도 같았다. 지역에서 사라지면 안 되는 의료를 실제로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공병원은 감염병, 응급·중증환자, 취약계층 진료처럼 수익만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영역을 떠받친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그 필요성은 더 분명해졌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안정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공공병원이라는 간판이 곧 충분한 공공의료를 뜻하지는 않는다. 건물을 세워도 의사와 간호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진료실은 비어 있다. 장비를 들여도 야간과 휴일에 가동할 인력이 없으면 주민은 다시 먼 도시로 가야 한다. 반대로 민간병원이라도 분만, 응급, 심뇌혈관, 소아진료를 계속 맡는다면 그 병원은 지역의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는 민간 의료법인인 안동병원이 경북 닥터헬기의 거점 역할을 맡고 있다. 2013년 운항을 시작한 뒤 2026년 7월까지 중증응급환자 3748명을 이송했다. 헬기의 소유 표지보다 중요한 것은 출동할 의료진과 환자를 받아 최종치료까지 이어갈 병원이다.

전남의 분만체계도 소유 형태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2020년 전남도가 소개한 24시간 분만 통합치료체계에는 공공병원인 강진의료원과 민간병원인 고흥종합병원, 영광종합병원, 해남종합병원이 함께 들어 있었다. 당시 네 기관은 직전 3년 동안 963건의 분만을 맡았다.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시설과 인력을 연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천에서도 민간병원이 먼저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을 맡았고, 2024년에는 김천의료원이 15년 만에 분만 산부인과를 다시 열었다. 어느 한쪽을 밀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에 남아 있는 역량을 함께 늘리는 방식이다. 이것이 주민에게 더 현실적인 공공의료다.

  • 공공병원은 필요하다.
  • 공공병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소유가 아니라 기능을 계약해야 한다

지역의료 정책은 병원의 소유권을 세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는 먼저 지역별로 반드시 유지해야 할 기능을 정해야 한다. 24시간 응급수술, 야간 분만, 소아 입원, 심뇌혈관 최종치료, 재활과 정신응급처럼 시장에만 맡기기 어려운 서비스가 무엇인지부터 공개해야 한다.

그다음 공공병원과 민간병원 가운데 실제로 그 기능을 수행할 기관과 계약하고 비용을 보상해야 한다. 적자가 예상되는 필수의료를 맡기면서 병원에 희생만 요구해서는 오래가지 못한다. 인건비와 당직비, 시설 유지비를 현실에 맞게 지원하되 지원금은 소유 형태가 아니라 서비스의 내용과 결과에 따라 배분해야 한다.

민간병원 지원이 특혜가 되지 않도록 조건도 분명해야 한다. 진료시간과 필수인력, 환자 수용 기준, 전원 사유, 보조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약속한 기능을 중단하면 지원금을 환수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휴진 일수, 의료진 충원, 장비 가동률, 지역 내 치료 완결률을 시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공공성은 면허가 아니다. 한 번 공공병원으로 지정됐다고 영구히 보장되는 자격도 아니고, 민간병원이라는 이유로 처음부터 배제되는 덕목도 아니다. 시민이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어떤 책임을 맡았고 그 약속을 지켰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 간판이 공공성을 만들지 않는다.
  • 시민이 실제로 받은 치료 결과가 만든다.

의료개혁의 성적표는 시민의 이동거리에서 나온다

병상 수와 예산 규모만으로 의료개혁을 평가하면 실패를 늦게 발견한다. 분만을 위해 다른 시도로 이동한 산모가 줄었는지, 응급환자가 수용 병원을 찾느라 구급차 안에서 기다린 시간이 짧아졌는지, 지역에서 치료를 시작해 끝낼 수 있는 비율이 높아졌는지를 봐야 한다.

지역마다 최소한 다섯 가지 수치는 공개할 수 있다. 야간·휴일 필수진료 가동일, 응급환자 수용과 최종치료 비율, 다른 지역으로의 전원율, 필수과 의료진의 평균 근속기간, 지원금 대비 실제 진료 실적이다. 이 수치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병원을 새로 지었든 보조금을 늘렸든 정책은 다시 설계해야 한다.

민간병원도 공적 책임을 맡을 수 있지만 세금만 받고 책임을 피해서는 안 된다. 국가는 직접 병원을 운영할 때와 민간의 기능을 구매할 때 모두 같은 기준으로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간판이 공공성을 만들지 않는다. 시민이 필요한 순간에 문이 열리고 치료가 끝까지 이어지는가. 지역의료 개혁은 이 단순한 기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