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전력믹스에서 ‘재생에너지 가뭄’에 대한 고려
고범규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원이 기후 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재생에너지 가뭄에 대비한 전력믹스에 관해 쓴 원고입니다.
“올해는 우리의 남은 생애에서 가장 시원했던 해”
지난 5월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월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32.54ppm을 기록하며 직접 측정이 시작된 195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세계기상기구(WMO)는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서 2024년과 2025년 전 지구 평균 기온 역시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보면 각각 1.55도, 1.44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사회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에서 일종의 저지선으로 언급해온 1.5도 억제가 사실상 실패했음을 의미합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구 평균 온도는 향후 지속해서 상승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5 배출격차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 2025)에 따르면 각국이 제출한 NDC 목표가 이행되어도 이번 세기말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2.3~2.5도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1]
그러나 실제 최근의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추이를 살펴보면 이러한 NDC 목표도 사실상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매년 반복해서 “올해가 우리의 남은 생애에서 가장 시원했던 해가 될 것”이라는 말을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상황에 놓인 셈입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과 산업 경쟁력 유지강화의 어려움
물론 국제 사회는 나름의 노력을 해왔습니다. 기존에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온 선진국들은 산업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과 온실가스 다 배출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재생에너지 사용 등의 조치를 통해 개별 국가 차원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냉정히 평가해보면 국제 사회에서 재화 생산을 주로 담당하는 국가가 달라졌을 뿐 지구촌 범위에서는 화석연료 소비량은 도리어 늘어났습니다. 예를 들어 2002년 전 세계 석탄 소비량은 약 49억 4,000만 톤 이었으나 2024년에는 중국이 단독으로 49억 4천만 톤의 석탄을 소비했고, 그 외의 모든 국가에서 추가로 38억 3천만 톤을 소비했습니다.[2]
이는 우리의 문명 체계가 철강산업, 화학산업, 시멘트 등 화석연료로부터 직접적으로 생산되는 소재 및 각종 부산물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산업뿐만 아니라 현재의 반도체 산업이나 AI 산업 역시 에너지 다소비 산업으로서의 성격이 명확합니다. 제조업 생산기지를 일찌감치 해외로 이전하며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소비 감소를 자랑했던 현재의 유럽 국가가 경제적 어려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은 에너지 소비와 경제성장이 쉽게 떨어질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탈화석연료는 우리의 예상보다 더욱 압도적인 에너지 소비를 전제로 할 수 있다.
게다가 화석연료는 직접적인 소재 생산 외에도 각 분야에 필요한 부산물들을 제공해 왔습니다. 제철소 고로에서 나오는 슬래그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비산재는 건설현장에서 필요한 혼화재 및 반도체 산업 및 광케이블 제조에 필요한 저마늄 등을 값싸게 제공합니다. 석유화학 산업에서는 도로포장에 필수인 아스팔트, 비료의 핵심인 암모니아 생산에 필요한 수소를 부산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탈탄소, 혹은 탈화석 에너지로의 전환은 각종 주산물과 부산물의 공백을 메꾸는 과정에서 추가로 소요될 에너지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반영하면 미래의 에너지 소비량은 현재보다 더 크게 늘어날 것이 거의 확실하며 7/24 안정적 공급을 전제로 하는 전력산업의 개편 역시 우리 앞에 놓인 엄정한 현실입니다.
‘기후에 의존하지 않는 무탄소 전원의 충분한 확보가 핵심’ ‘40년 재현빈도, 혹은 100년 재현 빈도의 재생에너지 가뭄’에 대비해야
그런데 최근 10~15년 동안은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을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에 대해 논의하기보다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인 것처럼 기후위기 대응담론에서 재생에너지의 역할이 과장되게 제시되거나 왜곡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 행정부를 가리지 않고 상당히 급격한 수준의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증대를 목표로 삼은 반면, 신규원전 설비 도입에는 상당히 소극적으로 임해왔습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기후 의존성 에너지원으로 전력믹스에서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경우 장기간의 ‘재생에너지 가뭄(둥켈 플라우테)’에 의한 ‘에너지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유럽대륙에서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재생에너지 가뭄’을 야기했을 것으로 연구된 1996/1997년의 ‘재생에너지 가뭄 기간은 무려 55일에 걸쳐 지속되었습니다.[3] 이 기간 태양광과 풍력을 합산한 평균 이용률은 유럽대륙의 전력망이 가장 이상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정하에서도 11퍼센트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독일에 한정할 때 ‘재생에너지 가뭄’기간은 약 109일에 걸쳐 지속되었던 것으로 나타나, 에너지섬으로 고립되어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들에서는 반드시 ‘재생에너지 가뭄’의 빈도와 강도를 예측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대륙 차원에서 수 십년 주기로 나타나는 재생에너지 가뭄에 대응하려면 RE100 시나리오 하에서는 연간 전력 소비량의 7.1퍼센트에 달하는 천문학적 용량의 ESS가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이는 BESS 가격이 아무리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감당 불가능한 수준의 비용과 설치 면적을 필요로 합니다.
한반도 지역에서의 장기적인 풍량 감소 추이도 면밀히 반영해야
우리나라의 상황으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은 더욱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섬으로 고립되어 있으며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양질의 유연성 전원, 즉 수력자원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에 따라, 한반도의 여름철 장마 기간이나 겨울철의 폭설과 함께 바람 가뭄이 겹치는 경우 원전 50%, 재생에너지 50%로 구성된 무탄소 전원 믹스 시나리오에서도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30~40GW에 달하는 대규모 추가 설비가 건설될 예정인 해상풍력의 경우 우리나라 전역에서 일관되게 발생하고 있는 풍량 감소 추이 및 발전단가를 보수적으로 평가하여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상풍력 발전 설비의 생애주기 발전량은 원전의 10~15% 수준에 그친 반면, 건설 단가는 이미 원전보다 2배 가까이 비싼 수준으로 상승하여 무리한 건설보다는 합리적으로 유지 가능한 수준으로 계획 용량 축소가 필요하겠습니다.
따라서 미래의 시나리오에서 RE100은 원천적으로 배제함이 옳습니다.
결론적으로 미래의 전력 믹스에서 무탄소 전원의 비중은 높이되, 그 중심축의 역할은 원전-보조적 역할로서는 재생에너지를 조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필자 추가 설명: 2040년 재생에너지 설비 전망
참고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망안에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040년도 기준, 태양광은 155GW, 해상풍력 45GW, 육상풍력 16GW로 늘어날 전망이며, 통계에 정확히 포함하기 어려운 주택용 지붕 태양광이나 기타 자가발전용 태양광까지 합칠 경우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총 설비용량은 2040년도에 230~240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4][5]
현재 대한민국의 원자력발전 설비용량은 약 26GW이며, 이를 통해 전체전력생산량의 약 30%를 공급하고 있습니다.[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