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무도 막지 않았다 — 짧은 영상 하나가 남긴 질문

이유 없이 학생을 내보낸 교수와 침묵한 강의실.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달랐을까. 짧은 영상 하나가 시민의 침묵과 권력에 관해 질문을 남겼다.

아무도 막지 않았다

짧은 영상 하나를 보았다.

교수가 강의실에 들어와 학생 한 명의 이름을 묻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가라고 한다. 다시는 자신의 강의에 들어오지 말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이유는 설명하지 않는다. 학생은 당황하지만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다.

강의실에 남은 학생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다. 교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수업을 시작한다.

‘법은 왜 존재하는가.’

학생들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교수는 다시 묻는다.

‘방금 내가 여러분의 동료에게 한 행동은 부당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는가.’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달랐을까

연출된 장면이라는 것을 알고 보아도 질문은 가볍지 않았다. 사람들은 왜 눈앞에서 벌어진 부당함을 보고도 침묵하는가. 그리고 내가 그 강의실에 있었다면 과연 달랐을까.

학생들이 모두 비겁해서는 아닐 것이다. 교수에게 자신들이 모르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괜히 나섰다가 자신까지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웠을 수도 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먼저 항의하기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시민이 침묵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정을 다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물러서고, 국가와 기관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고 믿는다. 정치적인 사람으로 몰리거나 조직에서 불편한 사람으로 찍히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문다. 무엇보다 아직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지나친다.

나 역시 그런 망설임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모두가 한 걸음씩 물러나면 권력은 더 이상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에는 한 사람을 내보내지만 아무도 묻지 않으면 그다음 사람도 내보낼 수 있다. 침묵을 확인한 권력은 자신의 판단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권력은 처음부터 거대한 폭력의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설명을 조금씩 생략하고, 반대하는 사람을 하나씩 밀어내며, 시민이 어디까지 침묵하는지를 살핀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일방적인 결정은 관행이 되고, 관행은 곧 권력이 된다.

법과 제도가 있다고 정의가 저절로 실현되는 것도 아니다. 법을 만들고 해석하고 집행하는 사람 역시 권력을 가진다. 시민이 판단까지 모두 국가와 기관에 맡겨버리면 법은 시민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아니라 권력의 결정을 정당화하는 문서가 될 수 있다.

국가는 유능해야 하지만 제한되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 법원뿐만 아니라 기업과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의 권리와 기회를 좌우할 힘을 가진 곳이라면 자신의 판단을 설명해야 한다. 공익을 내세웠다고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며, 정해진 절차를 거쳤다고 모든 결정이 정당해지는 것도 아니다.

남의 자유는 내 자유의 방어선이다

모든 부당한 장면마다 뛰어들어 싸우겠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다만 사실을 확인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권력의 행사에 이유를 묻는 일은 할 수 있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가.’

누군가 이 한마디만 했어도 영상 속 교수는 학생을 내보낸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시민의 질문이 권력을 당장 바꾸지는 못한다. 그러나 아무 설명 없이 사람을 밀어내도 되는 권력이 되지 않도록 멈춰 세울 수는 있다.

남의 자유를 지키는 일은 남을 위한 선행에 그치지 않는다. 오늘 다른 사람의 발언권이 사라지는 것을 외면하면 내일은 나의 말이 지워질 수 있다. 오늘 조직에 불편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누군가가 쫓겨나는 것을 모른 척하면 다음에는 내가 불편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남의 자유는 내 자유의 가장 앞쪽에 놓인 방어선이다.

영상을 다 보고도 내가 그 강의실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다음에 비슷한 장면을 마주친다면 모른 척 지나치지 않으려 한다. 적어도 왜 그러느냐고 묻는 시민은 되고 싶다.

자유는 법전에만 적혀 있는 말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자유가 이유 없이 밀려날 때,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 남의 자유는
  • 내 자유의 가장 앞쪽에 놓인 방어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