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칼럼

기업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산업안보는 기업의 자유를 지탱하는 조건이다.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정부는 핵심기술의 보호 범위와 심사·중단·책임체계부터 입증해야 한다. 협력의 성과는 정부가 홍보하고 기술유출의 손실은 기업이 감당하는 정책을 경계한다.

기업의 기술은 누가 지켜주는가

반도체 기술을 중국 기업에 넘긴 혐의로 한국의 전직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12월 검찰이 발표한 사건에서도 국내 기업이 축적한 공정기술과 전문인력이 중국 기업의 기술 확보에 이용됐다는 혐의가 제기됐다. 개별 피고인의 형사책임은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1]

그러나 국가가 답해야 할 질문은 재판의 결론을 기다려야만 던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수십 년간 투자한 기술을 불법적으로 빼앗기지 않고, 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으며 사업할 수 있도록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기업의 자유를 말하면서 그 기업이 가진 기술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의 책임을 빼놓을 수는 없다. 기술을 빼앗긴 뒤에 기업이 알아서 보안을 강화하라고 말한다면, 국가는 자신이 맡아야 할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는 셈이다.

더욱이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과 기술협력을 추진하는 상황이라면 질문은 선명해진다. 협력의 문을 넓히는 정부는 그 문으로 무엇이 들어오고 무엇이 빠져나갈지 책임 있게 살피고 있는가.

**산업안보와 기업의 자유는 함께 지켜야 한다. 중국의 기술탈취와 경제적 압박에 기업을 노출하는 정책은 기업의 자유를 넓히는 정책이 아니다.**

독일이 놓친 것은 기업을 보호할 국가의 책임이었다

앞선 1편 [「독일은 자동차를 팔았고, 중국은 독일의 산업을 가져갔다」](/columns/merkel-china-industrial-dependence-2026)는 메르켈 시대 독일이 중국시장에서 얻은 이익과 장기적인 산업위험을 살펴봤다. 2편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columns/china-korea-industry-beyond-pro-anti-slogans-2026)는 같은 질문을 한국의 산업과 선택권으로 가져왔다.

중국은 독일의 고객으로 머물지 않았다. 외국 기업과의 거래와 투자, 자체 연구개발과 산업정책을 통해 독일 기업과 경쟁할 기술과 생산능력을 키웠다.

쿠카의 중국 자본 인수와 폭스바겐의 중국 전기차 기업과의 협력은 그 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준다. 합법적인 인수와 기술협력 자체를 기술절도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당장의 거래 이익과 장기적인 산업적 선택권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도 따져야 한다.[2][3]

독일의 경험에서 먼저 읽어야 할 것은 기업을 더 많이 통제하라는 주문이 아니다. 거대한 시장의 이익을 강조하는 동안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과 기술경쟁의 변화를 정부가 얼마나 냉정하게 판단했는가라는 문제다.

독일 정부의 2023년 중국전략도 핵심 분야의 의존을 줄이는 디리스킹을 제시했다. 중국과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그 관계에 경제적 선택권을 맡겨버리지 않겠다는 방향이다.[4]

한국은 이 교훈을 뒤집어 읽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중국에 대한 산업안보 경계까지 낮추는 것은 자유시장경제를 지키는 일이 아니다.

협력을 확대하는 정부는 무엇을 지킬지도 밝혀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중국과의 과학기술·디지털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6년 1월 8일 공개한 설명에는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동연구와 연구자 교류, 디지털 분야 협력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8]

협력 발표가 곧 국가핵심기술 보호 규정의 폐지나 기술유출의 허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확인된 것은 협력 확대 방침이며, 공개된 설명만으로는 개별 사업의 민감기술 제외 범위와 자료 접근·성과 귀속에 관한 세부 안전장치를 확인하기 어렵다.

바로 그 지점이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할 대목이다. 정부가 협력 확대를 정책 성과로 내세운다면 무엇을 공유하고 무엇을 공유하지 않을 것인지, 상대 기관의 위험을 누가 심사하고 문제가 생기면 누가 중단할 것인지도 설명할 책임이 있다.

기술협력을 확대한다는 말만으로 기업의 기술이 안전해지지는 않는다. 핵심기술 보호 심사를 외교 일정에 맞춰 형식적으로 처리하거나, 보안 검토를 협력의 장애물로 취급한다면 그 정책은 비판받아야 한다. 이는 이미 그런 일이 확인됐다는 주장이 아니라, 협력 정책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이다.

정부는 같은 해 9월 산업통상부와 지식재산처의 협약을 통해 기술보호와 침해·분쟁 대응을 연계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약속은 중국과의 협력 사업에도 실제 기준으로 적용돼야 한다.[9]

**국내에서는 기술보호를 약속하고 대외적으로는 협력 실적만 평가하는 이중의 잣대를 허용할 수 없다. 협력의 성과와 기술을 지킨 성과를 함께 검증해야 한다.**

기업의 자유에는 기술을 빼앗기지 않을 권리도 있다

기업의 자유를 해외 투자와 거래의 허용 여부로만 좁혀 보면 중요한 절반을 놓친다.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정당하게 소유하고, 계약의 대가를 받고, 부당한 강요를 거절할 수 있어야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중국 기업과 거래할 자유는 중요하다. 그러나 기술을 넘기라는 요구를 거절할 자유, 불리한 사업에서 철수할 자유, 다른 시장과 공급망을 선택할 자유도 중요하다.

중국시장에 접근하려면 기술을 제공해야 하고, 그 시장에서 철수하려면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된다면 기업의 선택권은 좁아질 수 있다. 거래의 형식이 자발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과정의 모든 압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산업안보 위험을 살피는 이유는 기업의 선택을 대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업이 기술탈취와 경제적 강압에 선택권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사와 통상 대응, 국제 공조가 필요한 위험을 개별 기업의 보안팀에만 맡길 수도 없다. 기업의 자체 보안과 국가의 보호책임은 서로를 대신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작동해야 하는 관계다.

**보호받지 못하는 재산권 위에 기업의 자유가 온전히 설 수는 없다. 산업안보는 그 자유를 지탱하는 조건이다.**

제한된 국가는 보호책임까지 내려놓은 국가가 아니다

국가의 권한은 제한돼야 한다. 그러나 제한된 국가를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국가로 이해하면 자유주의는 스스로를 지킬 기반을 잃는다.

계약과 재산권을 보호하고, 범죄를 수사하며, 외부의 강압에 대응하는 일은 국가의 기본적인 임무다. 기술을 훔쳐 가는 행위를 막는 일도 기업 경영에 대한 부당한 간섭으로 취급할 수 없다.

산업기술보호법은 산업기술의 부정한 취득과 유출을 금지하고, 국가핵심기술의 수출과 일정한 해외 인수합병 등에 승인·신고 절차를 두고 있다. 이미 법률은 일반적인 거래와 국가적 보호가 필요한 기술을 구분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5]

정부가 할 일은 이 장치를 외교적 친선이나 투자 유치의 분위기에 따라 느슨하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위험을 판별할 전문성을 갖추고, 실제 거래와 연구협력에 법률의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일이다.

기업에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줄이는 것과 핵심기술의 보호 수준을 낮추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서류를 간소화할 수는 있어도 위험 심사와 책임의 기준까지 없애서는 안 된다.

국가가 기술을 대신 개발하고 사업의 성공을 보장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불법으로 빼앗기지 않게 지킬 책임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기업의 재산권과 국가의 산업안보를 함께 지키는 선

기업이 개발한 기술이라고 해서 모든 기술거래가 같은 성격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통상적인 제품 판매와 정당한 기술 사용계약,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기술 이전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개별 기업에는 이익이 되는 거래라도 중요한 기술의 통제권이 넘어가면 다른 기업과 공급망에 위험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국가핵심기술에 대한 법률상 심사가 존재한다.

반대로 국가핵심기술이 아닌 일반적인 지식과 공개 연구까지 모두 정부가 통제할 이유는 없다. 위험한 이전을 정확히 구별할수록 정상적인 거래와 연구는 더 예측 가능한 기준 아래 이루어질 수 있다.

보호의 기준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연구자 개인을 의심하거나 모든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막는 방식이 될 수 없다. 기술의 성격과 실제 접근 권한, 거래 상대의 지배구조와 사용 목적, 재이전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판단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보안의 빗장은 필요한 곳에서 정확하게 작동해야 한다. 산업안보를 지킨다는 말로 모든 거래를 막는 것도 잘못이지만, 협력을 확대한다는 말로 필요한 빗장까지 열어버리는 것 역시 잘못이다.

이 글이 먼저 묻는 것은 후자의 책임이다. **정부가 협력의 문을 넓히려 할 때, 기업과 국가가 잃을 수 있는 기술과 선택권을 누가 지켜주는가.**

협력의 공로는 정부가, 손실의 책임은 기업이 지는가

정상회담과 협약 체결은 정부가 보여주기 좋은 성과다. 사진과 협약 건수는 즉시 발표할 수 있지만, 핵심기술이 어떤 경로로 이전되고 산업경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훨씬 긴 시간에 걸쳐 드러난다.

정부가 기업에 협력을 권하면서 위험은 각자 알아서 감당하라고 한다면 책임의 구조가 뒤집힌다. 외교적 성과는 정부가 가져가고, 기술 손실과 시장 의존의 비용은 기업과 근로자가 떠안게 될 수 있다.

기술경쟁력의 약화는 주주만의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국내의 투자와 협력업체 주문, 연구자의 일자리와 다음 세대의 취업 기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때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피해를 메우겠다고 나서면 시민은 세금으로 또 다른 비용을 부담한다. 경쟁에서 뒤처진 기업을 무조건 지원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후 지원에 앞서 국가가 맡은 보호책임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부터 보자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의 정상적인 해외 활동을 존중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가 주도하는 협력 사업에 기업이 민감기술 제공을 거절하거나 참여하지 않을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

협력하지 않을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협력은 기업의 자율을 넓히지 못한다. 정부가 외교적 필요를 앞세워 기업의 기술과 판단을 동원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유럽은 협력의 문과 안보의 빗장을 함께 보고 있다

EU는 2026년 외국인 투자심사 체계를 강화하는 규정을 채택했다. 새 규정은 2028년 1월부터 전면 적용되는 것으로, 현재 모든 투자를 새 규정으로 심사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6]

EU 집행위원회는 별도로 반도체·인공지능·양자기술 분야의 역외 투자에 따른 위험을 검토하도록 2025년 회원국에 권고했다.[7]

외국 자본을 받거나 해외에 투자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위험하다고 보는 접근은 아니다. 자본과 협력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기술과 안보상 위험도 함께 이동하는지 살피겠다는 것이다.

한국이 다른 나라의 제도를 그대로 복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정부라면 보호가 필요한 기술과 사업을 먼저 식별하고, 그 기준을 기업이 미리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업안보를 지키는 나라가 반드시 기업의 자유를 덜 존중하는 나라인 것은 아니다. 위험한 거래를 구별하는 기준이 분명할수록 기업은 안전한 영역에서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중국과 협력하려면 먼저 지켜야 할 것을 지켜라

세 편의 연재가 도달해야 할 결론은 중국을 좋아할 것인가, 싫어할 것인가가 아니다. 중국과 협력하고 경쟁하면서도 한국의 기술과 산업, 시민과 기업의 선택권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이다.

중국과 교역할 자유를 지키려면 중국에 종속되지 않을 선택권도 지켜야 한다. 기업이 세계로 나갈 문을 여는 일과 그 기업의 기술을 지킬 빗장을 갖추는 일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려면 시민이 확인할 수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보호 대상 기술과 제외 범위는 무엇인지, 자료 접근과 성과의 소유권은 어떻게 정하는지, 상대 기관과 재이전 위험을 누가 심사하는지 밝혀야 한다.

문제가 발견됐을 때 사업을 중단하고 책임을 물을 절차도 필요하다. 공개할 수 없는 보안 정보는 보호하되, 심사와 감독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를 국회와 정당한 감독기관이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협약을 몇 건 맺었는지만으로 정책을 평가할 수 없다. 기업이 협력을 거절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지, 기술유출의 징후를 제때 발견했는지, 피해를 줄이고 권리를 회복했는지가 함께 평가돼야 한다.

**기업의 자유를 지키는 국가는 중국 앞에서 산업안보의 빗장을 함부로 낮추지 않는다. 정부가 열어야 할 것은 기업의 기회이며, 지켜야 할 것은 기업의 기술과 시민의 미래다.**

기획연재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끝

[① 독일은 자동차를 팔았고, 중국은 독일의 산업을 가져갔다](/columns/merkel-china-industrial-dependence-2026)

[②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columns/china-korea-industry-beyond-pro-anti-slogans-2026)

③ 기업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