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검찰개혁은 권력을 옮겨 심는 일이 아니다
최강욱 전 의원은 검찰 출신 인사와 민주당의 소극성을 개혁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시민이 물어야 할 것은 검찰청이 얼마나 철저히 해체됐느냐가 아니라 국가의 강제력이 실제로 줄고 더 엄격히 통제되는가이다.
최강욱의 주장은 무엇인가
최강욱 전 의원의 논평은 선명하다. 검찰총장·법무부 장관 대행과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 핵심 자리에 검사 출신이 포진해 내부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고, 국무총리는 이 문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법을 바꿀 힘을 가진 민주당도 전당대회와 권력 경쟁에 몰두해 남은 과제를 외면했다고 비판한다.
그의 결론은 민주당이 더 빠르고 더 강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데 있다. 전직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까지 당내에 있는데도 공식 입장과 태스크포스조차 내놓지 못했고, 조문 논쟁에 시간을 빼앗긴 사이 반대 진영의 지연 전략에 개혁의 기회를 놓쳤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지지층의 답답함을 정확히 겨냥한다. 하지만 출발점부터 검찰청의 철저한 해체를 개혁의 기준으로 놓는다. 씨앗의 질문은 다르다. 국가가 시민에게 행사하는 강제력이 실제로 줄었는가, 아니면 다른 기관과 집권세력의 손으로 옮겨 갔는가.
- 검찰청을 얼마나 철저히 없앴는가가 아니라
- 국가의 강제력이 얼마나 엄격히 통제되는가를 물어야 한다.
먼저 인정해야 할 문제는 있다
검찰은 비판받아 마땅한 잘못을 저질러 왔다. 별건수사, 표적수사, 피의사실 공표, 과도한 압수수색과 장기간 수사로 개인과 기업을 압박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침묵을 반복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조직이 권한을 남용했다는 사실과 그 조직을 폐지해야 한다는 결론 사이에는 긴 논증이 필요하다. 어떤 권한이 어떻게 남용됐는지, 기존 제도 안에서 통제할 수 없는지, 조직을 나누면 문제가 실제로 해결되는지, 새 기관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검찰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 민주당의 처방에 동의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상대의 모든 문제 제기를 부정해야 우리 주장이 선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을 인정한 뒤에도 처방의 타당성은 더 엄격히 따질 수 있다.
첫째, 출신이 아니라 권한을 봐야 한다
검사 출신이 요직에 있다는 사실은 이해충돌과 조직 편향을 살필 이유가 된다. 그러나 출신만으로 한 사람의 판단과 정책을 단정하면 검증은 낙인으로 바뀐다. 개혁의 성패는 누가 검사였는지가 아니라 누가 인사권과 예산권, 수사지휘와 사건 배당 권한을 가지며 그 권한이 어떤 절차로 통제되는지에 달려 있다.
‘검사 출신이 있으니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는 반대편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노동운동 출신은 노동정책을, 시민단체 출신은 시민사회 정책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식의 출신 성분론으로 이어진다. 민주주의가 심사해야 할 것은 경력이 아니라 현재의 권한과 결정, 책임이다.
인적 교체는 제도 개혁의 대체물이 아니다. 우리 편 사람을 앉히는 것으로 독립성과 책임성이 확보된다는 믿음이야말로 정치가 제도를 삼키는 출발점이다.
둘째, 수사와 기소를 나눈다고 권력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담은 법률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고 두 기관은 10월 2일 출범을 앞두고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은 중수청으로, 기소와 공소유지는 공소청으로 나뉘며 경찰은 대부분의 1차 수사를 계속 담당한다.
조직을 둘 또는 셋으로 나누는 것과 국가의 강제력을 줄이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상대해야 할 기관이 오히려 늘 수 있다. 사건이 부실하게 수사됐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 수사기관과 공소기관의 판단이 충돌하면 피해자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사건이 기관 사이를 오가며 지연되거나 증거가 유실되면 누가 답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설계가 부족하면 수사·기소 분리는 권력 분산이 아니라 책임 분산이 된다. 권력은 여러 기관이 나눠 갖고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셋째, 민주당의 무관심보다 과잉 정치가 문제다
최 전 의원은 민주당이 검찰개혁에 충분히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씨앗의 관점에서 더 큰 문제는 무관심이 아니라 과잉 정치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권한 남용을 교정하기보다 검찰청 폐지라는 상징적 성과를 먼저 정하고 형사사법 체계를 그 결론에 맞춰 재편했다.
정부가 9월 4일 공개한 공소청 직제안의 의견수렴 기간은 9월 9일까지 엿새였다. 직제안에는 공소청 본청의 검사 외 인력 404명, 고등·지방공소청의 검사 외 인력 5,716명이 제시됐다. 수천 명 규모의 조직과 사건 처리 체계를 설계하면서 시민과 현장이 검토할 시간은 지나치게 짧았다.
기존 검찰과 닮은 공소청 직제가 ‘간판만 바꾼 개혁’이라는 비판을 받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필요한 기능과 책임 구조를 먼저 설계한 것이 아니라 조직을 먼저 없애고 남은 기능을 뒤늦게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구호가 행정과 사법의 현실을 앞질렀다.
넷째, 더 큰 위험은 수사권력의 정치적 예속이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아래에, 공소청은 법무부 아래에 놓인다. 집권세력이 두 기관의 인사와 예산, 지휘 체계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검찰의 정치화를 없애는 대신 수사기관 전체를 행정부에 더 깊이 예속시킬 수 있다.
검찰이 야당과 전 정부를 수사할 때는 정치검찰이라 비판하면서 자신들이 만든 기관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일 것이라고 믿을 근거는 없다. 오늘의 집권세력이 선하다는 믿음으로 만든 강력한 기관은 내일 다른 정권의 손에 들어간다.
권력의 선의는 제도가 아니다. 보수의 제도관은 좋은 사람에게 큰 권력을 맡기는 데서 출발하지 않는다. 누가 권력을 잡더라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게 묶는 데서 출발한다.
- 권력의 선의는 제도가 아니다.
- 누가 잡더라도 남용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제도다.
시민에게 남는 비용은 무엇인가
범죄 피해자에게 중요한 것은 검찰과 경찰 중 어느 조직이 더 많은 권한을 갖느냐가 아니다. 자신의 사건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되는가이다. 피의자에게 중요한 것도 기관의 간판이 아니라 무리한 수사와 장기간 압박으로부터 방어할 권리가 보장되는가이다.
대규모 조직 개편의 비용은 정치인이 아니라 사건 당사자가 먼저 감당한다. 이관 기준이 불명확하면 사건이 지연되고, 전산과 기록 체계가 맞지 않으면 자료가 누락되며, 수사와 기소의 판단이 충돌하면 피해 구제는 늦어진다. 새 청사와 직제, 인력 재배치에 들어가는 예산도 결국 납세자의 몫이다.
따라서 개혁의 성과는 폐지한 기관의 수가 아니라 처리 기간, 재수사와 반려 비율, 무죄와 위법수사 배상, 피해자 만족도, 변호인 참여와 증거 접근권 같은 시민의 지표로 공개돼야 한다.
진짜 개혁은 조직이 아니라 권력을 겨냥해야 한다
검찰개혁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검찰의 권한 남용은 더 정밀하고 강하게 통제해야 한다. 별건수사의 범위를 법률로 제한하고, 피의사실 공표와 수사정보 유출에 실질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압수수색의 범위와 기간을 엄격히 통제하고 장기수사에는 독립적 심사를 붙여야 한다.
피의자의 증거 접근권과 변호인의 참여권을 넓히고, 무리한 기소와 위법수사에는 검사 개인과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경찰과 중수청에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기관 이름에 따라 인권 기준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수사기관의 사건 배당과 지휘 변경, 불기소와 재수사 요구의 이유를 기록하고 사후 검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치권의 비공식 지시를 차단하고 인사·예산권의 남용을 통제할 장치도 필요하다. 이것이 권력을 옮기는 개혁과 권력을 묶는 개혁의 차이다.
씨앗의 결론
최강욱 전 의원의 주장은 민주당이 개혁의 속도를 잃었다는 지지층의 불만을 강하게 대변한다. 그러나 속도는 정당성을 대신하지 못한다. 검찰청을 없애는 일이 목표가 되는 순간 시민의 자유와 안전, 절차와 책임은 뒤로 밀릴 수 있다.
민주당의 문제는 개혁 의지가 약했다는 데만 있지 않다. 검찰의 과오를 정치적 동력으로 삼아 거대한 형사사법 개편의 결론부터 정하고, 위험과 전환비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데 있다.
검찰의 권력을 경찰과 중수청으로 옮기는 것은 그 자체로 개혁이 아니다. 검찰을 집권세력에 더 잘 순응하는 공소기관으로 만드는 것도 개혁이 아니다. 국가의 수사·기소 권력 전체를 법과 절차 안에 묶고 정치로부터 거리를 두게 하는 것이 진짜 개혁이다. 간판은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권력은 감시하지 않으면 다른 이름으로 다시 자란다.
씨앗이 계속 지켜볼 것
공소청과 중수청의 최종 직제에서 인사·예산·사건 지휘 권한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기관 사이의 책임 공백을 막을 절차가 마련되는지 확인할 것이다.
출범 이후에는 사건 처리 기간, 이첩과 재수사 요구, 무죄와 위법수사 배상, 피해자 구제 지표가 투명하게 공개되는지 살필 것이다.
그리고 같은 인권 기준이 검찰 출신뿐 아니라 경찰과 중수청 수사관, 어느 정권의 정치인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지 계속 묻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