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장은 기업이 짓는데, 사람을 보낼 때는 허락을 받아야 하나
공장 신설은 기업의 결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공장을 가동할 숙련 인력을 배치하는 순간 교섭 범위를 다시 따져야 한다면, 기업은 투자 계획을 어떻게 세울 수 있나.
공장을 짓는 결정과 공장을 돌리는 결정
삼성전자 노조는 호남 반도체 공장 건설을 내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공개한 조합원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84%가 프로젝트에 반대했다. 수만 명의 근무지와 처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공장을 짓겠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기업은 생산 계획보다 노조와 정부의 반응을 먼저 살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고용노동부는 공장 신설이나 이전, 투자 지역과 규모를 정하는 일 자체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 인력 운영 계획이 구체화돼 근로조건의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면 그 변화는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이 위에서는 투자 결정과 인력 배치를 나눌 수 있다. 실제 공장에서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기계도 돌아가지 않는다.
숙련 인력은 투자 계획의 일부다
투자는 발표문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느 지역에 공장을 세울지, 언제 장비를 들일지, 숙련 인력을 몇 명 보낼지 이어서 결정해야 한다. 반도체 업계는 기존 사업장의 기술자를 새 생산라인에 보내 초기 가동을 돕고 새 인력에게 노하우를 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력 배치는 투자 뒤에 붙는 부수 업무가 아니라 공장을 가동하는 과정의 일부다.
그런데 기업이 사람을 배치할 때마다 교섭의 범위와 쟁의 가능성을 뒤늦게 확인해야 한다면 투자 일정도 불확실해진다. 경영계는 실제로 이런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호남 반도체 투자가 이 때문에 이미 지연됐다는 뜻은 아니다. 기업이 투자에 앞서 그 위험까지 계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중앙일보 사설은 공장 신설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면서 인력 배치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침의 경계를 비판했다. 법학 연구 역시 노동쟁의 범위가 확대됐는데 교섭 의무가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침 한 장으로 수십 년을 내다보는 투자에 필요한 예측 가능성이 확보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근무지 부담을 다루는 일과 인사 결정권은 다르다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직원에게 이사와 통근의 부담이 생긴다. 기업은 그 부담을 설명하고 주거·교통 지원 등을 협의해야 한다. 해고를 동반한 구조조정이라면 고용의 안정성도 별도로 다뤄야 한다. 그러나 새 공장을 돌릴 사람을 어디에 배치할지 결정하는 권한까지 사실상 동의의 대상으로 만들 수는 없다.
신규 투자에 필요한 인력 이동과 일자리를 없애는 구조조정을 같은 배치전환이라는 말로 묶어서는 안 된다.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교섭하는 일과 투자 실행을 멈출 권한을 부여하는 일도 다르다. 현재 지침이 노조에 공장 건설의 거부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투자에 필요한 인력 계획이 어느 지점부터 쟁의의 대상이 되는지 현장에서 다시 다투게 한다면 기업의 결정권은 분쟁의 결과에 매이게 된다.
책임을 지는 쪽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투자를 독려하고 지역에 공장을 유치하는 것은 쉽다. 그다음 기업이 공장을 돌릴 사람을 배치할 때 정부 지침을 다시 살피고 노조의 반발을 먼저 걱정해야 한다면, 경영의 책임은 누가 지는가. 투자 실패의 손실은 기업이 감당한다. 새 일자리가 늦어지는 비용은 그곳에서 일하고 싶었던 시민에게 돌아간다.
기업에 투자하라고 하면서 투자를 실행할 인사 결정은 매번 눈치를 보며 하라고 할 수는 없다. 공장을 짓는 자유에는 그 공장을 움직일 자유도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