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칼럼

북한의 뒤에 중국이 있다

북한의 2025년 파악된 대외 상품 교역에서 중국의 비중은 98.2%였다. 군사동맹과 교역, 북핵과 탈북민 인권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과 한계를 살피고 한반도 시민의 안전을 묻는다.

북한의 뒤에 중국이 있다

2025년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98.2%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파악한 북한의 전체 교역액 약 31억 2,800만 달러 가운데 중국과의 교역이 약 30억 7,200만 달러였다. 공식적으로 파악되는 무역을 기준으로 보면 북한은 사실상 중국을 통해 바깥 세계와 물건을 주고받고 있다.[1]

이 숫자는 북한 경제의 구조를 보여준다. 동시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이야기할 때 왜 중국을 빼놓을 수 없는지도 말해준다.

다만 이 수치는 파악된 상품 교역의 비중이다. 비공식 거래나 공개되지 않은 거래, 군사협력과 같은 관계까지 모두 금액으로 보여주는 숫자는 아니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확대됐다는 사실도 이 교역 통계만으로는 읽을 수 없다.

그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분명한 사실이 있다. 중국은 북한을 움직이는 외부 변수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북한 정권이 살아가는 환경 자체를 좌우하는 나라다.

앞선 [5편 「6·25전쟁, 중국은 왜 대한민국을 향해 총을 쏘았나」](/columns/china-korean-war-intervention-part5-2026)에서 우리는 중국이 6·25전쟁에 참전해 붕괴 위기에 놓인 북한 정권의 생존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과정을 살폈다. 전쟁은 1953년 멈췄지만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끝나지 않았다. 전장에서 맺어진 관계는 군사조약이 됐고, 경제적 연결이 됐으며, 오늘날에는 북핵과 한반도 외교의 중요한 조건이 됐다.

그렇다면 중국은 북한을 왜 지키려 하는가. 중국이 말하는 한반도의 안정은 누구를 위한 안정인가. 그리고 그 안정 속에서 북한 주민과 대한민국 시민의 안전은 얼마나 고려되고 있는가.

피로 맺었다는 동맹은 지금도 살아 있다

중국과 북한은 1961년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놓일 경우 다른 쪽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조약은 오래된 냉전의 유물로만 볼 수 없다. 중국 외교부는 2021년 조약이 수정이나 종료에 대한 합의가 없는 한 계속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2026년 7월 조약 체결 65주년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축전을 주고받으며 양국 관계의 지속을 강조했다.[2][3]

중국이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을 위해 자동으로 전쟁에 뛰어든다고 예측할 수는 없다. 실제 위기의 원인과 공격의 주체, 당시의 국제정세에 따라 중국의 판단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 사이에 군사적 지원을 약속한 조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한반도의 위기가 남북한만의 문제로 머물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는 동시에 중국과 군사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북한의 위협을 판단할 때 중국의 선택까지 살펴야 하는 이유다.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 있다. 전쟁에서 피를 함께 흘리며 맺어진 우의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기억은 다르다. 그 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고, 중국군은 국군과 유엔군을 상대로 싸웠다. 중국이 기념하는 동맹의 역사에는 남쪽 시민들의 피란과 죽음도 함께 놓여 있다.

중국에 북한은 어떤 나라인가

중국과 북한은 오랜 국경을 맞대고 있다. 중국의 지도부에게 북한의 급격한 붕괴나 한반도의 전쟁은 국경을 넘어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다.

북한 체제가 무너지면 대규모 주민 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 핵무기와 군사시설의 통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한반도의 군사적 질서도 달라질 수 있다. 중국이 이 상황을 자국의 안보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의 전략적 계산에는 미국과의 관계도 놓여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이 자국 국경 가까이 확대되는 상황을 경계해 왔다. 이런 시각에서 북한은 우방국인 동시에 중국의 안보 환경을 구성하는 공간이 된다.

중국이 북한의 안정을 중시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래야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안보 계산이 곧 우리의 안전을 뜻하지는 않는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자국 국경의 안정일 수 있다. 대한민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핵 위협 없이 시민이 살아갈 수 있는 평화다.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굶주림과 처벌의 공포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다.

세 가지가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북한 정권이 흔들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무기를 고도화할 수 있다. 국경이 조용히 유지되는 동안에도 북한 주민의 자유는 억압될 수 있다. 중국의 국경이 안정돼 있다는 말만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북한 경제의 문은 어디로 열려 있는가

북한은 오랜 제재와 고립 속에서도 외부와 거래하며 경제를 유지해 왔다. 그 통로의 중심에 중국이 있다.

중국을 오가는 상품에는 북한의 공장과 일상에 필요한 원료, 연료, 기계류와 여러 소비재가 포함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북한이 원유와 정제연료, 화학제품, 섬유, 기계와 전자부품 등 산업 투입재를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4]

이 물품들이 모두 북한의 군사계획에 쓰인다는 뜻은 아니다. 주민의 생활과 생산에 필요한 물자도 있다. 외부와의 교역을 모두 적대행위로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중국과의 경제적 연결이 북한 정권의 생존 환경을 떠받치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 또한 피할 수 없다. 국가는 연료와 원료, 외화를 확보해야 움직인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이 연결을 통해 영향력을 갖는다. 국경 통관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유엔 제재 대상 거래를 얼마나 엄격히 단속하는지, 북한과 어떤 경제협력을 이어가는지에 따라 북한이 처한 환경은 달라진다.

그렇다고 교역 의존도가 높다는 숫자 하나로 중국이 북한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보는 것도 잘못이다. 거래의 문을 쥔 나라가 상대의 모든 결정을 쥐는 것은 아니다. 국경을 지나치게 조이면 북한의 불안정이 중국에 되돌아올 수 있고, 북한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넓히려 한다.

중국은 북한에 영향력이 있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무제한의 통제권이 아니다.

중국은 북핵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북핵은 커졌다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에도 부담이다. 핵 위기가 고조되면 주변국의 군사적 대응이 강화되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참여한 적이 있다. 2017년 9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75호는 중국을 포함한 이사국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5]

그러나 중국이 북핵에 반대한다는 입장과 북한의 핵개발을 막아내는 결과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 북한은 중국의 반대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계속 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안보리의 대응도 달라졌다. 2022년 5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제재를 강화하려던 안보리 결의안은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중국은 제재 강화가 인도주의적 부담을 키우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반대했다.[6]

2024년에는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던 유엔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안이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부결됐다. 이때 중국은 반대표가 아니라 기권표를 던졌다. 패널의 활동은 종료됐지만, 기존 유엔 대북제재 결의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7][8]

중국은 제재의 한계와 북한 주민의 어려움을 말한다. 제재가 주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실제로 따져야 한다. 주민이 겪는 고통을 외면한 채 압박의 강도만 높이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주장이 북한 정권의 핵개발 책임까지 덮어줄 수는 없다. 주민의 생활이 어렵다면 북한 지도부가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사용하고 있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국제적인 감시가 약해졌다면 제재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주민에게 필요한 물자가 어떻게 전달되는지도 더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중국은 북핵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북핵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조치가 약해지는 순간, 북한과의 관계와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함께 계산해 왔다. 대한민국이 봐야 할 것은 중국의 선언뿐 아니라 그 선언이 실제 행동에서 어디까지 이어지는가다.

북한은 중국이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북중 관계를 이야기할 때 흔히 북한을 중국의 말을 따라야 하는 나라로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니 정치와 군사에서도 결국 중국의 뜻을 따를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이 반대하는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이어왔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북한 지도부의 전략적 선택을 모두 바꾸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도 확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과 러시아는 군사협력을 강화했고, 2024년에는 군사적 지원 조항을 포함한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다. 미국 정보당국의 2026년 공개 평가는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과 군수물자를 제공했으며, 그 관계에서 북한이 이익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9][10]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이 깊어졌다고 해서 중국이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잃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반대로 중국·북한·러시아가 모든 문제를 사전에 함께 결정하는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인다고 볼 근거도 없다. 세 나라의 이해관계는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항상 같지는 않다.

대한민국 외교는 이 차이를 읽어야 한다. 중국에 영향력이 있다는 이유로 북핵 문제를 중국에 맡겨놓을 수도 없고,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중국의 책임을 지워줄 수도 없다.

영향력이 있는 만큼 책임을 묻되, 그 영향력의 한계까지 계산하는 것. 그것이 중국을 상대하는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북한 정권을 지키는 안정과 북한 주민의 안전

북한 문제를 이야기할 때 자주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북한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안보와 외교의 대상이다. 미국과 러시아에도 핵과 군사력, 국제질서의 문제다. 대한민국에서도 북한은 오랫동안 정권과 군사적 위협을 중심으로 논의돼 왔다.

그러나 북한은 지도부와 군대만으로 이루어진 나라가 아니다. 그곳에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부모가 있고, 바깥세상을 알고 싶어 하는 청년이 있으며, 국경을 넘어 살아남을 길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2023년 10월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북한으로 다수의 탈북민이 강제 송환됐다는 보고에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송환될 경우 박해나 고문 등의 위험이 있는 사람을 돌려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국제법상 원칙을 지킬 것을 중국에 촉구했다. 중국은 그동안 자국에 들어온 북한 주민을 불법 입국한 경제적 이주민으로 보는 입장을 밝혀 왔다.[11][12]

국경을 관리할 중국의 권한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경 관리가 송환 이후 한 사람이 맞게 될 위험까지 지워주지는 않는다. 북한 주민을 체제의 불안정 요인으로만 바라보는 순간,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경을 넘은 사람의 사정은 보이지 않게 된다.

중국이 한반도의 안정을 말할 때 대한민국은 그 안정의 내용을 물어야 한다.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는 것인가.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북한 정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인가.

평화는 정부와 정권이 유지되는 상태보다 넓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두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북한 주민이 보이지 않는 한 한반도의 평화도 절반만 이야기한 것이다.

중국은 대한민국에 무엇을 요구하는가

중국은 북한과 동맹을 유지하면서 대한민국과도 외교·경제 관계를 맺고 있다. 대한민국은 중국과 교역하고 기업은 시장을 개척하며 시민들은 여행과 학술, 문화 분야에서 교류한다.

이 관계는 우리에게 이익을 가져왔다. 중국과의 협력은 앞으로도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도 중국과 대화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경제적 협력과 안보상의 이해관계가 같다는 뜻은 아니다.

중국은 북한과 군사적 관계를 유지한다.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직접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중국은 자국 국경의 안정과 미국의 영향력을 함께 계산한다. 대한민국은 시민의 생명과 영토를 지키고 독립적으로 안보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이 차이를 덮어둔 채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외교는 위험하다. 중국의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다. 그러나 중국이 대한민국과 같은 순서로 위험을 판단할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외교는 중국과의 대화를 유지하면서도 한미동맹과 자체 방위능력을 토대로 해야 한다. 북핵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갖추고, 위기 상황에서 중국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꾸준히 대비해야 한다. 동시에 유엔 제재 이행과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서는 중국에 구체적인 설명과 행동을 요구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중국이 불편해하는 말을 모두 삼킨다면, 그것은 외교가 아니라 자기검열이다.

북한의 뒤를 보되, 북한 주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은 6·25전쟁에서 북한 정권을 지켰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군사조약과 경제적 연결을 통해 북한의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 왔다. 오늘도 중국의 선택은 북한 정권의 계산과 한반도의 안보 환경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북한 지도부는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고 군사력을 키우기 위해 독자적으로 행동해 왔다. 북핵의 일차적 책임은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 정권에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중국의 책임을 없애지는 않는다. 북한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며 군사조약의 당사국인 중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 영향력을 어디에 사용하고, 어떤 순간에 사용하지 않는지는 평가받아야 한다.

앞으로 살펴볼 기준은 분명하다. 중국이 북한과의 교역에서 유엔 제재를 어떻게 이행하는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어떤 행동을 하는지, 탈북민의 강제송환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한반도 위기에서 대한민국의 안전과 선택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다.

한반도의 평화는 중국의 국경이 조용한 상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시민이 핵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북한 주민도 자신의 생명과 삶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뒤에 중국이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북한만 볼 것이 아니라 중국의 선택도 함께 보아야 한다. 그 시선의 끝에는 언제나 한반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