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공익감시

국회의원을 평가하겠다는 시민단체, 평가기준이 중요하다

인천경실련이 지역 의원 14명의 국감 활동을 평가해 공개하겠다고 했다. 시민단체가 주체적으로 국회를 감시하는 일은 반갑다. 평가 기준과 근거를 사전에 공개한다면 그 활동은 유권자에게 더 신뢰받을 수 있다.

유권자는 선거 때만 의원을 평가하지 않는다

인천경실련이 인천 지역 국회의원 14명의 국정감사 활동을 평가해 유권자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은 정부를 감사하고, 시민단체는 그 의원이 제 역할을 하는지 살핀다. 시민단체가 주체적으로 의원의 활동을 평가하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인천경실련은 9월 29일 논평에서 공공기관 통폐합과 이전, 지방교부세, 수도권매립지, 공공의료와 교통 등 인천 현안을 국감에서 다뤄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대하는 시민·주민단체들과 의원들의 활동을 살펴본 뒤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지역의 삶을 국회 질문에 올리고 의원에게 답을 요구하는 것은 시민운동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유권자는 선거 때만 의원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다.

좋은 감시일수록 기준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그만큼 국감 평가라는 말에는 힘이 있다. 평가 결과는 의원의 이름과 함께 유권자에게 전달된다. 어느 현안을 고르고 무엇을 성과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같은 국감도 다른 성적표가 된다. 기준이 자의적이거나 한쪽으로 기울면 좋은 취지의 활동마저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항만공사 통합을 반대한 질문을 높게 평가한다고 하자. 그러면 정부가 제시하는 통합의 비용과 편익을 따져 묻거나, 통합에 찬성하는 인천 시민과 기업의 의견을 확인한 의원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시민단체는 자신의 정책 입장을 분명히 밝힐 수 있다. 다만 그 입장에 동의했는지와 의원이 자료를 충실히 검증했는지는 구분해야 한다. 정책에 대한 찬반을 평가한다면 그것 역시 평가표에 명시하는 편이 정직하다.

의원마다 상임위원회도 다르다. 항만과 지방재정, 의료 문제를 한 의원이 모두 같은 권한으로 감사할 수는 없다. 질의 건수만 세면 날카로운 질문 하나보다 이름만 올린 질문 여러 개가 유리해진다. 의원실 보도자료만 보면 피감기관이 실제로 어떤 답을 했고 이후 무엇이 바뀌었는지도 놓친다.

사전 공개가 평가에 힘을 준다

이번 평가에는 네 가지가 국감 전에 공개되면 좋겠다. 의원별로 어떤 상임위와 피감기관을 평가하는지, 의제를 고른 기준은 무엇인지, 질문의 질과 후속 조치를 어떤 증거로 판단하는지, 평가 대상 의원에게 설명과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주는지다. 함께 평가하는 단체가 해당 사업의 이해당사자라면 그 관계도 밝힐 수 있다. 평가 기준과 근거가 열려 있을수록 시민단체의 판단도 힘을 얻는다.

인천경실련의 29일 논평을 전한 보도들에서는 평가 대상과 결과 공개 계획이 확인된다. 구체적인 평가표, 항목별 가중치, 이의 제기 절차는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별도로 준비 중일 수도 있다. 국감이 시작되기 전에 기준을 공개한다면 시민도 의원도 같은 잣대를 알고 평가를 지켜볼 수 있다.

국회는 정부를 감시해야 한다. 시민단체는 국회가 그 일을 하는지 평가할 수 있다. 시민은 그 평가의 기준과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인천경실련의 시도가 좋은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 사전에 공개된 평가표, 국감 질의와 답변의 원문, 의원들의 반론, 국감 이후 실제로 달라진 일까지 유권자가 직접 대조할 수 있다면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