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화표·월 15만 원·장관 관사…‘미래’라는 이름으로 쓰는 세금
미래대응기금에는 청년문화예술패스 7925억 원, 농어촌 기본소득 1조1657억 원, 장·차관 관사 확보 약 57억 원이 계획됐다. 운영을 지속하지 못한 장자도 낚시공원과 함께, 예산의 이름과 실제 성과 사이의 간격을 노모어택스 관점에서 읽는다.
20억 원을 들여 만든 낚시공원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채 수년간 방치됐다.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어민 소득을 늘리겠다던 시설이었다. 녹이 슬고 구조물이 부서진 뒤, 다른 시설로 바꾸는 데 다시 10억 원의 예산이 제시됐다. 군산 장자도 해상낚시공원의 이야기다. [1]
처음 사업을 추진할 때 내세운 말은 관광 활성화와 주민 소득이었다. 돈을 쓰는 이유는 그럴듯했다. 시민이 받은 결과는 그 약속과 달랐다.
지금 논란이 된 미래대응기금도 출발점의 설명은 크고 좋다. 반도체 호황 등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를 위한 투자와 재정 안정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제출한 2027년 예산안의 기금 규모는 162조3000억 원, 그중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과 인재 분야의 사업 지출 계획은 45조4000억 원이다. [2]
논란은 그 거대한 이름 아래 들어간 구체적인 사용처에서 생겼다. 청년의 영화·공연 관람 지원, 농어촌 주민에게 매달 지급하는 상품권, 장·차관 관사 확보까지 미래대응기금의 지출 항목에 포함됐다. [3]
미래를 준비한다는 말과 실제 돈이 향하는 곳 사이에 어떤 연결이 있는가. 장자도에서 놓쳤던 질문이 다시 등장한다.
영화표 지원, 22배 커진 예산
청년문화예술패스의 내년 예산안은 7925억 원이다. 올해 361억 원에서 약 22배로 커졌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9월 16일 KBS 1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지원 대상을 34세 이하 청년으로 넓히고, 영화와 공연·전시뿐 아니라 체육활동과 스포츠 관람까지 이용 범위를 확대하는 구상을 설명했다. [3] [4]
청년에게 문화생활은 즐거운 일이다. 영화표 지원을 받으면 당장의 지출도 줄어든다. 그 혜택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 효과는 별개의 계산이다. 지원금이 끝난 뒤에도 남는 효과는 무엇인가. 기존에 자기 돈으로 보던 영화표를 세금으로 대신 결제하는 것인지, 새로운 문화 수요와 창작 기회를 만드는 것인지에 따라 사업의 의미는 달라진다.
받는 사람에게 좋다는 설명만으로 예산 규모까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청년의 이름이 붙었다고 7925억 원의 지출이 곧 청년의 미래를 바꾸는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월 15만 원과 지역의 미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는 내년 1조1657억 원이 계획됐다. 올해 3318억 원에서 크게 늘어난 금액이다. 지급 대상은 농민만이 아니라 대상 농어촌 지역의 주민이며, 월 15만 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5]
한 사람에게는 월 15만 원, 연간 180만 원이다. 생활에 보탬이 되는 돈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목적은 지역소멸 대응과 성장의 과실 확산이다. 그 목적의 성과는 상품권을 몇 명에게 지급했는지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급 이후 실제 거주가 늘었는지, 일자리와 지역 상권이 살아났는지, 지원이 끝난 뒤에도 사람이 남는지가 결과다.
정부가 돈을 나눠준 사실은 쉽게 숫자로 남는다. 그 돈으로 지역이 살아났는지는 훨씬 긴 검증이 따른다. 지급 실적을 정책 성과로 받아들이는 순간, 시민은 돈이 나간 기록을 지역이 회복된 증거로 보게 된다.
장관 관사도 미래 투자인가
장·차관 관사 예산은 더 직접적인 의문을 남긴다. 보도에 따르면 행정부처 지방이전 지원 예산 897억2500만 원 가운데 56억7200만 원이 장·차관 관사 확보에 배정됐다. 확인된 항목은 ‘관사 확보’다. 실내를 호화롭게 꾸미는 비용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3]
기획예산처는 지방이전 관련 사업이 기금의 지방계정 목적에 맞는다고 설명했다. 청년문화예술패스는 문화 향유와 창작 기회 확대, 농어촌 기본소득은 성장의 과실을 지역과 계층에 확산하는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국회 심의도 다른 예산과 같은 절차로 받는다고 밝혔다. [6] [7]
그 설명을 따라가면 미래대응기금에 담을 수 있는 사업의 범위는 상당히 넓어진다. 청년이 쓰면 청년의 미래, 지방에서 쓰면 지방의 미래, 부처 이전에 필요하면 장관 관사도 미래를 위한 지출이 된다. 이름은 하나인데 성격이 다른 지출들이 한데 모인다. 시민에게 남는 의문은 어느 사업이 왜 우선인지, 같은 효과를 더 적은 돈으로 얻을 방법은 없는지다.
여기서 장자도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장자도에 남은 시설과 비용
장자도 낚시공원도 관광과 어민 소득이라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주민 협의체가 초기 운영을 맡았으나 이용객 부족과 적자로 약 8개월 만에 중단했다. 시설이 생기면 사람이 올 것이라는 기대와 실제 이용은 달랐다. 이후 운영자를 구하지 못하면서 방치가 이어졌다. [8]
공사를 끝낸 기록은 남았다. 지속해서 운영되는 관광시설은 남지 않았다.
2024년 군산시의회 회의록에는 기존 시설을 소형 어선 계류시설로 옮겨 활용하는 사업에 도비 8억 원과 시비 2억 원을 계상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 10억 원은 단순 철거비가 아닌 시설 전환 예산이다. 조성비는 언론에 따라 20억 원과 32억 원으로 달리 보도돼 최종 결산액 확인이 남아 있다. [9] [1] [8]
장자도에서 드러난 것은 좋은 목적과 실제 성과 사이의 간격이다.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운영 수입을 보장하지 않았다. 주민 소득을 늘리겠다는 설명이 실패의 비용을 없애주지도 않았다.
미래대응기금의 지원사업을 바라보는 씨앗의 기준도 여기에 있다. 영화표를 지원한 숫자와 청년의 기회가 늘어난 결과, 상품권을 지급한 숫자와 지역이 살아난 결과, 관사를 확보한 사실과 지방이전의 성과는 각각 구분된다. 예산의 이름보다 그 돈이 남긴 변화가 판단의 근거다.
노모어택스가 묻는 결과
늘어난 세수에는 시민과 기업의 노동과 성과가 들어 있다. 정부에 돈이 더 들어왔다는 이유로 새로운 지출을 늘리는 선택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빚을 줄이고, 다음 불황에 대비하고, 시민과 기업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선택도 있다.
지원받는 시민 역시 세금을 내는 시민이다. 한쪽 손으로 영화표와 상품권을 받으면서 다른 쪽 손으로 더 큰 세금 고지서를 받는다면, 혜택의 크기는 지급액만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새로운 지원이 다음 해의 계속사업으로 굳어질수록 그 비용은 뒤에 오는 납세자에게도 이어진다.
노모어택스가 거부하는 것은 이처럼 지출 확대를 당연한 것으로 놓고 시민의 추가 부담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국가의 설명은 ‘청년’, ‘지역’, ‘미래’라는 이름에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 효과와 총비용, 실패 이후의 책임까지 이어진다.
장자도에는 시설이 남았고, 시민에게는 비용이 남았다. 미래대응기금에서도 지원금 지급과 시설 확보만 성과로 기록된다면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시민이 낸 돈으로 무엇이 달라졌는가.
노모어택스. 이미 낸 세금에 대한 답이 없는 국가의 추가 청구를 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