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속세가 자본과 인재의 이동을 자극하는 나라

한국의 고율 상속세는 개인의 재산 이전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업 주식과 투자자금, 지배구조와 인재의 이동을 자극할 수 있다. 상속세를 폐지한 스웨덴과 세율을 낮춘 대만, 기업투자 변화를 추적한 노르웨이 연구를 통해 한국이 답해야 할 질문을 살펴본다.

자본이 움직이면, 기업이 움직이고, 기업가도 함께 움직인다. 국가가 세율을 결정할 때 이 사실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다. 그런데 한국의 상속세는 여전히 자본과 기업이 국경을 쉽게 넘지 못하던 시대의 틀에 갇혀 있다.

2026년 현재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과세표준 30억원을 초과하면 50% 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까지 더해지면 실질 부담은 최고 60% 상당에 이를 수 있다.

기업인의 재산 상당 부분은 현금이 아니라 자신이 경영하거나 지배하는 기업의 주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속세는 단순한 개인의 재산세가 아니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현금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해 배당을 늘리거나, 대출을 받거나, 기업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결국 고율의 상속세는 기업의 승계와 소유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장기적인 고율의 상속세는 어떤 문제를 야기하나? 이미 문제를 겪었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은 나라가 스웨덴이다.

복지국가 스웨덴은 왜 상속세를 버렸나

이케아와 테트라팩을 비롯한 스웨덴 기업의 창업자와 오너들이 높은 자본과세를 피해 해외로 이주하거나 기업 본사의 국외 이전을 선택한 사례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스웨덴은 대표적인 복지국가로 담세 부담이 높은 나라다. 그런 스웨덴이 2004년 말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정부가 판단하기에 상속세가 당초 의도했던 공평한 과세보다 기업 승계를 어렵게 하고, 경제주체의 행동을 왜곡하며, 조세회피를 부추기는 세금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당시 스웨덴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상속·증여세 폐지 법안을 보면 이런 문제의식이 아주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주식 종류별 평가방법이 달라 기업들이 세금을 줄이기 위해 스톡홀름 증권거래소의 A리스트에서 O리스트로 옮겨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정부가 직접 지적했다. 쉽게 말해 같은 주식이어도 주식이 어느 시장에 상장돼 있는지에 따라 상속세 부담이 달라졌고, 기업이 세금에 맞춰 상장시장을 바꾼 셈이다. 또 중소기업의 세대교체 과정에서 상속세가 부담이 되고 있었고, 자산가에게는 합법적인 절세 방법이 광범위하게 존재해 상속세가 오히려 불공정하게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스웨덴 정부는 결국 세부 규정을 계속 고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상속·증여세 자체를 폐지하는 쪽을 선택했다. 스웨덴 의회도 폐지가 가족기업의 세대교체를 쉽게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즉, 스웨덴이 상속세를 없앤 것이 복지를 포기해서가 아니라, 기업과 자산을 상속하는 순간 막대한 현금을 요구하는 방식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속세 폐지 이후 스웨덴 자본시장이 위축됐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스톡홀름 시장은 오늘날에도 유럽에서 기업이 주식시장을 활발하게 활용하는 대표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다만 이 성과를 상속세 폐지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경기와 금융시장, 연기금 자본, 성장기업을 위한 상장제도 등 여러 조건이 함께 작용했다. 중요한 것은 상속세 폐지가 기업공개와 자본시장 발전을 가로막았다고 볼 근거 역시 약하다는 점이다.

폐지의 효과는 기업 안에서도 나타났다

스웨덴과 함께 살펴볼 북유럽 사례가 노르웨이다. 노르웨이는 2014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2026년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노르웨이 비상장기업과 대주주의 가족관계·세금자료를 연결해 폐지 전후의 변화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자녀가 있어 가족승계 가능성이 큰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비교했다. 상속세 폐지 뒤 전자의 유형·무형 고정자산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연구개발 인력의 비중도 높아졌다. 효과는 특히 재산 대부분이 현금보다 기업 지분에 묶여 있는 부유한 기업주에게 집중됐다.

연구진은 상속세가 존재할 당시 기업주들이 미래의 세금 납부에 대비해 현금성 자산을 더 보유하고 생산적 투자를 줄였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세금이 사라진 뒤에는 기업 내부의 자금을 설비와 연구개발에 다시 투입할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상속세는 사람이 죽은 뒤에만 영향을 주는 세금이 아니다. 언젠가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예상 자체가 기업주의 투자와 배당, 지분구조, 자산배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스웨덴의 제도 변화와 노르웨이 기업 연구가 함께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대만은 50%에서 물러났다

대만 역시 한국이 주목할 만한 사례다. 대만의 상속세 최고세율도 과거에는 50%였다. 그러나 2009년 1월 23일부터 기존 누진세율을 없애고 10% 단일세율을 적용했다. 이후 2017년 형평성과 복지재원 확보 필요성 등을 고려해 다시 누진세율을 도입했지만 과거의 50%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현재 대만의 상속세율은 10%, 15%, 20%다.

상속세를 이야기할 때 흔히 나오는 반론은 ‘세금 때문에 누가 정말 나라를 떠나겠느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맞는 말일 수 있다. OECD도 일반적인 상속인의 경우 상속세 차이가 이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

그러나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이야기가 달라진다. OECD가 검토한 연구에서는 미국의 억만장자 집단에서 주별 상속세 차이에 따른 유의미한 거주지 이동 반응이 확인됐다. OECD 역시 초고액 자산가가 세제 차이에 따라 다른 지역이나 국가로 이동할 가능성은 세제 설계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금 때문에 모든 사람이 나라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떠날 수 있는 사람에게 세금은 분명히 선택의 변수가 된다. 그리고 문제는 바로 그 ‘떠날 수 있는 사람’ 가운데 기업가와 투자자, 고액자산가가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개인에게 부과된 세금이 기업 안으로 들어온다

한국에서는 상속세를 흔히 부자 개인의 문제로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인의 자산 대부분이 회사 지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업가에게 100억원의 회사주식이 있다는 것은 은행 통장에 현금 100억원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데 상속세는 현금으로 내야 한다. 결국 기업의 주식을 팔거나 기업에서 돈을 빼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족의 지분율이 떨어지고, 기업의 장기 지배구조가 바뀌며, 투자에 사용될 수 있었던 자금이 세금 납부 재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상속세는 개인에게 부과되지만 경제적 효과는 기업 안으로 들어온다.

스웨덴이 상속세 폐지 과정에서 바로 이 문제를 지적했다. 상속세 때문에 기업들이 상장시장을 바꾸고, 가족기업의 세대교체가 어려워지며, 세금을 피하기 위한 복잡한 자산설계가 증가한다면 세금이 경제주체의 행동을 지나치게 왜곡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도 같은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기업인에게 높은 세율과 좁은 과세구간, 주식에 대한 복잡한 평가방식 등이 주어질 때 어떤 행동을 만들어내느냐다.

기업가는 기업을 키울수록 다음 세대의 세부담도 함께 커진다는 사실을 안다. 고액자산가는 자산을 어디에 두고 어느 국가에서 거주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창업가는 회사의 본사를 어디에 둘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인재 역시 어느 나라에서 일하고 창업하고 자산을 축적할지 선택할 수 있다. 세금은 이런 결정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그러나 세금이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 스웨덴 정부는 그 사실을 인정했고 상속세를 없앴다. 대만은 최고 50%였던 상속세를 10%까지 낮춘 뒤 현재도 최고 20%만 부과한다.

  • 상속세는 개인에게 부과되지만
  • 경제적 효과는 기업 안으로 들어온다.

한국은 이제 답해야 한다

자본도 움직이고, 기업도 움직이며, 사람도 움직인다.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그 이동은 더 쉬워진다. 상속세를 논의하면서 분배만 보고 기업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자본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기업가가 어디에서 다음 사업을 시작할지를 보지 않는다면 세금의 절반만 보는 셈이다.

스웨덴은 그 문제를 20여 년 전에 인정했다. 한국은 이제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