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공익감시

대법관 26명 시대, 참여연대는 왜 청와대의 인사권은 묻지 않나

참여연대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를 비판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손봉기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은 결정도 대법관 공석에 영향을 미친다. 대법관 정원을 26명으로 늘리는 시기, 시민단체는 두 기관의 권한 행사를 함께 감시해야 한다.

이미 제청된 후보, 국회로 가지 못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8월 18일 손봉기·김성수 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제청했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의 절차는 진행하면서 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사전 협의 없이 서면으로 제청해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다른 후보자를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요청 공문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9월 23일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를 두고 ‘헌법 위에 서려하나’라고 비판했다. 대법관 공석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해친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제청을 오래 미룬 조 대법원장은 그 경위를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공석이 이어지는 과정에는 제청 이후 손 후보자의 절차를 중단한 청와대의 결정도 있다. 참여연대 논평은 이 결정에 따른 책임을 같은 무게로 묻지 않았다.

씨앗은 앞서 [손봉기 재제청 공방을 다룬 뉴스](/news/supreme-court-renomination-standoff-2026)에서 사건의 경과와 양측 주장을 정리했다. 이번에는 그 공방을 바라보는 시민단체의 감시 기준을 따져본다.

사전 협의는 언제 필수 절차가 됐나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정한다. 세 기관에 각각 다른 권한을 맡긴 것이다. 사전 협의는 그 사이의 갈등을 줄여 온 관행이다. 협의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제청 자체에 법적 흠결이 생기는지는 별도로 다툴 문제다.

참여연대는 대통령과의 사전 조율 없이 제청한 일을 헌법의 권력분립 원리를 훼손한 행위로 규정했다. 대통령의 임명권은 존중해야 한다. 동시에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고 다른 후보를 요구할 때,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국회의 동의권이 어디까지 유지되는지도 물어야 한다. 이 권한의 경계는 아직 확정된 사법 판단이 아니라 현재의 쟁점이다.

12명이 늘어나는 대법원, 누가 그 자리를 채우나

이번 충돌을 한 자리의 인사 갈등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국회는 올해 2월 대법관 정원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참여연대는 사건 부담을 덜고 대법원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며 증원을 지지했다. 그 필요성은 토론할 수 있다. 동시에 새로 생기는 12석의 제청과 임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살펴야 한다.

증원 일정과 기존 대법관들의 임기를 합산하면 현 대통령이 임기 중 전체 26명 가운데 22명을 임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명이 모두 새 자리라는 뜻은 아니다. 증원 12명과 임기 중 퇴임하는 기존 대법관 10명의 후임을 더한 전망치다. 실제 인사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이 숫자만으로 사법부 통제의 의도가 입증되지는 않는다. 다만 대법원의 구성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시기에 청와대가 제청된 후보 한 명의 절차를 멈추고 다른 후보를 요구했다면, 대통령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커지는지 감시할 이유는 충분하다.

시민단체는 두 권력을 함께 감시해야 한다

조 대법원장은 왜 제청이 늦어졌는지, 왜 손 후보자를 선택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청와대도 손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멈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후보 개인의 적격성 문제인지, 대법원 구성에 관한 판단인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제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인지에 따라 국민이 평가할 내용은 달라진다.

지난 농지 전수조사에서 씨앗은 [경실련의 조사 완수 촉구를 다룬 기사](/columns/farmland-ownership-without-an-exit)를 통해 물었다. 조사로 처분명령을 받을 시민이 실제로 농지를 팔 수 있는지도 살펴보았느냐고. 이번에도 기준은 같다. 참여연대가 대법원장의 권한 행사를 비판한다면, 대통령실의 결정이 사법부 인선에 어떤 선례를 남기는지도 감시해야 한다.

시민단체가 지켜야 할 자리는 어느 기관의 편도 아니다. 대법관 공석으로 재판을 기다리는 시민, 그리고 앞으로 구성될 대법원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판결하기를 바라는 시민의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