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후쿠시마에 가서 직접 방사선량을 재보니

원자력 발전에 대한 생각이 우호적으로 바뀐 이후에도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역의 실제 모습을 직접 보고,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던 차에 사실과 과학 네트웤의 두 분 대표님으로부터 후쿠시마현 공동 방문제의가 들어와 2019년 5월 27일~29일,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후쿠시마현을 다녀오게 되었다.

원자력을 반대하던 내가 생각을 바꾸기까지

필자는 11기 한총련 중앙위원으로 90년대 말~2000년대 중반까지 소위 말하는 NL 운동진영에서 학생운동을 하였고 짧은 기간이나마 진보 좌파 성향의 문화 예술운동 단체에 몸담은 적이 있다. 또한 2002년 민주노동당에 입당한 이래로 지금까지 일관되게 진보정당 당원이었고 여느 진보좌파 성향의 인사들이 그러하듯 원자력과 핵무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당연히 원전은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온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 믿음 또한 방사선과 방사능 물질이 양과 관계없이 매우 치명적이고 유해하다는 또 하나의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아주 우연히 원자력계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문득 원자력에 대해 필자가 알고 있었던 것들이 실은 오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계기는 그린피스가 주장해온 플루토늄의 위험성이 지나칠 만큼 과장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서였다. 그 이후로 원자력을 두고 찬반 입장을 지닌 양측이 내세우는 근거자료를 교차 검증하는 과정에서 원자력에 대한 반대 의견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원이 일정한 위험성을 담보로 하고 있으며, 각 에너지원의 수명기간 동안 환경적-사회적 위험대비 이득의 크기를 고려할 때 아직 원자력을 대체할만한 에너지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진보 좌파 진영 인사들과 평범한 시민들의 상당수는 여전히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실제보다 훨씬 크게 인식하고 있다. 공포심을 기반으로 하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면 대량살상무기인 핵무기와 원자력을 연관 지어 생각하고 있다는 점과 체르노빌 사고와 후쿠시마 사고라는 두 차례의 중대 사고에 대한 대처 방식에 기인한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는 인간이 문명 생활을 하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환경적 위험 요소들(대기오염, 유해성 화학물질, 생활습관 등)에 대한 종합적 비교판단보다는 이른바 “사전 예방의 원칙”에 의거하여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피난 조치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이는 대중에게 방사선 피폭이나 원전의 위험성을 실제보다 더 크게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대중적 공포감의 근본적 원인은 방사선과 방사능 물질의 실제 영향에 대한 정보 부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생각이 우호적으로 바뀐 이후에도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역의 실제 모습을 직접 보고,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던 차에 사실과 과학 네트웤의 두 분 대표님으로부터 후쿠시마현 공동 방문제의가 들어와 2019년 5월 27일~29일,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후쿠시마현을 다녀오게 되었다.

후쿠시마를 직접 확인하러 가다

후쿠시마현에서의 이동 경로는 사고 초기에 방사성 낙진이 집중적으로 내려앉는 바람에 공간 방사선량이 높았던 후쿠시마시와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북쪽 방향 50km 지점에 위치한 소마시, 미나미소마시, 나미에읍, 후타바읍, 오쿠마읍, 도미오카읍의 순서로 방문하였다. 특히 주된 이동 경로는 그림 2에 표시한 것과 같이 쓰나미에 의한 피해가 심각했던 소마시 마츠카와만을 비롯, 후쿠시마 원전반경 1km 안쪽 지점을 통과하는 6번 국도 주변 지역들이었다.

비행기 안의 방사선량부터 재봤다

첫날은 오카야마 대학의 슈도 스이지 박사와의 면담을 위해 인천공항에서 오카야마행 비행기를 타고 이동을 하였는데, 출발 당일 영종도 지역의 공간 방사선량은 시간당 0.23µSv(마이크로시버트)를 기록하였다. 시버트나 마이크로시버트는 방사선이 실제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수량화한 측정단위로 수치가 높을수록 유해하며, 낮을수록 안전하다.

우리 일행은 후쿠시마현에서의 공간 방사선량 측정을 위해 KAIST 정용훈 교수님으로부터 휴대용 간이선량계를 3일간 빌렸는데, 이러한 간이선량계는 지상에 존재하는 인공 방사능 물질과 자연 방사능 물질로부터 방출되는 감마선량을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GeV(기가 전자볼트) 단위의 극히 높은 에너지를 띠는 우주 방사선은 측정이 어렵다. 한편, 우주 방사선과 지상의 인공 및 자연 방사능 물질에 의해 배출되는 방사선은 모두 일정 두께 이상의 공기층에 의해서도 차폐가 된다. 고도상승에 따르는 지표 방사선의 감소와 우주 방사선의 점차적인 증가 특성, 간이선량계의 특성 때문에 약 1천 미터 고도의 비행기 안에서 측정되는 방사선량은 그림 3에서와 같이 시간당 0.011µSv(마이크로시버트)로 극히 낮게 측정되었다. 이러한 측정 수치는 우리나라에서 측정되는 평균 공간 방사선량의 10분의 1 미만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도가 높아지면 우주 방사선에 대한 대기층의 차폐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국제선 항공기의 비행고도인 1만 미터 지점에서의 시간당 방사선량은 2~10µSv에 달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비행기로 유럽을 1회 왕복 여행할 경우 피폭되는 방사선량은 흉부 X레이를 1회 찍는 것과 비슷한 약 83µSv(=0.083mSv(밀리시버트)) 수준이 된다.

각 항공노선별 편도 이용 시 피폭되는 방사선량은 그림 4에 표시된 것과 같다.

후쿠시마 현지보다 비행기에서 더 많이 피폭됐다

우주 방사선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증가하여 인공위성 궤도에서는 시간당 20~50µSv수준까지 증가하며, 지구 자기장에 의한 차폐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극지방에서도 저위도 지역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이유로 북극권에 근접한 항로를 이용하는 유럽 및 북미노선 항공편은 다른 노선에 비해 받게되는 선량이 상대적으로 높다.

뒤에 후술하겠지만, 후쿠시마현에서 공간 방사선량이 가장 높았던 곳은 원전으로부터 약 1km 떨어진 지점에 있던 6번 국도변에 존재하는 핫스팟이었다. 핫스팟은 빗물이나 눈이 녹으면서 지표면에 있던 방사성 세슘 화합물이 특정 지점에 고농도로 집중되어 주변보다 방사선량이 특히 높게 나타나는 지점을 의미한다. 이 지점에서의 공간선량은 시간당 최대 5µSv에 달하였으나, 우리 일행이 이러한 지점에서 머문 시간은 1시간 미만이었다. 후쿠시마 원전반경 20km 이내의 나머지 지역은 대부분 우리나라의 공간 방사선량과 비슷하거나 훨씬 낮은 시간당 0.03~0.09µSv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우리 일행이 2박 3일간의 일본 후쿠시마 현지 일정에서 피폭된 방사선량은 결국 일본을 왕복하는 비행기 안에서 피폭된 방사선량보다 훨씬 낮았다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시는 서울보다 낮았다

자연상태에서 측정되는 공간 방사선량은 통상적으로 0.05~0.3µSv이다. 우리나라는 우라늄과 토륨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화강암과 편마암을 주요 기반암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주요 기반암이 화산암으로 이뤄져 있는 일본보다 2~4배 정도 공간 방사선량이 더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후쿠시마 현지에 도착하여 방사선량 측정이 직접 이뤄지기 직전까지 과연 어느 정도의 방사선량이 측정될지 궁금하였다. 특히 오카야마 대학의 슈도 스이지 교수와의 면담을 마치고 후쿠시마시로 이동을 하면서, 필자는 막연히 높은 수준의 방사선량이 후쿠시마시에서 측정될 수도 있겠다는 예측도 하였다, 후쿠시마시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원전사고 초기에 바람을 타고 낙진이 내려앉아 사고 발생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도 공간 선량이 서울보다 약 10배 정도 더 높았던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측정 결과는 그림 5에 나타난 것처럼 싱거웠다. 후쿠시마시의 어느 지역을 돌아다니며 측정을 해도 시간당 0.07~0.09µSv 정도의 방사선량이 측정될 뿐이었다. 이는 서울에서 측정되는 공간 방사선량의 50~60% 수준에 해당하는 낮은 선량이다. 용량에 비례하여 위해성이 증가한다는 LNT(무역치 선형모델) 이론에 기반한다면, 적어도 서울보다는 후쿠시마시가 방사선 안전의 측면에서 더 안전한 도시라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방사성물질이 모여있는 핫스팟이 어딘가에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여 숙소 주변의 잔디밭이나 빗물이 고일만한 곳 등을 찾아 이곳저곳 배회하며 방사선량 측정을 하였다. 그러나 기대했던(?) 위험 수준의 방사선량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첫날은 허탕을 치고 숙소에서 하루 숙박한 뒤, 이튿날 본격적인 후쿠시마현 탐방을 하였다.

원전 반경 20km 안으로 들어가다

귀환금지 구역은 연간 예상 피폭선량이 20mSv(복부 CT 2회 촬영분량과 비슷)를 초과하는 지역이며, 시간당 3.8µSv를 초과하는 것에 해당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방사선 차폐 효과가 떨어지는 목조가옥(외부방사선 차폐율 60%이상)에 주로 거주하는 일본인들의 거주 양식과 야외 활동이 많은 농어촌 지역주민의 생활습관(하루평균 10시간의 야외 활동으로 가정)을 보수적으로 반영하여 계산하였다.

우리는 미나미소마시를 거쳐 나미에읍, 후타바읍, 오쿠마읍, 도미오카읍의 순서대로 해안에 인접한 6번 국도를 따라 탐방을 하였는데, 이 지역 역시 원전반경 20km 이내라도 공간 방사선량이 서울대비 1/4~1/2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이렇게 방사선량이 낮은 이유는 이 지역이 사고 당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위치하지 않았기에 낙진의 양이 적었던 점과 방사능물질이 적은 화산암을 기반암으로 하는 일본의 지질 특성에 기인한다.

원전반경 10km 이내의 권역 내로 진입을 하면서 간이선량계에 측정되는 방사선량은 비로소 서울과 비슷한 0.1~0.16μSv/h의 공간선량을 때때로 보여주었으나 제염작업이 진행된 우케도항(원전 반경 5킬로미터 권역)의 경우는 여전히 서울보다 훨씬 낮은 0.05~0.08μSv/h에 불과한 방사선량이 측정될 뿐이었다. 다만, 그림 7에 나타난 것처럼 우케도항 인근의 초등학교에서 0.161μSv/h의 선량이 측정되었으나 이 조차도 서울 관악구의 공간 방사선량 수준에 불과했다.

우케도 초등학교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예상보다 높은 파고의 쓰나미가 덮쳐 어린이와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을뻔 했으나 학교장의 빠른 대처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측정된 시간당 0.161µSv의 공간 방사선량은 서울 관악구의 공간 방사선량과 같다.

나미에읍~도미오카읍 사이의 피난 구역 곳곳에는 그림 8에 보이는 것처럼 원전사고 발생 시 가장 문제가 되는 방사능물질인 세슘 137에 오염된 표토를 제거하여 보관하는 제염토 저장소가 있었다. 방사선 피폭량은 오염원으로부터의 거리에 반비례하므로, 제염토에 아주 가까워지면 방사선량이 증가하고 어느 정도 멀리 있을 때는 선량이 감소한다. 그러나 방사능 물질인 세슘 137에 오염된 표토를 제거하여 보관하는 제염토 저장소 옆을 지날 때도 측정 수치가 주변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원전 1km 앞의 핫스팟을 재다

원전사고 발생후 3개월 정도가 경과하면 반감기가 짧은 핵종이 대부분 붕괴하여 사라지기 때문에 잔류 방사선의 90%이상, 1년 뒤에는 99% 이상이 세슘에 의해 발생한다. 세슘은 두께 5~10Cm 이내의 표토에 흡착되는 특성이 있어 토양이 고농도 세슘으로 오염되었다 하더라도 오염된 표토층만 제거하여 따로 보관하면 공간 방사선량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그렇다면 원전으로부터 1킬로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고, 방사능 낙진도 집중적으로 내려앉았으며, 제염작업도 되어 있지 않은 6번 국도변의 핫스팟 주변은 과연 어떠했을까?

일본 국도 6호선을 따라 후쿠시마 원전부지로부터 1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지점을 지나가며, 후타바읍과 오쿠마읍 일부 구간의 공간선량이 1~5μSv/h에 해당하는 꽤 높은 선량을 보였다. 특히 이 지역의 핫스팟에서는 그림 9에 보이는 것처럼 지면 접촉시 9μSv/h에 달하는 방사선량이 측정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수치는 우리나라의 토양에 접촉시 측정되는 수치와 비교할 때 20배~80배 정도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도로 화단 옆에 위치한 이곳은 빗물이 집중되는 한편, 사고 초기 내렸던 눈이 뒤늦게까지 남아있던 장소로 지면 접촉선량이 시간당 9µSv로 측정된 핫스팟이다.

거주 금지 구역은 도난 방지를 위해 곳곳에 철제 펜스를 세워두고 감시인이 근무하고 있다. 이곳에서 사람에게 가장 위험한 요인은 방사능이 아닌 멧돼지 등의 야생동물이다.

거주금지구역의 경계에서 만난 일상

사쿠라몰은 도미오카읍 거주금지구역이 시작되는 경계선에 위치한 종합 쇼핑몰이며, 복구작업을 하는 이들과 도쿄전력 직원, 귀환한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콘크리트로 만든 건물 내부는 외부 방사선이 대부분 차폐되므로,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비상 상황 발생 2~3일 동안은 실내 대피가 가장 안전하다.

방사선이 곧 질병을 뜻하는가

이러한 수준의 방사선량은 생물에게 치명적인 질병과 심각한 기형아 및 돌연변이를 만들어낼까? 그러나 이 수준의 방사선량이 측정되는 곳에서도 이상한 모양의 식물이나 기형으로 추정되는 벌레, 기타 동물들은 보이지 않았으며, 이 지역 동식물들에 대한 환경조사에서도 눈에 띄는 영향은 나타나지 않는다. 필자가 다녀간 저 핫스팟에 1년 내내 등을 붙이고 누워 지낸다면 약 79mSv 정도의 방사선에 누적 피폭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국제 습지보호조약이 체결되었던 이란의 휴양도시 람사르에서는 그림 14에 보이는 것처럼 가정의 침실 벽에서 시간당 142~143μSv에 달하는 방사선량이 측정되었다. 이론적으로 이 가정의 침실 벽에 1년 내내 등을 붙이고 있다면 약 1250mSv라는 높은 선량에 피폭이 된다. 그러나 사람은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생활하지 않기 때문에 이 집에 거주하는 주민의 연간 피폭선량은 260mSv로 조사되었다.

국제기구 보고서는 무엇을 말했나

이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은 공간 방사선량을 통해 매년 131mSv의 방사선에 피폭되고 있었고, 음식물 섭취 및 공기 흡입으로 연간 129mSv의 방사선에 추가 피폭되어 총 260mSv에 달하는 방사선을 매년 받고 있었다. 이는 후쿠시마 귀환금지 기준의 13배에 해당하는 방사선량이다.

이렇게 높은 방사선량이 가정집에서까지 측정되는 이유는 이 지역이 토륨 등 자연방사능 물질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곳에서도 사람이나 동식물들이 병에 걸려 죽거나 기형아 출생률이 높게 나오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국제적으로 공인된 전문가 집단의 견해는 무엇이었을까? UN방사선 과학위원회(UNSCEAR)의 2013년,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후쿠시마 지역에서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갑상선암 등을 비롯한 고형암 사망률의 증가나 기형아 출생률의 증가 또한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전망이다.

기형과 암, 피난의 대가를 다시 보다

임신 초기(3~8주)에 100mSv(복부 CT 10회, 흉부 X레이 1000회 분량)를 초과하는 방사선을 배아 및 태아가 받게 되면 기형아 출생률이 1%가량 증가할 수 있다. 그 미만의 선량에서는 기형아 출생률이 증가하지 않으며, 임신이 이뤄지기 이전에 부모가 방사선에 피폭되더라도 자손에게서는 기형아 출생률의 증가가 나타나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기형아 출생률이 높게 나타나는 국가들은 그림 15에 보이는 것처럼 방사선 사고가 발생했던 국가들이 아닌, 대기오염이 심하거나 가난한 국가들이 주류를 이룬다.

프랑스처럼 원자력 발전 비중이 70%를 넘나드는 국가는 도리어 기형아 출생률이 가장 낮은 4%수준에 머무르며, 수단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인도처럼 대기오염이 심하거나 각종 바이러스성 질환에 시달리는 국가들은 6~8%에 달하는 기형아 출생률이 보고되고 있다. 반면, 과거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방사성 낙진의 대부분이 내려앉은 벨라루스와 같은 국가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5.5% 정도의 기형아 출생률이 보고되고 있을 뿐이다.

발암확률의 증가 역시 마찬가지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생존자들에 대한 지난 70년간의 역학조사 결과에서 100mSv 미만의 방사선에 피폭된 사람들은 피폭되지 않은 이들과 비교할 때 암 사망률의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후쿠시마 지역은 원전사고에도 불구하고 민간인들중 아무도 100mSv를 초과하는 방사선 피폭을 받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망자도 없고, 앞으로의 만성 영향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과학적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피난 조치를 내렸을까?

이 문제는 결국 사회적 통념과 과학적 연구결과가 다양한 요소를 종합 고려하여 위험의 최소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점이 만들어지지 못하면서 발생한 소동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후쿠시마 지역에서는 1년을 초과하는 장기 피난 조치가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불필요한 사망자를 늘렸다. 만약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선량 증가가 문제였다면, 건강 영향이나 사망자는 방사선에 훨씬 민감한 영유아 집단에서 발생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후쿠시마 지역에서 발생한 사망자의 90%는 만 60세 이상의 노령층에 집중되었다. 피난 생활로 인해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들이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소, 석탄발전소, 가스발전소, 태양광 발전소를 막론하고 확률적 측면에서 인간의 건강이나 환경에 대해 위해성이 존재하지 않는 에너지원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에너지원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현생인류는 더 큰 재난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그림 16에 보이는 것처럼 에너지 사용량과 사회적 풍요는 비례하고, 사회적 풍요는 건강 및 평균 수명의 증가, 사망률의 감소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에너지원들의 사용에 따르는 이득의 크기를 최대화하고 위험의 크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기준치라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이러한 환경기준치는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반드시 지켜지도록 강제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기준치는 통상적으로 인간에게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양의 100분의 1미만을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있기에 이를 초과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광범위한 장기 대피령을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또 다른 사회적 합의 기준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나 체르노빌의 사례처럼 방사선 피폭에 의한 피해보다 피난민이 겪게 되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경제적 궁핍 때문에 훨씬 큰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도 불구하고 방사선 피폭에 관한 한, 적어도 후쿠시마현의 97%는 대한민국보다도 안전하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매우 높은 안전성을 지니고 있다. 이제는 공포심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하에 대승적이고 건설적인 미래의 에너지 믹스를 다시 논의할 때다. 인류는 당면한 기후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아직 원자력이 절실하다.

현장에서 남긴 기록

일본 전 국토가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서울의 1/3 수준에 불과한 방사선량이 측정된다.

귀환금지구역 바로 옆에 위치한 곳으로 원전 인근 지역도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기 이전, 500여 척의 어선이 이곳을 기점으로 조업을 하였으나 쓰나미로 400여 척이 파손되고, 현재 100여 척이 원전반경 10km를 경계로 모니터링과 조업 중. 수산물에서 검출되는 세슘의 기준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기준 1000Bq/kg이며, 민간감시단체의 모니터링 결과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세슘 함량은 5Bq/kg을 밑돌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약 20km 떨어진 곳에 있으나, 이곳의 공간 방사선량은 서울 방사선량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