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독일은 자동차를 팔았고, 중국은 독일의 산업을 가져갔다
폭스바겐과 벤츠의 중국 성공 뒤에 남은 산업 의존과 기술 경쟁. 쿠카 인수, 중국 전기차 부상, 독일의 무역적자를 따라 메르켈 16년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다.
자동차의 나라 독일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독일의 자존심은 자동차였다. 폭스바겐은 독일 국민자동차의 상징이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세계 고급 승용차의 대명사였다. BMW와 아우디까지, 독일 자동차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로 세계시장을 지배해 왔다.
그런 독일이 이제 중국 자동차를 걱정하고 있다. 한때 독일 자동차를 사들이던 중국 소비자들은 자국 전기차를 구매하고 있고, 중국 자동차기업들은 독일의 안방인 유럽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기업들이 오히려 중국의 전기차 기술기업과 손잡고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폭스바겐그룹은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유럽에 판매하고 있다. 중국 안후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쿠프라 타바스칸이 대표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중국 베이징의 합작공장에서 E클래스와 C클래스 등 여러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물론 모든 폭스바겐과 벤츠가 중국산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독일 기술과 브랜드를 상징하던 자동차들이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중국 기업들이 독일 자동차의 기술적 우위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폭스바겐은 2023년 중국 전기차기업 샤오펑과 협력하기 시작했다.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2026년 10월 20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협력으로 선보인 일부 차량의 판매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과거 독일이 중국에 자동차를 팔았다면, 이제 독일은 중국 기업의 기술을 활용하면서 중국 자동차와 경쟁하고 있다. 불과 20여 년 사이에 독일과 중국의 산업적 관계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 독일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 질문을 따라가면 2005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독일을 이끌었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중국정책을 만나게 된다.
메르켈은 중국에서 독일의 미래를 찾았다
메르켈이 집권하던 시기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 시장이었다. 소득이 늘고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독일의 기계와 화학제품을 구매할 수많은 공장이 건설됐다.
독일 기업들에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와 정밀기계, 첨단 제조기술을 보유한 독일에 수억 명의 새로운 소비자가 등장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메르켈은 이러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재임 중 중국을 12차례 방문하며 경제협력을 확대했고, 주요 기업 경영진들은 정부의 경제외교에 동행했다. 중국시장은 독일 제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독일 기업들은 중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폭스바겐과 BMW, 메르세데스-벤츠의 중국 판매가 증가했고, 독일 기계기업들은 중국 제조업의 성장에 필요한 생산설비를 공급했다. 화학기업들도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메르켈의 정책은 성공적인 경제외교로 평가받을 만한 성과를 거뒀다. 독일 기업들이 거대한 중국시장에서 돈을 벌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구상은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기업의 오늘의 이익이 국가 산업의 내일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독일 기업들이 중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며 수익을 올리는 동안, 중국은 외국 기업의 기술과 자본을 이용해 자국의 산업을 성장시키고 있었다. 중국은 단순히 독일 제품을 구매하는 시장으로 머물 생각이 없었다.
메르켈이 중국을 독일 기업의 성장시장으로 바라봤다면, 중국 지도부는 독일 기업과의 협력을 자국 산업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었다.
독일의 중국정책에 대한 비판은 바로 이 차이에서 출발한다.
중국은 시장을 열면서 산업기술을 축적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외국 기업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생산기지를 제공하면서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 생산방식과 경영기법을 받아들였다.
독일 자동차산업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폭스바겐의 중국 진출은 메르켈 집권 이전인 198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메르켈 시대에 현지 생산과 판매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중국 기업들과 협력하며 현지 생산기반을 키웠다.
독일 기업들이 자동차를 생산하려고 공장을 설립하자 그 주변으로 중국의 부품업체들이 성장했다. 생산기술을 익힌 인력이 늘었고, 연구개발과 물류, 부품 공급망이 결합된 거대한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정책이 더해졌다. 중국은 외국 기업과의 협력으로 얻은 산업적 경험을 바탕으로 자국 기업의 기술개발과 생산능력 확대를 지원했다.
물론 중국 제조업의 발전을 단순히 독일 기술을 이전받은 결과라고 볼 수는 없다. 중국 기업들은 자체적인 연구개발과 치열한 시장경쟁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고, 전기차와 배터리처럼 기존 선진국 기업들이 확고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분야에도 집중했다.
그러나 독일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중국의 산업기반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중국은 독일 기업이 만든 자동차를 구매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독일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키워나갔다.
독일 기업들은 중국에서 오늘의 매출을 늘렸다. 중국은 그 협력의 과정에서 내일의 산업경쟁력을 축적했다.
이러한 차이가 쌓이면서 독일과 중국의 관계는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독일의 로봇기술까지 중국 자본의 소유가 됐다
2016년 독일 산업계에서 상징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세계적인 산업용 로봇기업 쿠카(KUKA)가 중국 미디아그룹에 인수된 것이다.
쿠카는 일반적인 기계회사가 아니었다. 자동차 생산라인과 첨단 제조업 현장에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독일의 정밀기계 기술과 산업자동화 경쟁력을 상징하는 회사였다.
산업용 로봇의 중요성은 오늘날 더욱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현실의 기계와 결합해 움직이는 피지컬 AI가 미래 산업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은 앞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분야다.
그런데 독일이 오랫동안 축적한 산업용 로봇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지배권이 중국 기업에 넘어갔다. 당시 독일에서는 전략기술과 산업경쟁력의 해외 이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메르켈 정부는 인수를 저지하지 않았다.
민간기업의 인수합병이라는 이유가 있었다. 주주와 경영진의 판단이 작용했고, 당시 독일 정부가 인수를 차단할 법적 근거가 충분한지도 쟁점이었다.
쿠카의 기술과 연구개발 조직이 모두 중국으로 이전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쿠카는 이후에도 독일에서 사업과 기술개발을 계속했고, 산업용 로봇과 피지컬 AI는 서로 구별되는 기술 분야다.
그럼에도 핵심 제조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소유권과 지배권이 중국 기업으로 넘어간 사실은 남는다.
여기서 메르켈의 판단을 다시 묻게 된다. 한 나라의 미래 제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기업이 외국에 인수되는 문제를 일반적인 기업거래와 똑같이 판단할 수 있는가.
기업의 주주들에게 유리한 거래가 국가 산업의 장기적인 이익에도 반드시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메르켈 정부는 기업의 자유로운 거래를 존중하면서 전략산업의 장기적 위험까지 충분히 살폈는가.**
쿠카 인수는 메르켈의 중국정책을 둘러싼 이 질문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남았다.
자동차 왕국 독일의 기술적 우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독일과 중국의 산업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분야는 자동차다.
독일 자동차기업들은 오랫동안 엔진과 변속기, 정밀한 기계기술과 뛰어난 품질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지배해 왔다. 벤츠와 BMW는 고급 승용차의 기준을 만들었고, 폭스바겐은 세계적인 대중차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가 시작되면서 자동차산업의 경쟁 기준이 바뀌었다. 엔진과 변속기의 중요성은 줄어들고 배터리, 소프트웨어, 전력제어와 전자장비의 중요성이 커졌다.
중국 기업들은 바로 이 변화에 집중했다. BYD와 지리자동차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고, 중국 정부 역시 관련 산업과 충전 기반시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독일 자동차기업들도 전기차 개발에 나섰지만 중국 기업들의 발전 속도는 빨랐다. 독일이 오랫동안 강점을 유지했던 내연기관 중심의 기술체계는 새로운 산업환경에서 과거만큼 결정적인 우위를 보장하지 못했다.
그 결과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독일 브랜드의 입지는 약해지기 시작했다. 중국 전문 연구기관 MERICS에 따르면 중국 승용차시장에서 외국 브랜드 점유율은 2020년 약 62%에서 2024년 1~9월 약 36%로 낮아졌다.
독일의 대중국 자동차 수출도 2022년 정점 이후 2024년까지 약 44% 감소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전기차 브랜드를 선택하면서 독일 자동차회사들의 과거 성공모델이 흔들린 것이다.
중국시장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폭스바겐은 중국 전기차기업 샤오펑과 협력을 추진했다. 독일이 세계에 자랑하던 자동차 기술의 일부 경쟁 영역에서 이제 중국 기업의 도움을 받는 상황까지 나타난 셈이다.
물론 독일 자동차산업이 무너졌다는 뜻은 아니다. 벤츠와 BMW, 폭스바겐은 여전히 세계적인 기술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기술적 우위와 시장 지배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독일이 중국에 자동차를 팔던 시대에서 중국이 독일 자동차와 경쟁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메르켈 시대에 확대된 중국시장 의존이 이제 독일 자동차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이 이제 중국의 수출을 걱정하고 있다
2025년 독일의 대중국 상품무역 통계는 양국의 관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독일이 중국에 수출한 상품은 약 813억 유로였지만, 중국에서 수입한 상품은 약 1,706억 유로에 달했다. 독일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약 893억 유로의 상품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대중국 수출은 9.7% 감소했고, 중국산 제품의 수입은 8.8% 증가했다. 중국은 2025년 다시 독일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 됐지만 교역의 내용은 과거와 달라져 있었다.
중국에서 독일로 수입된 상품에는 전자·광학 관련 제품과 전기장비, 기계류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독일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던 제조업 분야에서도 중국산 제품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었다.
독일의 대중국 무역적자만으로 산업의 실패를 단정할 수는 없다. 독일 기업들은 중국 현지에서도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며, 이러한 활동은 독일의 수출통계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 독일이 중국에 기계와 자동차를 판매하면서 누렸던 산업적 우위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은 다른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2026년 2월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중국의 산업경쟁력 확대가 독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다뤘다. 뮌헨공대 경제학자 달리아 마린은 중국의 수출 경쟁과 불공정한 산업정책이 독일의 성장과 핵심 제조업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와 기계산업은 독일의 연구개발과 혁신, 부가가치가 집중되는 분야다. 이 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다면 단순히 제품의 판매량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독일 경제의 기술적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독일은 오랫동안 중국시장의 성장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제 독일 정치권과 산업계에서는 중국산 제품의 유럽시장 진출과 산업경쟁력 약화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됐다.
독일의 중국정책을 둘러싼 비판이 과거의 경제외교 성과보다 미래 산업의 생존 문제에 집중되기 시작한 이유다.
뒤늦게 중국을 경계하기 시작한 독일 정치권
메르켈이 물러난 이후 독일 정부의 중국정책은 달라졌다.
2023년 독일 정부는 처음으로 포괄적인 중국전략을 발표했다. 중국을 협력 상대이면서 경쟁자, 동시에 체제적 경쟁 상대라고 규정하고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디리스킹(De-risking)', 위험을 줄인다는 개념이다. 중국과의 교역을 중단하지는 않지만 특정 산업과 공급망이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이는 메르켈 시대의 중국시장 확대 중심 정책과 뚜렷하게 다른 방향이었다. 독일은 중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만큼 중국에 의존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중요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2026년 2월 중국을 방문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도 중국의 시장왜곡적 보조금과 불충분한 시장개방, 거대한 무역흑자 문제를 지적했다.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중국의 수출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 차원의 무역방어 조치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독일 정부가 중국시장에 더 많은 독일 기업을 진출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중국 기업의 경쟁력 확대에 맞서 유럽 제조업의 기반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물론 독일 내에서 메르켈에 대한 비판의 정도를 하나의 여론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중국정책에 대한 비판과 메르켈 개인에 대한 평가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정책 전환과 경제학계·산업계의 우려는 메르켈 시대에 형성된 대중국 의존을 독일이 더 이상 과거처럼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메르켈은 중국을 잘못 본 것인가.
메르켈 16년의 성과는 누구에게 남았는가
메르켈의 중국정책을 단순한 실패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독일 기업들은 중국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얻었고, 그 성과는 독일 경제의 성장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정치지도자의 성과는 집권 기간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그 정치인이 물러난 뒤 국가가 어떤 산업구조와 위험을 물려받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메르켈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독일 기업의 성장 기회로 활용했다. 그러나 그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독일의 산업을 추격하는 동안, 독일의 중국 의존은 더욱 깊어졌다.
이제 독일 자동차기업들은 중국의 전기차 기술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 분야를 상징하던 쿠카는 중국 기업의 소유가 됐다. 독일 정부는 뒤늦게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독일 제조업의 어려움이 모두 메르켈 때문은 아니다. 독일 자동차기업들이 기술 변화에 늦게 대응한 책임도 있고, 높은 에너지 가격과 생산비용 역시 제조업의 경쟁력을 압박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치적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국가 산업의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는 변화를 얼마나 일찍 파악하고 대응했는가 역시 국가를 이끈 정치지도자가 평가받을 문제다.
메르켈은 기업의 자유로운 중국 진출을 적극 지원했다. 그러나 중국은 국가가 산업과 기술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경제체제였고, 그 산업정책은 장기적으로 독일 기업의 경쟁환경을 바꿔놓았다.
**독일 기업은 중국에서 성장했지만, 중국도 독일 기업과 경쟁할 산업을 성장시켰다. 메르켈 정부는 그 변화가 독일 경제에 가져올 위험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정치인의 선택은 임기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늘의 경제적 성과가 내일의 국가적 부담으로 돌아온다면, 그 선택의 결과는 다음 세대의 기업과 노동자들이 감당하게 된다.
독일이 지금 마주한 산업적 위기는 그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독일의 실패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은 독일의 자동차를 구매하던 나라에서 독일 자동차의 경쟁자로 성장했다. 독일의 산업기술과 생산방식을 배우며 발전한 중국 기업들은 이제 유럽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메르켈이 선택했던 경제협력은 독일 기업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었지만, 장기적인 산업경쟁력과 경제안보까지 보장하지는 못했다.
중국은 오늘날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생산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의 산업정책을 통해 첨단기술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과의 협력이 반드시 잘못된 선택은 아니다. 중국을 무조건 적대한다고 해서 중국의 산업경쟁력이 약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어떤 정치체제와 산업전략을 가진 국가인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당장의 시장과 수익만을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
독일의 경험은 바로 그 위험을 보여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역시 중국과 비슷한 산업적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 왔다는 사실이다. 한국도 중국에 기술과 부품, 소재와 생산설비를 판매했고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 공장을 세웠다.
중국은 그 과정에서 산업기반을 키웠고, 지금은 여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고 있다.
독일의 오늘은 한국이 앞으로 마주할 수도 있는 산업적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중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거대한 시장인가, 피할 수 없는 경쟁자인가, 아니면 정치·안보적으로 경계하면서도 경제적으로 협력해야 할 이웃 강대국인가.**
한국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질문보다 친중이냐 반중이냐는 논쟁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는 정치적 구호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독일이 중국에서 얻었던 성공과 지금 겪고 있는 산업적 어려움은 그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 바로 옆에 있는 대한민국은 더 어려운 선택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을 통해 무엇을 얻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고 있는가.**
다음 편에서는 이 질문을 한국으로 가져와 살펴보려 한다.
기획연재 ② 예고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 친중과 반중의 구호가 가리고 있는 한국 산업의 현실*
중국은 한국의 중요한 수출시장이면서 동시에 한국의 주요 산업과 경쟁하는 국가다. 중국의 산업적 성장과 경제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지금, 한국은 중국을 어떤 기준으로 바라봐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