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칼럼

농지를 지키려면, 농사지을 자유부터 열어줘라

농지 소유와 직접 경작을 분리하고, 생산 목적의 장기 임대차와 경작권을 보장하자. 재배부터 출하까지 하나의 생산과정으로 심사해 고령농의 은퇴와 청년의 창업이 이어질 길을 열어야 한다.

일흔이 넘은 부모에게는 땅이 있다. 농사를 계속할 체력은 예전 같지 않다. 농업을 시작하려는 청년에게는 기술이 있다. 땅을 살 돈은 부족하다.

부모는 땅을 빌려주고, 청년은 그곳에 재배시설을 갖춘다. 농지는 계속 농업에 쓰이고, 은퇴한 농민에게는 임대소득이 생긴다. 청년은 땅을 사는 데 들어갈 돈을 생산시설과 판로에 투자할 수 있다.

이런 협력을 농업의 미래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가.

윤희숙 전 의원은 10월 8일 KBS 「전격시사」 대담에서 농지 소유와 직접 경작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땅을 가진 사람과 기술을 가진 창업자가 함께 농업을 하도록 길을 열자는 것이다. 농지의 농업적 이용을 지키면서 달라진 생산방식을 받아들이자는 문제 제기다.[1](https://v.daum.net/v/20261008094211946)

〈노박의 건설읽기〉의 [「태양광은 되고 스마트농업은 왜 어려운가」](/columns/robak-solar-smart-farming-farmland-2026)도 같은 문제를 짚었다. 스마트농업은 재배에서 선별·포장·저장·출하까지 하나의 생산과정으로 움직인다. 시설을 오래된 면적 기준으로 잘라놓으면 기술이 발전한 농장일수록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여기에 농지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권리까지 막히면 창업은 시작부터 흔들린다. 농업의 미래를 말하려면 땅을 빌려 쓰는 제도와 그 땅에서 생산하는 제도를 함께 고쳐야 한다.

농민을 지켰던 원칙을 오늘의 농민에게 맞춰야 한다

1949년 제정된 농지개혁법과 이듬해 본격화된 농지 분배는 소작농이 자기 땅을 갖도록 한 역사적 전환이었다. 지주에게 기대어 살아야 했던 농민에게 생산의 기반과 독립을 돌려준 일이었다. 경자유전 원칙은 그 시대 농민의 자유를 넓혔다.[2](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609301020004180861&section=S1N7)

오늘의 농촌에는 다른 문제가 쌓여 있다.

2024년 농림어업조사에서 농가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은 55.8%였다. 농가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고령자다. 농촌에서 직접 경작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3](https://www.kostat.go.kr/boardDownload.es?bid=226&list_no=436097&seq=3)

오랫동안 농사지은 사람이 늙었다고 해서 땅을 묵혀야 할 이유는 없다. 그 땅에서 다른 사람이 농사를 이어갈 수 있다면 농지의 생산기능은 살아 있다.

농민의 생업을 지키려고 만든 원칙이 농민의 은퇴와 다음 세대의 진입을 가로막는다면 적용방식을 고쳐야 한다. 평생 농사지은 사람에게 끝까지 직접 경작하거나 땅을 처분하라는 선택만 남기는 제도로는 농촌의 미래를 만들기 어렵다.

헌법에도 변화의 길은 있다. 제121조는 경자유전 원칙과 소작제도 금지를 규정하면서,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농지를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임대차와 위탁경영을 법률에 따라 인정한다. 경자유전의 취지를 지키면서 생산적인 임대차를 넓힐 근거가 이미 있는 것이다.[4](https://www.law.go.kr/LSW//lsSideInfoP.do?docCls=jo&joBrNo=00&joNo=0121&lsiSeq=61603&urlMode=lsScJoRltInfoR)

박석두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이 점을 짚었다. 그는 경자유전 원칙을 유지하면서 농업생산성과 합리적 이용을 위한 임대차 허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땅을 누가 소유하는지와 함께, 누가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지를 보자는 접근이다.[5](https://www.gsnj.re.kr/project/board.php?Category1=&code=pds&kind=&list_cnt=10&no=125155&page=44&stext=&stitle=)

과거 소작제도의 폐해를 막는 일과 오늘의 생산적인 임대차를 보장하는 일은 함께 할 수 있다. 경작자가 토지 소유자에게 종속되지 않도록 계약과 권리를 보호하면서, 농지를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하면 된다.

단속을 강화하기 전에 농업을 계속할 길부터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는 실제 소유와 경작, 임대차 관계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만들 수 있다. 투기성 취득이나 무단 전용을 가려내는 일도 필요하다.

집행의 순서가 농촌의 생업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올해 5월 국회를 통과한 농지법 개정안은 농지 처분명령을 지방자치단체의 재량 규정에서 의무 규정으로 바꿨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처분명령 의무화는 8월 28일부터 시행됐다. 적법한 임대차나 불가피한 사정까지 모두 처분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반 여부와 법이 인정하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6](https://www.yna.co.kr/view/AKR20260507173300030)[7](https://biz.chosun.com/real_estate/real_estate_general/2026/09/08/SKQ5DJDJZBDNPNGCNESF4CCEMU/)

이때 행정이 놓치기 쉬운 사람이 있다. 실제로 그 땅을 빌려 농사짓는 임차농이다.

소유자가 조사와 처분을 걱정해 계약부터 끊으면 경작자는 수확할 땅을 잃을 수 있다. 정부도 이런 위험에 대응해 임차농 보호 신고센터와 대체 농지 우선 공급 방안을 마련했다. 농지관리 과정에서 실제 농사짓는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정부 역시 알고 있는 것이다.[8](https://www.mafra.go.kr/bbs/home/792/577897/artclView.do)

강원일보는 지난 8월 사설에서 산간지역의 고령화와 열악한 영농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단속이 소유자와 임차농을 함께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지의 소유와 경작을 구분하고 임차농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놓았다.[9](https://kwnews.co.kr/article/20260819501353)

10월 1일 대한경제에 실린 김현아 가천대 초빙교수의 시론도 투기성 소유와 고령·상속에 따른 농지 이용을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글은 당정이 9월 21일 관행적 위반의 자진 정비와 농지은행 위탁을 통한 처분 유예, 관련 입법 추진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보완책 발표 이후에는 실제로 어떤 농민이 보호받고 어떤 계약이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2](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609301020004180861&section=S1N7)

씨앗은 농지조사를 농업을 계속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작업으로 연결할 것을 제안한다.

투기성 취득과 위장 영농은 엄정하게 가리되, 실제 농업 이용이 계속되는 고령·상속 농지의 관행적 임대차에는 합법적으로 정비할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 처분명령 의무화가 이런 전환을 가로막는 부분은 다시 검토해야 한다. 경작자의 수확과 투자시설을 보호할 장치가 마련되기 전에는 관련 집행의 속도도 조절해야 한다.

조사를 끝냈는데 농사가 끊겼다면, 농지를 잘 관리했다고 말할 수 없다.

땅을 사지 않아도 투자할 수 있는 농업으로

청년에게 농업을 권하면서 땅부터 사라고 하면 진입비용이 너무 커진다. 땅값을 감당한 뒤 온실과 재배설비를 설치하고, 전기·용수·냉장시설까지 갖추기는 쉽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지임대차 시장 분석과 개선과제」는 농지 소유자가 가장 효율적으로 농지를 이용할 것이라는 기존 제도의 전제와 달라진 농업 현실 사이의 괴리를 지적한다. 앞선 농지관리 연구에서도 소유 중심 관리를 이용 중심으로 전환하고, 투기성 소유를 억제하면서 임대차를 활성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10](https://www.krei.re.kr/krei/page/53?biblioId=544041&cmd=view)[11](https://www.krei.re.kr/krei/page/24?cmd=view&pageIndex=1&pst=132152)

씨앗이 제안하는 방식은 구체적이다.

은퇴한 농민과 상속받은 소유자가 실제 농업경영자에게 농지를 장기간 빌려줄 수 있도록 허용 범위를 넓히자. 농업경영자는 청년농일 수도 있고, 여러 농민이 만든 법인일 수도 있다. 기술과 자본을 가진 기업의 참여도 실제 농업 생산과 경작권 보호라는 기준으로 심사할 수 있다.

계약에는 기간과 임대료 조정방식, 시설 설치 동의, 계약 종료 때의 시설 처리와 보상, 중도 해지 조건을 명확하게 넣어야 한다. 소유자가 바뀌어도 적법한 계약과 경작권이 유지될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제도에도 서면계약과 확인 절차를 통한 제3자 대항력, 원칙적으로 3년 이상의 최소 임대차 기간을 보장하는 장치가 있다. 다년생식물 재배지는 5년 이상이다. 여기에 더해 시설투자가 큰 스마트농업에는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기간과 중도 종료에 대한 보호를 맞춰야 한다.[8](https://www.mafra.go.kr/bbs/home/792/577897/artclView.do)

씨앗은 시설형 스마트농업에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와 갱신·보상 기준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모든 농지에 같은 기간을 강제하자는 뜻은 아니다. 작목과 시설, 투자규모에 맞춰 당사자가 안정적인 계약을 맺도록 하자는 것이다.

농지은행은 농지 연결과 계약관리를 돕는 유용한 기관이다. 농업생산성을 높이는 적법한 민간 장기계약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인이 계약의 상대와 방식을 고르고, 국가는 계약과 실제 농업 이용을 확인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수수료 역시 정확하게 볼 필요가 있다. 농식품부는 농지은행 위탁수수료가 연간 임대료의 5%이며, 농업인 소유자의 위탁수수료는 면제된다고 설명했다. 모든 농민이 땅값의 5%를 내는 구조는 아니다. 제도 개선의 핵심은 수수료와 함께 계약 선택권, 처리의 편의성, 경작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8](https://www.mafra.go.kr/bbs/home/792/577897/artclView.do)[12](https://www.mafra.go.kr/bbs/home/793/579321/artclView.do?layout=unknown)

스마트농업은 재배부터 출하까지 하나로 봐야 한다

땅을 빌릴 수 있어도 필요한 시설을 갖추지 못하면 농업은 완성되지 않는다.

버섯을 여러 층의 선반에서 키우면 재배동의 바닥면적은 작아도 생산량은 많아질 수 있다. 늘어난 농산물을 선별하고 포장하고 저장하려면 그에 맞는 공간이 필요하다. 생산성은 높아졌는데 재배동의 바닥면적에 묶인 시설 기준 때문에 출하가 막히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현행 제도도 변하고 있다. 농지법 시행령은 지정된 지역·지구·구역에 설치하는 수직농장과 식물공장을 농축산물 생산시설의 범위에 포함한다. 이제 살필 것은 허용되는 입지와 부속시설, 임대차와 운영조건이 실제 생산과정을 충분히 담는지다.[13](https://www.law.go.kr/LSW/lsSideInfoP.do?docCls=jo&joBrNo=00&joNo=0002&lsiSeq=288811&urlMode=lsScJoRltInfoR)

[노박 칼럼](/columns/robak-solar-smart-farming-farmland-2026)이 제안한 ‘농업생산시설군’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

재배·선별·포장·저장·출하 시설을 묶어 심사하고, 규모는 실제 생산량과 처리량에 맞춰 판단하자. 생산관리 사무실과 근로자 휴게공간도 농장 운영에 필요한 기능으로 심사할 수 있다. 공동 선별장과 공동 저온창고를 이용하는 소규모 농가에도 같은 길을 열어야 한다.

농업시설이라는 이름으로 일반 물류창고나 상업시설을 운영하는 행위는 이용실적으로 가려내야 한다. 시설 허가 뒤에는 실제 재배와 출하가 이뤄지는지 확인하고, 농업과의 연결이 끊어진 시설에는 특례를 유지하지 않는 기준이 필요하다.

농업에 필요한 공간을 인정하는 것과 우량농지를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것은 구별할 수 있다. 농업생산과 기능적으로 연결된 시설에는 길을 열고, 농업을 명목으로 한 용도 변경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된다.

스마트농업을 장밋빛 사업으로 홍보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재배층이 많다고 이익이 저절로 늘지는 않는다. 전기료와 냉난방비, 설비 감가상각, 판로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 정부가 지원한 시설은 설치면적과 준공사진보다 보조금 지급 이후의 매출, 비용, 생존율로 평가해야 한다.

농지를 보전하는 정책과 농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정책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땅만 남기고 농사지을 사람과 사업이 사라지면 생산기반도 약해진다.

씨앗은 앞으로 농지조사 이후 실제 경작이 얼마나 유지됐는지, 장기계약이 얼마나 늘었는지, 임차농의 계약 해지와 시설 보상은 어떻게 처리됐는지, 지원받은 스마트농장이 보조금 없이도 운영되는지를 살피려 한다.

평생 농사지은 부모의 땅과 다음 세대의 기술이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 만남이 안정적인 계약과 생산시설, 시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농지를 지키려면, 그 땅에서 농업으로 살아갈 자유부터 열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