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유권은 남았지만 소유할 수 없다
전국 농지 기본조사에서 약 27%가 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됐다. 처분명령 뒤에도 농지를 팔지 못하면 평가액의 25%가 매년 반복될 수 있다. 농지 투기를 바로잡는 일과 팔리지 않는 농지의 책임까지 시민에게 떠넘기는 일은 다르다.
4년이면 땅값만큼 내고도 끝나지 않는다
1억원짜리 농지에 처분명령이 내려졌는데도 팔지 못하면 평가액의 25%인 2,500만원이 이행강제금으로 부과될 수 있다. 처분하지 못한 상태가 이어지면 매년 한 차례 반복된다. 평가액이 변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가정 아래 4년이면 누적액은 1억원이다.
땅값만큼 강제금을 냈다고 처분의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미 낸 돈은 돌려받지 못하고 농지는 여전히 팔아야 한다. 그다음 해에도 처분하지 못하면 다시 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정확한 절차는 위반 확인 직후 곧바로 25%를 부과하는 방식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1년의 처분의무기간이 주어지고, 그 뒤 최장 6개월의 처분명령까지 이행하지 않았을 때 이행강제금 단계로 넘어간다. 그러나 첫 부과가 시작된 뒤에는 처분할 때까지 반복될 수 있고 법에 누적 상한은 없다.
- 땅값만큼 강제금을 내고도
- 땅을 계속 소유할 수는 없다.
27%가 모두 위법 농지라는 뜻은 아니다
정부가 2026년 사상 처음으로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7월 말 기본조사에서는 조사 대상의 약 27%, 면적으로는 약 30만㏊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됐다. 불법 임대차 의심 21.1%, 무단 휴경 11.6%, 불법 전용 9.0%, 소유 제한 위반 1.4% 등이었다.
이 수치는 위법이 확정된 농지의 비율이 아니다. 행정정보를 통해 심층조사 대상으로 추출한 의심 비율이며, 하나의 농지가 여러 유형에 중복됐을 가능성도 있다. 현장조사와 소명 절차를 거쳐 실제 위반 여부를 다시 가려야 한다.
농지 투기는 조사해야 한다. 농사를 짓겠다고 땅을 산 뒤 개발이익만 기다리거나 실제 경작자를 숨기고 혜택을 챙겼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농촌에는 상속받은 작은 밭, 고령으로 농사를 그만둔 땅, 구두로 이웃에게 빌려준 농지, 경작자를 구하지 못해 묵힌 땅도 함께 존재한다.
투기와 농촌의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면 법은 투기꾼만 잡지 않는다. 평범한 농민과 상속인까지 투기꾼으로 만든다.
그 많은 땅을 누가 살 것인가
정부가 농지를 실제 농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방향은 옳다. 그러나 처분명령을 내리는 것과 실제 농민이 그 농지를 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기존 농민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농사를 더 지을 노동력도 부족한데 다른 사람의 땅까지 사들일 여력은 더욱 부족하다. 청년농과 귀농인은 숫자와 초기 자본이 제한돼 있다. 농업법인도 전국의 작고 흩어진 농지를 모두 받아낼 수 없다.
농지은행도 모든 땅을 사주지 않는다. 작고 여러 곳에 흩어진 농지, 경작 조건이 나쁜 농지, 곧바로 임대하기 어려운 농지는 매입에서 제외될 수 있다.
정부는 2027년 농지 공급 지원 규모를 5,230㏊에서 6,80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기본조사에서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된 농지 30만㏊와는 성격이 다른 숫자여서 직접 비교할 수 없다. 다만 규모 차이는 약 44배다. 의심 농지의 10%만 실제 처분 대상이 돼도 3만㏊로, 한 해 공급 지원 규모보다 네 배 이상 크다.
처분명령은 있는데 받아낼 시장이 보이지 않는다.
팔지 않는 것과 팔 수 없는 것은 다르다
투기이익을 기대하며 일부러 처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매수자가 없어 팔지 못한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강제금을 부과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유자가 농지은행에 매수를 청구하고 공개적으로 매각을 시도했지만 아무도 사지 않았다면 그것은 명령을 거부한 것인가, 이행할 수 없었던 것인가. 법이 이 차이를 가리지 못하면 해결할 수 없는 의무에 대한 처벌이 된다.
이런 구조는 위장 자경을 없애기보다 새로운 위장을 만들 수도 있다. 농사를 지을 능력이 없는 사람이 땅을 지키기 위해 형식적으로 작물을 심거나 서류상 경작자로 남으려 할 수 있다. 법이 현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맞지 않는 법이 시민에게 거짓말을 강요하는 셈이다.
국유화는 아니지만 안심할 수도 없다
이를 곧바로 부동산 국유화라고 부르는 것은 법적으로 정확하지 않다. 국유화는 국가가 소유권을 가져오는 것이다. 농지법은 농지를 국가 소유로 만들기보다 실제 농민이나 적법한 농업 주체에게 이전하도록 요구한다.
농지는 일반 부동산과도 다르다. 헌법 제121조는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한다는 경자유전 원칙을 규정한다. 농지 투기를 막고 식량 생산기반을 지키기 위해 일정한 소유 제한이 필요하다는 법적 근거가 있다.
그러나 소유권의 형식만 남겨두고 감당하기 어려운 강제금을 반복 부과해 보유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면 재산권의 실질을 다시 따져야 한다. 고가주택 보유세와 농지 이행강제금은 서로 다른 제도다. 그럼에도 국가가 세금과 강제금을 이용해 누가 무엇을 얼마나 오래 소유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는 불안은 남는다.
소유권은 개인에게 있는가. 국가가 허락한 조건 안에서만 유지되는가.
시민단체는 정부의 추진대가 아니다
경실련은 9월 10일 정부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농지 전수조사를 계획대로 철저히 완수하라’고 촉구했다. 농지 투기와 위장 자경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는 필요하다. 그러나 농지의 27%가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된 상황에서 그 땅을 누가 살 것인지, 팔리지 않는 농지에 매년 25%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해도 되는지에 대한 답은 보이지 않는다.
씨앗은 앞서 「시민단체는 정부의 돌격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국가정책을 밀어붙이는 추진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시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지 감시하는 방어선이어야 한다. 조사 완수를 독려하기 전에 처분명령을 받은 시민에게 실제 출구가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정당한 사유에 대한 예외, 처분유예와 매수청구 같은 피해 완화 장치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농지 이행강제금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이번 전수조사에서는 바로 그 안전장치가 현실에서도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법전에 매수청구권이 있어도 농지은행이 살 수 없다면 출구가 아니다. 팔 사람이 수만 명인데 살 사람이 없다면 처분명령은 농지개혁이 아니라 사실상의 강제매각이 될 수 있다.
농지 투기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투기꾼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시민 모두를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땅을 내놓으라는 명령만으로 농민이 생기지는 않는다.
- 처분명령은 있는데
- 시민이 나갈 출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