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칼럼

지역을 살린다며 주민의 땅까지 가져갈 수 있나

10월 20일 발의된 초광역 전략산업특구 법안은 기업 투자에 규제·재정 지원을 묶는다. 함께 낸 법안은 토지 수용과 국유재산 특례까지 열어둔다. 지역 주민의 재산권과 납세자의 비용은 어디서 판단할 수 있는가.

투자 발표문에 내 땅이 들어 있다면

지역에 큰 공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누군가는 일자리를 기대한다. 다른 누군가는 자기 집과 밭이 개발 구역에 들어갈지부터 살핀다. 같은 투자 계획이 시민에게는 서로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10월 20일 박상혁 의원 등 24명이 발의한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은 지방 투자에 인허가, 규제, 재정과 세제 지원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구상이다. 토지 수용과 국유재산 사용을 뒷받침하는 세 법안도 함께 발의됐다. 아직 통과된 법이 아니며, 어느 주민의 땅이 수용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아니다.[1][2][3][4]

그러나 법을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물을 수 있다. 기업이 지방에서 사업하기 쉬워질 때 주민의 거주와 재산, 납세자가 함께 가진 땅과 돈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내놓는가.

지역 투자를 막는 칸막이를 없애겠다는 구상

수도권에 기업과 사람이 몰리고 지방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실은 분명하다. 전력·도로·주거를 따로 심사하고 부처별 허가를 기다리는 동안 투자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법안은 지방자치단체가 특구계획을 세워 신청하고 산업통상부 장관이 관계기관 협의, 지방시대위원회 심의와 국무총리 승인을 거쳐 특구를 지정하는 방식을 제시한다.[1]

국회에 공개된 제안이유·주요내용에 따르면 특구 안에서는 건축, 토지이용, 교통, 교육, 의료, 주택공급 등 여러 법률의 적용을 완화하거나 배제하는 조항이 폭넓게 제안됐다. 규제의 신속 확인과 실증특례, 임시허가를 신청할 통로도 둔다. 기업이 지방에 투자할 이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1]

정부 지원에는 특별보조금, 금융·신용보증 우대, 조세와 부담금 감면이 포함된다. 다만 공개 요약만으로 특구별 지원 총액이나 감면 세수, 선정 기업을 확인할 수는 없다. 투자액만 발표하고 그 유치를 위해 쓴 공공의 비용을 뒤로 미루면 성과를 비교할 수 없다.[1]

네 법안은 한 묶음이다

특구법안 2221973만 읽으면 규제를 풀어 투자를 끌어오는 계획으로 보일 수 있다. 함께 발의된 토지보상법 개정안 2221974는 특구전략사업과 재생에너지특별선도단지 개발사업을 토지 수용·사용이 가능한 공익사업 목록에 더하자고 한다. 토지이용규제 기본법 개정안 2221975는 재생에너지 단지를 법정 지역·지구에 추가한다.[2][3]

국유재산특례제한법 개정안 2221976은 국유재산 사용료 감면과 장기 사용허가 등의 근거를 보탠다. 네 법안은 서로 연결돼 있다. 투자 촉진이라는 제목 아래 토지의 사용권, 지역의 이용규칙, 국가 재산의 사용 조건까지 함께 바꾸자는 제안이다.[4]

기업에 필요한 부지와 전력을 공급할 공익은 있을 수 있다. 그 공익이 인정된다고 해서 모든 사업에 같은 정도의 수용권과 세금 지원이 자동으로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사업에 어느 예외를 줄지 나눠 심사할 이유가 여기 있다.

땅을 팔고 싶지 않은 주민에게 생기는 일

수용권은 ‘개발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과 다르다. 사업이 법이 정한 절차를 통과하고 협의가 성립하지 않으면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로 토지 취득이 진행될 수 있다. 현행 토지보상법은 보상에 관한 성실한 협의와 손실 보상을 규정한다. 보상 절차가 있다는 사실과 원래 살던 곳을 떠나는 부담이 사라진다는 말은 다르다.[2][5]

작은 농지를 가꾸는 사람에게 땅은 시세표의 금액만이 아니다. 이웃과 함께 쌓은 생활, 다음 해 농사, 다른 곳에서 같은 일을 시작하는 비용이 걸려 있다. 임차인과 인근 상인도 도로와 사람의 흐름이 바뀌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대상 지역과 보상 계획이 나오기 전에는 피해 규모를 숫자로 단정할 수 없다.

그래서 특구 지정 과정의 지도와 토지 목록, 대안 부지 비교, 주민 의견의 처리 결과가 중요하다. 회의가 열렸다는 기록보다 반대하거나 다른 경로를 제안한 시민의 말이 계획을 바꿀 수 있었는지를 보아야 한다.

국유재산과 세금은 기업 유치의 공짜 재료가 아니다

국유지는 국가 명의로 등록돼 있어도 결국 시민 모두의 재산이다. 사용료를 낮추거나 오래 빌려주면 기업의 초기 비용은 줄지만, 다른 용도로 쓰거나 정상 사용료를 받을 기회도 함께 줄어든다. 조세 감면도 같은 구조다. 혜택을 받는 기업은 보이지만 걷지 못한 세금은 일반 예산 속에서 사라지기 쉽다.[1][4]

지방에 일자리와 기술이 남는다면 지원은 공익에 부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원 기업을 어떻게 고르고, 얼마를 면제하며, 약속한 투자와 채용이 이뤄지지 않을 때 어떻게 회수하는지가 법안 심사의 중심이 된다. 공개 요약에는 특구별 비용 추계와 회수 실적이 제시되지 않았다.

정부는 성과평가를 2년마다 실시하는 규정도 제안했다. 평가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공장 착공액뿐 아니라 지역 주민 채용, 전력과 기반시설의 추가 공공비용, 감면받은 세금, 이전한 주민의 생활 회복까지 같은 장부에 올라와야 한다.[1]

기업의 자유를 넓히는 일과 특혜를 주는 일

복잡한 허가와 불필요한 규제는 줄일 수 있다. 지방에 공장을 세우려는 기업이 몇 년씩 행정의 문턱에서 멈추는 것보다 분명한 기준 아래 신속하게 결정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모든 부담을 없애 주는 방식이 자유로운 경쟁과 같은 뜻은 아니다.

특구 바깥에서 같은 기술에 투자하는 중소기업, 지원 없이 공장을 운영해 온 지역 업체도 있다. 특정 사업에 토지와 전력, 공공재산, 세금 감면이 한꺼번에 쏠리면 누가 시장에서 경쟁하고 누가 국가의 선택을 받았는지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경제계는 20일 특구법 발의를 환영하며 노동시간 특례를 경쟁력에 필요한 조치로 평가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연구개발 노동자의 근로시간 예외가 쟁점이 됐다. 여당은 해당 조항을 담은 안과 뺀 안을 놓고 국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법률 문구가 결정됐다는 뜻은 아니다.[6][7]

주민과 납세자가 먼저 볼 네 가지

첫째, 특구 경계와 수용 가능 토지다. 어디의 누구에게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없는 지도 없는 투자 발표는 주민에게 설명이 아니다. 둘째, 기업에 돌아가는 보조금·세금 감면·국유재산 할인과 도로·전력망 건설비의 전체 금액이다.

셋째, 지원 조건과 실패했을 때의 환수 기준이다. 약속한 일자리와 투자액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도 혜택이 남는다면 위험은 납세자가 떠안는다. 넷째, 주민 의견과 대안 부지에 관한 검토 기록이다. 의견수렴의 횟수보다 계획에 반영된 내용이 중요하다.

씨앗은 지방 투자를 반대하지 않는다. 지방에서 살고 일할 자유를 넓히는 투자라면 환영할 이유가 있다. 그 자유를 위해 다른 시민의 땅을 가져가고 공공재산을 싸게 내주려면, 그 결정을 내린 사람의 이름과 근거, 비용과 결과도 시민 앞에 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