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증세, 더 이상은 안 된다
씨앗은 무리한 증세와 빚에 기대는 재정확장에 반대한다. 시민의 자유와 기업의 지속성, 국민의 돈을 통제할 권한을 지키기 위해 증세안·보조금·기금의 사용을 감시하고 시민의 뜻을 모으겠다.
시민에게 넘겨지는 청구서
내년 나라의 씀씀이는 820조9000억원이다. 올해 본예산보다 93조원 늘어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30년에는 연간 재정지출이 1000조원을 넘어선다. 같은 기간 나랏빚은 올해 추경 기준 1412조8000억원에서 1734조1000억원으로 불어난다. 4년 사이 321조3000억원이 추가되는 셈이다.[1](https://www.yna.co.kr/amp/view/AKR20260831176300002)
이 돈은 누구의 돈인가. 정부가 벌어놓은 돈인가. 대통령과 장관이 자기 주머니에서 꺼내 쓰는 돈인가. 시민이 일하고, 기업이 생산하고, 다음 세대가 앞으로 벌어 갚아야 할 돈이다.
씨앗은 결연히 선언한다. 증세, 더 이상은 안 된다. 씀씀이를 먼저 늘리고 부족한 돈을 시민과 기업에 청구하는 정치에 반대한다. 끝없이 빚을 키우고 그 부담을 후대에 넘기는 재정운용에 반대한다.
93조원, 73.7조원, 62.8조원…커지는 나라의 씀씀이
정부의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총지출은 2027년 820.9조원, 2028년 894.6조원, 2029년 957.4조원, 2030년 1005.2조원이다. 전년 대비 증가액은 각각 93.0조원, 73.7조원, 62.8조원, 47.8조원이다. 첫해 93조원은 올해 본예산과 비교한 값이며, 올해 추경과 비교하면 67.9조원 증가다.[1](https://www.yna.co.kr/amp/view/AKR20260831176300002)
지출 증가액이 전부 새 빚은 아니다. 정부는 세수가 크게 늘어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3.1조원으로 줄고,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증가한 세수와 성장률을 반영한 계산이다. 동시에 정부 계획에는 2028년 48조원, 2029년 83.4조원, 2030년 100.8조원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적혀 있다.[1](https://www.yna.co.kr/amp/view/AKR20260831176300002)[2](https://www.mpb.go.kr/web/main/bbs/f_0005/2722)
세수가 잘 걷힐 때는 씀씀이를 키우고, 세수가 꺾이면 이미 커진 지출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구조를 경계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오래 갈지, 투자한 돈이 얼마나 생산성을 높일지, 정부의 전망은 아직 실현된 성과가 아니다.
국가의 유능함은 예산의 크기로 증명되지 않는다. 같은 돈으로 더 나은 안전과 교육, 국방과 기반시설을 만드는 능력으로 증명된다. 국민에게 더 걷기 전에 정부부터 낭비를 줄이고 사업의 성과를 보여야 한다.
빚은 사라지지 않는다. 비용을 치르는 사람이 바뀐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채 확대론은 과거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경기도지사였던 2020년 9월, 그는 대외 신용과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국가부채를 늘려서라도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소득지원으로 가계 부담과 경기침체를 덜겠다는 논리였다.[3](https://www.hankyung.com/article/2020092301807)
국가가 돈을 빌려 시민에게 지급하면 당장의 가계 사정은 나아질 수 있다. 그 돈에는 이자가 붙고 상환 부담이 남는다. 지원금을 주는 순간의 박수와 그 청구서를 감당하는 시간은 서로 다르다.
물가가 오르면 빚의 실질가치가 줄어든다는 설명에도 빠진 비용이 있다. IMF는 예상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이 정부부채의 실질가치를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채권자의 자산가치는 깎이고, 시간이 지나면 정부의 지출과 차입비용도 올라갈 수 있다.[4](https://www.imf.org/-/media/files/publications/wp/2023/english/wpiea2023093-print-pdf.pdf)
국가의 빚이 가벼워지는 동안 시민의 장바구니가 무거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월급과 연금이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면 생활은 팍팍해진다. 물가상승에 기대어 재정 부담을 덜겠다는 발상은 국민의 구매력을 비용으로 삼는다. 씨앗은 그 비용을 당연한 희생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기본소득이든 국민지원금이든 보조금이든, 지급액과 함께 재원과 지속 비용을 밝혀야 한다. 몇 명에게 얼마를 주는지, 매년 얼마가 필요한지, 기존 사업 무엇을 줄이는지, 세금과 빚은 얼마나 늘어나는지 공개해야 한다. 분배의 약속만 크게 말하고 부담의 설명을 작게 하는 정치는 무책임하다.
지방재정의 경고를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지난 8월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다. 경기도 발표에 따르면 2025년 지방채 발행액은 약 9430억원으로 발행 한도의 99.6%에 이르렀고, 각종 기금에서 약 5588억원을 일반회계 등으로 끌어다 썼다. 지방채와 기금으로 당장의 부족을 메우고도 필수사업 예산을 온전히 편성하지 못했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5](https://gnews.gg.go.kr/news/news_detail.do?number=202608051737578186C052&s_code=C109)
세입이 흔들리는데 지출을 줄이지 못하면, 빚과 다른 용도의 기금으로 빈 곳을 채우게 된다. 그 끝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은 공공서비스가 필요한 도민이다. 필수 예산을 지키려면 평소의 재정규율이 단단해야 한다.
성남시의 2010년 모라토리엄 선언은 이재명 시장 취임 직후의 사건이었다. 판교특별회계에서 일반회계로 전용한 자금의 상환을 둘러싼 일이었고, 당시 국토해양부와 LH는 지급유예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시의 설명에 이견을 제기했다.[6](https://www.yna.co.kr/view/AKR20100727084000061)
이재명 시장의 모라토리엄 선언에 이어 추미애 지사도 재정 비상을 선언했다. 시민은 재정파탄이라는 경고와 빚을 더 내면 된다는 해법을 번갈아 듣는다. 지도자들이 이런 극단적인 논리를 쉽게 꺼낼수록 국민은 피곤하고 헷갈린다. 나라 살림이 위험하다면서 씀씀이를 키우고, 부족한 돈은 다시 빚으로 메우겠다는 정치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위기를 선언하는 지도자는 원인과 책임을 밝히고, 차입을 주장하는 지도자는 갚을 방법부터 내놓아야 한다.
복지국가가 상속세를 없앤 이유
증세는 이미 기업의 문턱까지 들어왔다. 2026년 이후 개시하는 사업연도부터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10%, 20%, 22%, 25%가 적용된다. 이전보다 각 구간에서 1%포인트씩 올랐다.[7](https://i.nts.go.kr/nts/cm/cntnts/cntntsView.do?cntntsId=7746&mi=2372)
정부가 기업에서 더 가져가는 돈에는 투자와 고용, 실패를 견딜 여력이라는 다른 용도가 있다. 더 걷는 세금이 그 기회를 줄일 때 어떤 비용이 생기는지 함께 따져야 한다. 기업을 정부의 현금인출기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상속세도 같은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 집과 기업의 평가액이 높다고 세금을 낼 현금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상속받은 재산을 유지할 수 있는지, 기업의 생산과 일자리를 이어갈 수 있는지까지 살피는 것이 제대로 된 조세정책이다.
복지국가로 꼽히는 스웨덴은 2004년 말 상속·증여세를 폐지했다. 당시 정부안은 비상장기업의 세대교체 부담, 조세회피를 통한 불공정, 행정비용 등을 폐지 이유로 들었다. 노르웨이는 2014년부터 상속세를 없앴다. 가족기업의 승계와 가족재산 이전 때 생기는 현금 부담을 덜고 복잡한 제도를 단순화하겠다는 이유를 명시했다. 노르웨이는 상속인이 기존 취득가액을 이어받도록 하는 양도소득 과세 조정도 함께 추진했다.[8](https://www.riksdagen.se/sv/dokument-och-lagar/dokument/proposition/slopad-arvsskatt-och-gavoskatt_gs0325/html/)[9](https://www.regjeringen.no/no/dokumenter/prop-1-ls-tillegg-1-2013-2014/id745306/?ch=5)
두 나라가 보여준 기준은 분명하다. 복지를 유지하려면 경제가 계속 부를 만들어야 한다. 재산을 다음 세대로 넘기는 순간 생산기반을 흔드는 세금까지 붙들고 있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도 승계와 현금 부담을 중심에 놓고 제도를 고쳐야 한다.
높은 상속세 부담은 자산가와 기업인이 해외 거주나 투자처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평생 일군 재산과 기업을 다음 세대로 넘기기 어렵다고 느낀다면, 세 부담이 낮고 승계가 수월한 나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런 선택이 국내 자본과 투자 기반의 유출로 이어질 위험을 살펴야 한다.
사람과 자본이 떠난 뒤에는 남아 있는 시민과 기업이 그 빈자리를 감당해야 할 수 있다. 세금을 더 걷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앞으로 세금을 낼 기반을 약하게 만든다면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씨앗은 기업과 자산가가 한국에서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다음 세대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조세제도를 요구한다.
미래대응기금, 국민의 돈을 정부의 쌈짓돈으로 만들지 마라
정부는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추가세수를 바탕으로 내년 미래대응기금에 162조3000억원을 적립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사업비는 약 45조4000억원이다. 국채 신규발행 축소에 12조5000억원을 사용하고, 약 104조4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200조원은 추가 세수 반영 시 가능성이 거론된 규모이지, 이미 조성된 확정액이 아니다.[12](https://www.yna.co.kr/view/AKR20260901001400002)
세수의 출렁임에 대비해 재원을 쌓아두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씨앗이 경계하는 것은 그 거대한 재원의 사용권한이다.
정부가 제출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지출항목을 국회 의결 없이 30%까지 변경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일반적인 사업성기금의 한도는 20%다. 국회 검토보고서도 미래대응기금의 지출 대부분이 사업성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사업비를 기준으로 자체 변경 가능한 한도 합계는 약 13조6000억원으로, 20% 기준보다 약 4조5000억원 더 크다는 분석이다.[13](https://stock.mk.co.kr/news/view/1169537)
이는 국회가 정한 국민의 돈을 정부가 다시 배분할 수 있는 권한을 넓히는 일이다. 미래투자라는 좋은 이름이 국회의 통제를 느슨하게 만드는 면허가 될 수는 없다. 거액의 세금이 정부의 쌈짓돈처럼 운용되는 길을 열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신규 국채발행도 줄이겠다고 했다. 그 계획에 더해 추가세수 중 얼마를 채무 부담 축소에 사용할지, 왜 그 비중인지 설명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이 벌어준 여유를 정부가 맡아 쓰는 것이 시민과 기업이 투자하는 것보다 낫다는 근거도 내놓아야 한다.
씨앗은 증세반대 운동을 선언한다
씨앗은 유능한 국가, 강한 국가를 지지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고, 국방과 기반시설을 책임지는 국가는 단단해야 한다.
약탈적 국가와 조세 만능주의에는 결단코 반대한다. 시민이 번 돈을 정부가 먼저 가져가고, 정부가 정한 방식으로 나누어주며, 그 과정에서 권한과 조직을 계속 키우는 정치에 반대한다.
시민의 자유는 적정한 납세 의무와 재산권의 균형 위에 세워진다. 세금에도 한계가 있어야 한다. 납세자의 동의와 감시가 작동해야 한다. 정부의 실패를 시민의 증세로 덮는 관행은 끝내야 한다.
씨앗은 앞으로 증세안과 보조금 사업, 기금의 지출 변경을 하나씩 기록하겠다. 누구에게 얼마나 더 걷는지, 돈이 어디로 가는지, 약속한 성과를 냈는지 공개하겠다. 초과세수의 채무 부담 축소 비중과 매년 늘어나는 이자 부담도 함께 살피겠다. 서명으로 뜻을 모으고, 기록과 검증으로 운동을 이어가겠다.
나라의 빚 풍선을 계속 키우는 정치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국민경제를 위험에 밀어 넣을 수 있는 선택을 성과로 포장하는 일에도 동의할 수 없다.
증세, 더 이상은 안 된다. 시민과 기업의 자유를 지키는 세금감시운동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