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칼럼

응급실에 영장을 들이민 국가, 아이 곁에는 누가 남나

응급실을 떠나려는 의료진 뒤에는 수사와 진료의 충돌을 개인에게 떠넘긴 국가가 있다. 아주대병원 사태의 경위와 신고·강제수사의 학습효과, 방어진료 위험을 짚고 환자의 치료 기회를 지킬 수사 통제와 전문성을 묻는다.

영장을 집행한 뒤, 아이 곁에는 누가 남나

소아응급 전문의 9명 가운데 7명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이야기다. 이지숙 센터장도 10월 29일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직 의사와 실제 퇴직은 다르지만, 아이들을 지키던 의료진이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뜻을 드러낸 사실만으로도 국가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경고다.[1][2]

앞선 칼럼 [헌신과 소신을 버리라는 정치, 정말 나라 망하게 할 셈인가](/columns/politics-abandon-devotion-conviction-2026)는 위험한 일을 맡은 사람에게 책임이 집중되고, 그 자리를 비운 비용은 시민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지적했다. 아주대병원 사태는 그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환자를 살리는 사람은 자신의 직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 수사권을 행사한 기관은 절차를 지켰다는 설명부터 내놓았다.

그 설명에는 응급실에 남아 있던 다른 아이들이 빠져 있다. 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됐는지와 그 영장을 어떤 방식으로 집행했는지는 각각 따져야 한다. 국가가 수사할 권한을 가졌다는 사실이, 치료 중인 환자를 보호할 책임까지 덜어주지는 않는다.

사망 당일 조사와 두 달 뒤 압수수색

이번 사건은 7월 15일 아주대병원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 영아가 숨진 일에서 시작됐다. 보도에 따르면 아이는 소아청소년과 외래 진료 중 호흡곤란과 청색증을 보여 소아응급센터로 옮겨졌고,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숨졌다. 이후 유족이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고소했고, 경찰은 9월 30일 소아응급센터 등을 압수수색했다.[3] [9][10]

이지숙 센터장은 사망 당일에도 보호자의 112 신고 직후 형사와 과학수사대가 응급실에 들어와 의료진이 조사에 응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사망 당일의 현장 조사와 두 달여 뒤의 압수수색은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인 뒤 수사 대응까지 이어졌다는 경험이 남는다.[9][10]

아이를 잃은 부모가 사망 경위를 알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의료과실이 있었다면 밝혀야 하고, 책임이 확인되면 물어야 한다. 그러나 그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같은 응급실의 다른 환자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까지 살피는 것은 수사기관의 의무다.

경찰은 사전 협의를 거쳐 환자가 없는 공간에서 필요한 범위의 압수수색을 했으며 진료 방해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는 환자 처치와 처방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사관이 진입해 진료에 영향을 줬다고 반박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영장 집행에 앞서 관련 자료의 임의제출을 요구하지 않았다.[3] [4]

바로 이 지점에 설명이 필요하다. 어떤 자료를 확보하려 했으며, 왜 그 자료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먼저 요구하지 않았는가. 증거인멸의 구체적인 우려는 무엇이었고, 진료 공간에 들어가는 방법 외에 어떤 대안을 검토했는가. 환자 없는 방을 사용했다는 설명만으로 의료진의 시간과 집중력, 응급실 전체의 운영에 미친 영향까지 해명되지는 않는다.

영장이 있어도 최소한의 수사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99조는 강제처분을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에서 하도록 정하고 있다. 영장이 있다는 설명에서 검토가 끝날 수 없는 이유다.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범위뿐 아니라 집행 과정에서 제3자인 환자에게 생길 위험까지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5]

이 사건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려면 영장과 집행기록, 당시 진료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그 판단과 별개로 국가가 지금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같은 증거를 확보하면서도 진료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방법을 충분히 검토하고 실행했는가.

전자 의무기록이 있으니 조작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정확한 논거가 될 수는 없다. 필요한 것은 기록의 원본과 수정 이력, 접속기록을 보존하고 검증하는 절차다. 수사기관과 병원이 이를 신속하게 확보하고 진료 공간 밖에서 제출·분석할 수 있게 설계한다면, 증거를 지키는 일과 환자를 지키는 일을 함께 수행할 여지가 커진다.

그런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채 응급실 의료진에게 수사 협조와 진료의 충돌을 알아서 감당하라고 요구했다면, 국가가 자신의 일을 현장에 떠넘긴 것이다. 수사관은 절차를 진행하면 되지만, 의사는 그 와중에도 환자의 상태를 놓쳐서는 안 된다. 같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부담은 한쪽에 집중된다.

사과 이후에도 남은 질문

국정감사에서의 대응도 이 불신을 키웠다. 함영욱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은 의원들의 사과 요구에도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후 10월 29일 경찰 고위 관계자들이 병원을 방문해 사과했지만, 이 센터장은 영장 청구와 집행 경위에 대해서는 납득할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2]

사과는 필요하다. 더 필요한 것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어느 기관의 누가 무엇을 검토했고, 어떤 판단이 진료 현장의 위험을 놓쳤으며, 앞으로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설명돼야 한다. 그 답이 없으면 사과를 받은 의료진도 다음 중증환자 앞에서 같은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권한 재편에는 전문성과 통제가 따라야 한다

정치의 책임은 여기서 무거워진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수사체계 개편의 성과를 말하려면, 달라진 권한을 누가 어떻게 통제하고 현장의 피해를 누가 막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기관의 이름과 권한 배분을 바꾸는 데 기울인 관심이 응급실의 진료를 지킬 절차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시민이 체감하는 개혁의 성적표는 초라할 수밖에 없다.

이번 압수수색이 검찰 개편 때문에 발생했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의 압수수색에는 검사의 영장 청구와 법관의 발부를 거치는 법적 절차가 있으며, 사건 당시에도 형사소송법 제215조가 이를 규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경찰의 집행 방식과 함께 영장 신청·청구·발부 과정에서 응급의료의 특수성이 얼마나 검토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6][7]

그렇다고 검찰청 폐지 이후의 수사체계를 향한 국민의 불안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수사권의 재편에는 전문성과 책임, 외부 통제를 함께 갖춰야 한다. 의료처럼 고도의 전문성과 긴급한 판단이 필요한 현장에 수사기관이 충분한 이해 없이 개입한다면, 성급한 영장 신청과 집행의 비용은 환자와 의료진이 떠안게 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은 생명을 다루는 현장에서 무겁게 들린다. 수사기관이 의료현장의 위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강제수사의 형식만 앞세우면, 잘못을 밝히려던 절차가 새로운 위험을 만들 수 있다. 법조문을 아는 것과 그 권한을 행사할 때 어떤 생명이 영향을 받는지 아는 것은 함께 갖춰야 할 전문성이다.

국감장에서 드러난 답변 태도도 그래서 우려스럽다. 수사 대상이 된 사람들의 고통과 진료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라는 요구 앞에서 절차의 적법성만 되풀이한다면, 시민은 그 권력을 어떻게 믿겠는가. 전문적인 반론과 피해 호소를 듣지 않고 자기 권한의 정당성만 내세우는 관행이 굳어질수록, 경찰이 시민을 보호하는 조직에서 시민을 위축시키는 공안경찰로 변하지 않겠느냐는 불안도 커진다.

권한을 나눴다는 설명만으로 견제가 작동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서류가 여러 기관을 거쳤어도 어느 단계에서도 환자에게 생길 위험을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면, 통제는 현장에 닿지 못한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확인해야 할 것은 바로 그 공백이다.

심장이 멎은 환자에게서 시작하는 응급의료

더 깊은 문제는 죽음이라는 결과만으로 의료행위의 책임을 판단하려는 관행이다. 위중한 환자를 치료하는 곳일수록 살리지 못하는 순간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어떤 상태로 환자를 만났는지, 당시 가능한 처치가 무엇이었는지, 그 상황에서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19구급대가 의료기관으로 이송한 급성심장정지 환자는 3만 3034명이었고, 생존 상태로 퇴원한 비율은 9.2%였다. 해마다 수많은 환자가 이미 심장이 멎은 상태에서 의료진의 손에 맡겨진다. 의료진은 그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응급처치를 이어간다. 이 통계가 특정 환자의 예후나 특정 병원의 과실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응급실이 얼마나 어려운 출발점에서 생명을 붙잡는지는 보여준다.[11]

신고의 학습효과가 방어진료로 돌아올 때

이번 사태의 후유증은 의료진 몇 명의 사직 의사 표명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더 오래 남을 것은 신고 이후 국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에 대한 학습효과다. 환자를 살리지 못했을 때 112에 신고하면 응급실 현장 조사가 시작되고, 고소하면 강제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의료진과 보호자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지겠는가.

사소한 문제라도 찾아내면 큰 배상이나 합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다면,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일단 신고하고 보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 신고나 고소만으로 배상책임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기대가 사실과 다르더라도, 수사와 분쟁에 대응해야 하는 의료진의 부담은 먼저 발생한다.

이런 정보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퍼질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의료진을 신고하고 형사절차를 밟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내국인과 외국인 보호자 사이에 확산된다면, 응급실이 감당할 불신과 분쟁도 커질 수 있다. 어느 국적의 부모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제도가 어떤 행동을 유리하게 만들고, 그 비용을 누구에게 떠넘기느냐는 점이다.

환자를 살리지 못했다는 결과와 법적으로 책임질 과실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현장에는 위험한 환자를 맡을수록 위험한 사람이 된다는 신호가 전달된다.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와 의학적 기준에 따라 소생술 시행과 중단을 판단해야 한다. 그 판단에 수사와 소송을 피하려는 계산이 끼어들게 만드는 제도는 시민에게도 안전하지 않다.

부모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로 그 변화다. 응급실 문을 통과한 환자를 보며 한 번 더 살릴 방법을 찾기보다, 소생 가능성이 없었다는 근거를 먼저 갖춰야 한다고 느끼는 현장이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두려움은 마지막까지 시도하려는 적극성이 위축되고, 어려운 환자의 수용과 처치가 방어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데서 나온다.

대표적인 소아응급의료기관의 의료진이 겪은 일이 다른 병원에도 신호가 될 수 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 등도 이번 수사 방식이 의료진을 위축시켜 방어진료를 하게 하고 최선의 결단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자를 지키겠다며 행사한 국가의 권한이 환자를 적극적으로 맡으려는 사람을 줄인다면, 그 후유증은 다음 응급환자에게 돌아간다.[12]

헌신의 비용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국가

의사에게 생명을 살릴 사명감이 있으니 끝까지 버티라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사명감은 국가가 아무 대책 없이 끌어다 쓸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도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길 수 있는 일을 맡겨놓고, 그 부담을 개인에게만 돌려서는 현장을 지킬 수 없다.

이것은 의사만의 이해관계가 아니다. 중증환자를 맡을 사람이 줄어들고 응급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질수록,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더 먼 병원을 찾아야 한다. 국가가 아꼈다고 여긴 제도 개선의 비용이 시민의 이동 시간과 치료 지연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유족에게도 지금보다 나은 길이 필요하다. 충분한 설명과 독립적인 의료감정, 신속한 피해구제에 접근하기 어렵다면 형사고소에 기대는 유인은 커질 수 있다. 유족을 의심하고 의료진을 겁주는 방식으로는 서로의 불신을 풀 수 없다. 사망 원인을 확인하는 절차와 피해를 구제하는 장치를 제대로 갖추는 일에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제도의 성적표는 아이 곁에 남은 사람이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 등은 10월 30일 기자회견에서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불가피한 경우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할 제도를 요구했다. 임의제출로 확보할 수 있는 자료에 대한 무분별한 영장 집행을 통제하고, 준비 중인 수사 가이드라인 초안을 11월 말까지 공개하라는 요구도 내놓았다.[8]

실효성 있는 기준이라면 증거를 훼손하거나 급박한 범죄가 진행되는 예외적 상황에 대응하면서도, 통상적인 기록 확보 때문에 진행 중인 진료를 흔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필요한 증거의 신속한 보존, 병원과의 협의 방식, 진료 공간 진입의 요건, 집행을 일시 중단할 기준과 책임자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의료진의 선의와 수사관 개인의 배려에 맡겨둘 일이 아니다.

앞으로 확인할 것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는 발표가 아니다. 실제 초안과 시행 시점, 의료진의 의견 반영 여부, 현장 집행에 대한 점검·이의제기 절차를 보아야 한다. 아주대병원 의료진이 현장에 남아 진료할 수 있는지, 환자 수용과 응급실 운영이 유지되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환자를 잃은 가족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동시에 그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가족의 치료 기회를 위태롭게 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 정치가 이 두 책임을 함께 작동시키지 못한 채 의료진에게 버티라는 말만 반복한다면, 책임 회피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의사를 겁줘서 아이를 살릴 수는 없다. 헌신하는 사람이 두려움 없이 자기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국가의 실력이다. 정부와 국회는 응급실에서 어떤 수사 절차가 바뀌었고, 그 결과 누가 아이들 곁에 남아 있는지로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