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칼럼

포로를 보내 준 나라와 왜 싸우나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문재인·윤석열 정부를 거쳐 이어졌다. 포로의 한국행을 함께 성사시킨 뒤 대사 소환까지 간 대응은 어떤 국익을 지키는가. 추가 수용을 막으려는 의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관계 악화가 다음 포로의 길을 좁힐 위험은 따져야 한다.

연대에서 대사 소환까지

2022년 3월,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이 연 기부 계좌에는 이틀 만에 23억원이 모였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나라를 돕겠다는 마음이었다. 2026년 10월 8일, 한국 정부는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로 결정했다. 두 나라가 북한군 포로 두 명의 한국행을 함께 성사시킨 직후였다.[1](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20304/112157680/2)[2](https://www.mofa.go.kr/www/brd/m_4080/view.do?page=1&pitem=10&seq=377636)

전쟁 피해자를 돕던 나라가 포로를 보내 준 나라에 강한 외교적 항의를 하고 있다. 무엇이 달라졌나. 비밀유지 약속을 둘러싼 다툼이 한국의 외교적 신뢰와 다음 포로의 한국행까지 위태롭게 만들 만큼 큰 사안인가.

한국의 연대는 어느 한 정권만의 약속이 아니었다

전쟁 초기 한국의 우호적인 태도는 시민들의 기부에만 머물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10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고, 2022년 3월에는 긴급의료품 40t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7월 키이우를 방문해 안보·인도·재건 지원을 묶은 협력 구상을 발표했다.[3](https://web3.newspim.com/news/view/20220308000557)[4](https://www.yna.co.kr/view/AKR20230715058551001)

정권은 바뀌어도 침략받은 우크라이나를 돕는 방향은 이어졌다. 이를 무제한 군사 지원과 같은 뜻으로 이해할 필요도 없다. 전쟁 초기 정부도 살상무기 제공에는 선을 그었다. 한국은 전쟁에 관여하는 범위를 제한하면서도 우크라이나와 협력할 수 있었다.[3](https://web3.newspim.com/news/view/20220308000557)

지금의 변화는 국민 전체가 우크라이나를 싫어하게 됐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당시의 기부와 지금의 외교적 항의를 비교해 국민 여론의 변화까지 입증할 수는 없다. 확인되는 변화는 한국 정부가 협력 상대를 대하는 방식이다. 연대를 강조하던 관계가 대사 소환이라는 이례적인 항의에까지 이르렀다.

북한군 포로 문제는 어떻게 한국의 일이 됐나

2025년 1월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 두 명을 생포했다. 그해 2월 한 포로의 한국행 의사가 인터뷰로 공개됐다. 당시 외교부는 한국행을 요청하는 북한군 포로를 전원 수용한다는 원칙을 밝혔고, 이 입장을 우크라이나에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5](https://www.yna.co.kr/view/AKR20250219042551504)

이 방침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전에 나왔다. 현 정부에서도 협력은 이어졌다. 국정원은 2026년 9월 중순 두 사람이 한국에 들어왔으며, 입국 전 여러 차례 자유의사를 확인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6](https://www.yna.co.kr/view/AKR20260930104751001)

한국행은 한국의 뜻만으로 성사되는 일이 아니다. 포로를 붙잡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협력이 필요하다. 두 사람이 스스로 선택한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양국이 협력했다는 점에서 이번 입국은 평가할 성과다.

우크라이나가 이 협력을 통해 한국의 지지와 지원이 커지기를 기대했을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행 사실을 공개한 배경에 무기 지원 등을 둘러싼 한국 여론의 변화를 기대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정보당국의 추정이다. 국정원은 송환에 조건이 붙거나 한국이 대가로 지원한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6](https://www.yna.co.kr/view/AKR20260930104751001)

함께 만든 성과가 왜 다툼이 됐나

갈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9월 23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이었다. 그는 북한군 포로 두 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공개했다. 한국 정부는 비공개 합의를 어겼다고 항의했다.[7](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789712)

한국은 당사자와 북한에 남은 가족의 안전을 비공개의 이유로 들었다. 국정원은 우크라이나도 다른 포로 교환 협상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먼저 보안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정상 차원의 비공개 합의는 없었다는 설명이 나왔다. 송환 경로나 세부 사항을 숨기는 것과 한국행 자체를 숨기는 것은 다르다는 입장도 보도됐다.[6](https://www.yna.co.kr/view/AKR20260930104751001)[8](https://biz.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6/09/29/QOMNMK5RPZFTTJVAJNJHUJCY7A/)[9](https://m.newspim.com/news/view/20260929000007)

공개된 설명만으로 합의의 정확한 범위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한국 정부의 설명대로 약속 위반이 있었다면 항의와 재발 방지 요구는 당연하다. 그다음에는 어떤 대응이 포로의 안전을 지키고 협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판단해야 한다.

10월 8일 SBS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그 내용이 한국이 생각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사 소환을 결정했다. 사과 메시지의 구체적인 내용은 해당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대사의 실제 귀국 시점도 협의 경과를 고려해 판단하겠다는 설명이었다.[7](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789712)

따라서 이 갈등을 우크라이나가 끝까지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은 사건으로 설명하면 현재 상황을 놓친다. 정부가 어떤 사과를 받았고, 무엇이 부족했으며, 어떤 조치를 받아야 갈등을 끝낼 수 있는지가 남은 쟁점이다.

정권이 바뀌면 국가의 약속도 달라지는가

새 정부는 외교의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 북한과의 대화, 전후 재건 참여를 함께 고려할 수도 있다. 그 조정은 상대국이 이해할 수 있는 설명과 일관된 기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다른 나라가 협의하는 상대는 대한민국이다. 전임 정부의 말은 믿을 수 없고 새 정부의 정치적 계산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면, 한국과 협력하려는 나라들은 더 많은 조건과 보장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 비용은 뒤이어 협상하는 정부와 해외에서 활동하는 시민·기업이 치른다.

이번 사건에서 포로 수용 원칙이 폐기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두 사람을 실제로 받아들인 것도 현 정부다. 비공개 합의 다툼 하나를 근거로 한국의 우크라이나 정책 전체가 뒤집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책임을 물어야 할 대목은 더 구체적이다. 포로의 한국행을 성사시킨 협력을 대사 소환으로 악화시키면서 정부가 지키려는 국익이 무엇인가.

정부는 추가 한국행을 부담스러워하는가

대표적인 의문은 이것이다.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에 미칠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더 이상의 포로 한국행을 꺼리게 된 것은 아닌가. 이번 강경 대응에는 우크라이나가 앞으로 같은 일을 추진하지 않도록 하려는 계산도 들어 있는가.

추가 수용을 막으라는 지시나 방침 변경을 입증하는 자료는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이 의문을 검증할 기준은 분명하다. 앞으로 한국행을 원하는 포로가 생겼을 때 정부가 같은 수용 원칙을 적용하는지, 우크라이나와 협의할 통로를 유지하는지 보면 된다.

북한을 의식한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은 서울신문 사설에서도 제기됐다. 이 역시 정부 의도가 입증됐다는 뜻은 아니다. 정부가 설명해야 할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10](https://www.seoul.co.kr/news/editOpinion/editorial/2026/10/08/20261008027002)

관계를 악화시킨 결과 우크라이나가 다음 포로의 한국행 협력에 소극적이 된다면, 수용 원칙을 말로 유지해도 실제 문은 좁아질 수 있다. 정부가 그런 결과를 원했는지와 별개로, 외교가 만들어 낼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남는다.

다음 사람에게도 문을 열어 두어야 한다

비밀유지는 포로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약속 위반에 항의하는 목적도 그 보호와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어야 한다. 정부의 대응은 그 목적에 비추어 평가해야 한다.

정부가 밝혀야 할 것은 보호 대상자의 신원이나 이동 경로가 아니다. 한국행을 원하는 북한군 포로를 계속 수용할 것인지, 추가 이송 협의를 유지하고 있는지, 무엇이 해결되면 대사 소환 결정을 거두고 정상적인 협력으로 돌아갈 것인지다.

전쟁 초기 한국이 보여 준 연대에는 시민들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 마음을 외교적 신뢰로 이어 가는 것은 정부의 일이다. 포로 두 명을 받아들인 성과가 다음 사람의 길을 막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권은 바뀔 수 있다. 대한민국이 사람의 자유를 지키겠다고 한 약속까지 정권의 사정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