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10%의 책임을 묻기 전에, 10%의 권력을 통제하라

개인정보 유출 기업에 전체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시대가 열렸다. 기업의 책임은 엄하게 묻되, 기업의 존립까지 좌우할 국가권력의 자의성도 함께 통제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을 해야 하는 이유

개인정보를 함부로 다룬 기업에 전체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이상한 것은 이 당연한 책임 원칙을 말하면서 동시에 국가권력부터 통제하라고 요구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이다.

기업은 국민의 개인정보를 소유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국가 역시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소유한 것이 아니다.

이 너무나 당연한 말을 굳이 꺼내는 이유가 있다. 이번 정부가 보여준 일련의 선택에서 권위주의화와 정치권력 집중의 징후를 의심하게 되기 때문이다.

  • 기업은 국민의 개인정보를 소유한 것이 아니다.
  • 국가 역시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소유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하나의 정책이 아니라 방향이다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는 법이 거대 여당 주도로 처리됐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도입까지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거쳐 잇달아 국회를 통과했다. 오는 10월 2일에는 78년 역사의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각각의 제도에는 나름의 개혁 명분이 있을 수 있다. 대법원의 사건 적체를 해소하자는 주장도,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자는 주장도 그 자체로 논의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하나의 정책이 아니다. 방향과 속도다.

한 정당이 의회의 압도적 의석을 바탕으로 사법부와 수사기관의 구조를 동시에 바꾸고, 반대 의견을 사회적 합의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표결로 넘어서야 할 장애물처럼 취급한다면 시민은 묻게 된다. 이것은 개혁인가, 장악인가.

그 의심을 키운 것은 탄핵의 정치다. 감사원장과 검사 세 명에 대한 탄핵심판은 2025년 헌법재판소에서 모두 기각됐다. 물론 헌재가 국회의 탄핵권 행사를 남용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의 직무를 즉시 정지시키는 탄핵이 정치적 압박의 일상적 수단처럼 반복됐다는 우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통령실과 사전 협의하지 않고 대법관 후보를 서면으로 제청했다는 이유로 여당이 전국에 사퇴 요구 현수막을 걸었다. 여당 일부에서는 탄핵론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당 지도부가 공식적인 탄핵 추진에는 선을 그었지만, 집권당이 사법부 수장을 향해 사퇴와 탄핵을 압박 수단으로 꺼내 든 장면 자체가 남긴 의미는 작지 않다.

인사 문제에서도 반대 여론을 설득해야 할 국민의 목소리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감수할 수 있는 정치적 비용처럼 취급한다는 비판이 쌓이고 있다. 이런 정황 속에서 행정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기업 전체 매출액의 10%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고 한다.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 문제는 하나의 정책이 아니다.
  • 권력이 향하는 방향과 그것을 제어할 견제의 부재다.

기업의 잘못은 분명히 물어야 한다

9월 1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은 반복적이거나 고의·중과실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을 일으킨 기업에 전체 매출액의 1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예방 투자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과징금을 감경하도록 했고, 대표자의 최종 책임과 개인정보보호책임자의 권한도 강화했다. 취지는 분명하다. 개인정보 보호를 비용으로만 계산해 온 기업의 안이함에 더 이상 면죄부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티빙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강력한 제재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다만 사고가 개정법 시행 전에 발생한 만큼 이를 새로운 10% 조항의 직접 적용 사례로 단정해 인용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적용 관계는 위반행위의 시점과 개정법 부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티빙은 이 법의 첫 처벌 사례라기보다 법을 탄생시킨 경고에 가깝다.

해외에도 기업 매출의 10%에 육박하는 제재 사례는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2019년 페이스북에 50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의 2018년 매출과 비교하면 약 9%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미국 사례는 액수만 떼어 비교해서는 안 된다. 페이스북은 2012년의 기존 합의를 위반했고, 제재는 법원의 승인을 받는 합의 절차를 거쳤다. 독립적인 이사회 개인정보위원회 설치, 최고경영자의 정기 인증, 외부 평가까지 함께 부과됐다. 거액의 벌금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절차와 책임, 사후 감시가 하나의 구조로 설계돼 있었다.

책임을 묻는 권력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 역사에는 반대의 사례도 있다. 1985년 국제그룹은 정부의 금융·행정 압박 속에서 해체됐다. 헌법재판소는 1993년 이 조치가 법적 근거와 적법한 절차 없이 기업의 경영권과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기업의 잘못을 법으로 묻는 것과 정치권력이 기업을 제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교훈이다.

오늘의 민주정부가 1980년대 권위주의 정부와 같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집권자의 선의를 믿는 제도가 아니다. 집권자의 악의가 있더라도 권력을 함부로 쓰지 못하게 만드는 제도다.

그래서 10% 과징금에는 10%보다 더 강한 통제가 따라야 한다. ‘반복’, ‘대규모’, ‘중과실’의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기업의 매출과 존립에 치명적인 처분일수록 독립적인 외부 심사와 신속한 사법심사를 보장해야 한다. 과징금 산정 과정과 감경·가중 사유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치권력과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이라도 같은 기준으로 처벌하고, 정권과 가까운 기업이라고 봐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에도 민간기업 못지않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10%의 권력을 먼저 통제하라

기업의 규모가 크다고 책임이 가벼워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분노가 국가권력에 무제한의 재량을 주는 이유가 돼서도 안 된다.

선한 정부를 전제로 만든 법은 좋은 법이 아니다. 가장 싫어하는 정당이 집권하고, 가장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 그 권한을 쥐더라도 남용할 수 없게 만든 법이 좋은 법이다.

기업에는 10%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은 먼저 물어야 한다. 그 10%를 결정하는 권력은 누가 통제하는가.

개인정보는 기업의 것이 아니다. 기업의 생사 또한 정권의 것이 아니다.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자의적인 정치권력의 손에 넘겨서는 안 된다.

  • 10%의 책임을 묻기 전에,
  • 10%의 권력을 통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