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칼럼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으로 외교적 책임까지 지울 수는 없다

제재 대상 여부는 러시아행 운송 여부의 답이 아니다. 대사 귀국까지 번진 우크라이나 갈등 속에서 정부는 운송 경위와 정책 판단, 조사 결과의 공개 시점을 책임 있게 밝혀야 한다.

대사 귀국까지 번진 갈등, 정부는 수습의 방향을 밝혀야 한다

한국 정부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 이송을 둘러싼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은 주우크라이나 대사 귀국 결정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한국 항구에서 러시아로 연료가 운송됐다는 외신 보도까지 겹쳤다.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고, 정부가 무엇을 알고 있었으며, 어떤 판단으로 대응했는지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10월 8일 정부가 결정한 대사 귀국은 외교적 항의 조치다. 양국 관계가 단절된 것은 아니다. 이견이 대사 귀국으로까지 번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상황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1](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68266)

포로 이송 문제에서 한국은 비밀유지 합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부인하거나 양측의 해석 차이를 주장했다. 사과를 둘러싼 설명도 엇갈렸다. 한국 외교부는 사과 취지가 담긴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고, 우크라이나 측은 유감 표명과 사과를 구분했다. 합의의 존재와 표현의 의미를 놓고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1](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68266)

공개된 자료만으로 어느 쪽의 설명이 모두 옳다고 단정하지 않겠다. 정부가 상대국에 사실 인정과 사과를 요구했다면, 국민에게도 그 요구의 근거와 갈등을 풀 방안을 설명해야 한다. 공개할 수 없는 내용이 있다면 그 범위를 밝히고, 공개 가능한 사실부터 확인해주면 된다. 강한 발언 뒤에 수습의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게 된다.

한국에는 우크라이나와의 협력, 국제 제재 공조,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라는 과제가 함께 놓여 있다. 전후 재건 참여 역시 신뢰와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할 국익이다. 한국은 2022년 러시아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통제와 금융 제재 공조에 참여했고, 2023년에는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을 약속하며 재건 참여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2](https://www.investing.com/news/economy/south-korea-bans-exports-of-strategic-items-to-russia-join-swift-sanctions-2773526)[3](https://en.yna.co.kr/view/AEN20230910000251315)

국제 공조와 한국의 이해를 함께 관리하려 했던 정책의 방향을 지금 정부는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러시아와의 관계는 어떤 원칙으로 관리할 것인지, 한국 기업의 재건 참여와 국제적 신뢰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밝혀야 한다.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말은 운송 여부의 답이 아니다

러시아행 연료 보도는 이 문제를 더욱 날카롭게 만든다.

로이터는 8월 7일 선박 추적 자료와 거래 관계자들을 근거로, 7월 말 한국에서 러시아로 정제유 약 3만 톤이 운송됐다고 보도했다. 경유도 포함됐다는 내용이었다. 가디언의 후속 보도를 전한 국내 기사에는 7∼8월 한국 항구에서 출발한 선박 7척, 14차례 운항, 약 17만 6천 톤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가 등장했다. 일부 선박이 영국·유럽연합의 제재 대상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두 보도의 집계 기간과 범위는 다르다.[4](https://www.reuters.com/business/energy/traders-ship-refined-fuels-russia-south-korea-late-july-data-shows-2026-08-07/)[5](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788920)

이처럼 구체적인 보도의 어느 부분이 맞고 어느 부분이 틀리는지 정부에 확인을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는 상업용 경유와 항공유가 국내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며, 보도된 연료가 한국산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통관 통계에 대러시아 수출 실적이 없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운송 경위와 법 위반 여부는 추가로 확인하겠다고 밝혔다.[6](https://www.korea.kr/briefing/actuallyView.do?newsId=148973190)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말은 러시아로 가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통관 통계에 러시아행 수출이 없다는 설명만으로 실제 운송 경로에 관한 보도가 해명되는 것도 아니다. 신고 목적지와 최종 도착지가 달랐다면 그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 외국산 화물이었다면 원산지와 거래 구조를 밝혀야 한다.

국내법 위반 여부와 국제 공조에 미친 영향에도 각각 답해야 한다. 적법한 거래였다는 판단이 나오더라도, 제재에 참여하는 한국의 항구를 통해 러시아에 연료가 공급됐다면 우크라이나와 협력국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설명해야 한다.

질문을 비켜가는 답변이 신뢰의 비용을 키운다

10월 8일 외교부 브리핑에서도 기자는 이 차이를 물었다. 국내 제재 대상 여부와 별개로 국제 공조 차원의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에 정부는 수출통제와 국제사회 노력 참여를 다시 강조했다. 정부가 지키고 있다는 원칙은 들을 수 있었지만, 보도된 운송이 그 원칙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7](https://www.korea.kr/briefing/policyBriefingView.do?newsId=156784681)

이런 답변이 반복되면 국민은 정부가 제대로 된 답변을 피하고 있다고 느낀다.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는 그 불신이 외교적 의심과도 맞물린다. 한국이 앞에서는 제재 공조를 말하면서 실제 거래의 결과에는 책임 있게 답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 위험이 있다.

거래가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전체에 제재가 가해지거나 재건 참여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신뢰 손상으로 외교적 협의와 기업의 사업 추진에 부담이 생길 가능성은 정부가 따져봐야 한다. 국민과 기업이 감당할 비용까지 살피는 것이 외교의 일이다.

지난 3월에는 ‘울산 비축유 90만 배럴 북한 유입설’이 퍼져 정부가 이를 부인한 일도 있었다. 관련 보도에서는 외국 기업이 울산에 보관한 원유 일부를 동남아에 매각한 경위와 한국석유공사의 우선구매권 행사 문제가 다뤄졌다. 공개된 자료에서 북한 유입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이 사안과 이번 러시아행 연료 보도는 별개의 사건이다.[8](https://v.daum.net/v/Xd3YDCe4lo)[9](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60401/133652292/1)

의혹은 구체적인 자료로 확인하고, 정부의 설명도 같은 자료로 검증해야 한다. 그 과정이 보이지 않을수록 의혹은 커지고 정부의 말은 힘을 잃는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확인 결과와 공개 시점을 밝혀야 한다

어떤 선박이 언제, 얼마나 실었는가. 연료의 원산지와 판매자, 최종 구매자는 누구인가. 신고 목적지와 실제 도착지가 달랐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는 언제 이를 파악했으며, 제재 대상 선박과의 거래 여부를 어떻게 검토했는가. 우크라이나와 협력국에는 어떤 설명을 전달했는가.

이 질문에 매번 대변인의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와서는 안 된다. 외교와 통상 정책을 책임지는 당국자가 나서야 한다. 외신 보도가 틀렸다면 항목별 근거를 제시하고, 맞는 부분이 있다면 인정해야 한다. 확인 중이라면 조사 범위와 결과 공개 시점을 밝혀야 한다.

포로 이송 갈등에도 같은 원칙이 필요하다. 합의가 있었다는 근거, 설명이 엇갈린 이유, 대사 귀국 결정의 목적, 이후 협의 계획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외교적 신뢰는 정부가 자신의 입장을 얼마나 강하게 말하느냐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사실을 정확히 설명하고,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지켜진다. 정부의 책임 있는 이가 나서서 답해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와 한국의 국익이 함께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