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칼럼

세금을 내는 사람은 왜 늘 설명을 듣는 마지막 사람입니까

세금을 내는 시민이 비용과 결정을 함께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 ATR의 약속·표결 감시를 바탕으로, 생활 속 부담을 기록하고 법안·예산의 근거와 결과를 연결하는 한국형 세금감시운동을 제안합니다.

정부가 새 지원사업을 발표합니다. 정치인은 누구에게 얼마를 주겠다고 설명하고, 지역에는 예산을 확보했다는 현수막이 걸립니다. 그 돈을 내는 시민에게는 어떤 설명이 돌아옵니까.

올해 들어갈 돈은 얼마인지 들을 수 있어도, 앞으로 몇 년 동안 얼마를 더 부담해야 하는지는 찾기 어렵습니다. 기대한 효과가 나오지 않으면 누가 사업을 고칠 것인지, 중단할 기준은 무엇인지도 발표의 중심에서 밀려납니다. 지원을 결정한 사람의 이름은 남는데, 비용을 감당할 사람의 선택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세금감시운동은 바로 이 관계를 바꾸는 일입니다. 시민이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는 자리에 머물지 않고, 자기 돈을 걷고 쓰는 결정에 근거와 책임을 붙이는 것입니다.

앞선 6편 [「세금을 올린 정치인, 시민은 그 이름을 기억한다」](/columns/atr-taxpayer-movement-06-legislative-vote-accountability)에서 입법·표결 감시를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그 기록을 시민의 참여와 실천으로 이어갈 방법을 제안합니다.

서약을 받은 뒤에도 운동이 계속되는 이유

미국 조세개혁연대, ATR은 정치인의 증세 반대 약속을 서면으로 받고 이행을 감시해 왔습니다. ATR의 설명에서 서약의 상대방은 단체가 아니라 해당 정치인을 뽑는 유권자입니다. 단체는 약속을 모으고, 확인하고, 시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습니다.[1]

이 구조에서 눈여겨볼 것은 서명자의 숫자보다 서명 다음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약속이 기록으로 남으면 이후 법안과 표결을 비교할 기준이 생깁니다. 시민은 막연히 배신감을 느끼는 데서 나아가, 언제 무슨 약속을 했고 어느 결정에서 달라졌는지를 물을 수 있습니다.

ATR은 실제로 특정 안건의 표결을 앞두고 찬성이나 반대를 요구하는 ‘핵심 표결’ 공지를 냅니다. 2019년에는 주·지방세 공제 한도를 바꾸는 H.R. 5377에 반대하며 서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입장은 미국 의회 회의록에도 수록돼 있습니다.[2]

여기서 서약 위반이라는 판단은 ATR의 평가입니다. 시민이 확인할 원자료는 법안과 표결이고, 단체는 그 자료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시민단체의 판단까지 시민이 검증할 수 있어야 감시가 또 다른 권위로 굳어지지 않습니다.

앞선 연재에서 서약과 수요모임, 신고 부담과 예산 증가를 살펴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불만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정치의 결정 방식이 달라지기 어렵습니다. 약속을 기록하고, 결정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다시 시민에게 돌려주는 일이 이어져야 합니다.

“누구를 위한 증세인가”와 함께 “왜 더 걷어야 하는가”

한국형 세금감시운동이 출발할 질문은 분명합니다. 세금을 더 걷기 전에 지금 걷는 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부터 설명하라는 것입니다.

국방과 치안, 소방과 필수의료에는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합니다. 그 필요를 인정하기 때문에 더욱 사업의 우선순위와 성과를 따져야 합니다. 효과가 낮은 사업을 계속하면서 필요한 현장에 돈이 없다고 말한다면, 납세자는 정부의 선택부터 확인할 이유가 있습니다.

증세안이 나오면 세 가지 설명을 나란히 놓을 수 있습니다. 얼마가 부족한지, 기존 지출을 조정해도 해결할 수 없는지, 추가 부담이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입니다. 정부가 내놓은 수입 전망과 지출 계획이 맞지 않는다면 그 차이도 드러나야 합니다.

세율 하나만 봐서는 실제 부담을 알기 어렵습니다. 공제가 줄어들거나 적용 조건이 바뀌어도 납부액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ATR의 연방 서약 관련 설명도 공제와 세액공제 변경에 따른 순부담 증가를 다룹니다.[3]

씨앗이 제안하는 노모어택스는 이런 변화를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풀어내는 데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같은 조건의 가구나 사업자를 놓고 개정 전후 부담을 비교하고, 사용한 소득과 공제 조건을 공개하는 것입니다. ‘서민 부담 완화’라는 발표도, ‘기업 지원’이라는 비판도 실제로 누구의 부담이 어떻게 바뀌는지 대조하면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의 이름 옆에 결정의 내용을 남긴다

한국형 운동의 첫 결과물로 거대한 성적표부터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시민의 부담에 영향을 주는 법안 하나를 정해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기록을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누가 발의했는지, 어떤 이유를 제시했는지, 심사 과정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확인 가능한 표결에서 누가 찬성하고 반대했는지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법안 원문과 회의록, 비용 추계가 있다면 그 자료도 함께 붙입니다. 확인되지 않는 단계는 확인되지 않는 상태로 남겨야 합니다.

가령 선거 때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겠다고 한 정치인이 당선 뒤 관련 공제를 축소하는 법안에 찬성했다고 해봅시다. 그때 필요한 기록은 과거 공약의 원문, 실제 개정 내용, 부담 변화, 당사자의 설명입니다. 서로 다른 시점의 자료를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어야 시민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발의와 최종 찬성은 다르고, 위원회에서 수정된 내용과 처음 제출된 내용도 다를 수 있습니다. 여러 정책이 묶인 법안에서는 특정 조항에 대한 입장이 최종 표결 하나에 모두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설명할수록 책임을 물을 대상과 이유도 또렷해집니다.

정확한 기록은 비판의 힘을 키웁니다. 잘못 붙인 이름 하나는 감시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지만, 근거와 해명이 함께 남은 기록은 다음 선거에서도 다시 꺼내볼 수 있습니다.

세무사만 참여할 수 있는 운동이어서는 안 됩니다

한 사람이 세법과 예산, 계약과 회계까지 모두 읽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인은 급여명세서에서 달라진 부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는 신고 과정에서 반복되는 서류와 시간을 기록할 수 있고, 주민은 새로 지은 시설이 얼마나 이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무사와 회계사, 법률가와 데이터 분석가는 그 경험을 제도와 숫자에 연결할 수 있습니다.

ATR은 수요모임을 통해 납세자단체와 기업단체, 입법자 등 중도우파 성향의 다양한 참여자를 연결한다고 설명합니다.[4] 한국에서 참고할 것은 시민의 경험과 전문지식이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씨앗의 소리는 그 사이에서 제보를 질문으로 정리하고, 질문을 자료로 확인하고, 확인된 내용을 브리핑으로 설명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이후 작은 시민실험으로 개선 가능성을 살피고, 결과와 실패 원인까지 다음 사람이 활용할 수 있는 기록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비슷한 규모의 가게들이 같은 신고 업무에 얼마나 시간을 쓰는지 함께 기록할 수 있습니다. 신고 횟수를 줄여도 필요한 정보가 확보되는지 검토하고, 개선안을 제안한 뒤 실제 처리 시간이 줄었는지 다시 확인하는 것입니다. 불편하다는 호소가 제도의 비용을 보여주는 자료로 바뀌는 과정입니다.

노모어택스라는 이름으로 시민을 다시 줄 세울 수는 없습니다

ATR은 낮은 세금과 제한된 정부를 지향하는 단체입니다.[4] 그 입장을 분명히 밝힌 채 정치인을 평가합니다. 한국형 세금감시운동도 자기 기준을 공개해야 합니다.

노모어택스가 시민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출발한다면, 어떤 부담을 어떤 근거로 문제 삼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같은 조치에 대한 평가가 집권 정당에 따라 달라져서는 기록의 신뢰가 쌓이지 않습니다. 감세안도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고 이후 재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야 합니다.

참여한 전문가와 단체의 이해관계, 활동 재원의 출처도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류를 발견했을 때 무엇을 어떻게 고쳤는지 남기는 절차도 갖춰야 합니다. 정부에 설명을 요구하는 운동은 자기 판단의 근거 역시 시민 앞에 내놓아야 합니다.

그렇게 쌓인 기록은 특정 단체의 소유물에 머물지 않습니다. 시민이 자기 지역의 결정을 이해하고, 다른 시민과 의견을 나누고, 다음 선택에 활용할 수 있는 공동의 자료가 됩니다.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시민화는 이런 자리에서 진행됩니다. 시민 개개인이 권리의 주체이자 주권자로서 자기 삶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이해하고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국가가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묻는 시민에게, 국가가 내린 결정을 스스로 평가할 힘도 생기는 것입니다.

시작은 법안 하나, 사업 하나여도 됩니다. 최초 약속과 결정 이유, 실제 비용과 결과를 끝까지 연결해 남기는 일입니다. 노모어택스의 첫 성과는 회원 숫자보다, 시민이 직접 확인하고 고칠 수 있게 된 기록 한 건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