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칼럼

예산을 따오는 정치, 청구서를 받는 시민

지역 예산을 더 확보하는 정치는 강하고, 전체 비용을 감시하는 시민의 힘은 약하다. 프랑스의 재정 조정 난항과 ATR의 지속가능 예산 프로젝트를 비교하고, 노모어택스가 지출 결정부터 살필 기준을 제안한다.

“우리 지역 예산을 얼마 더 확보했다.”

예산안이 통과되면 정치인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도로와 체육관, 지원사업에 붙은 금액이 능력의 증거가 된다. 그 돈을 얼마나 아꼈는지, 사업을 벌인 뒤 운영비가 얼마나 더 드는지는 같은 크기의 현수막에 좀처럼 걸리지 않는다.

예산을 더 가져오는 사람은 자기 지역에서 칭찬을 받는다. 그 비용은 전국의 납세자에게 나뉜다. 혜택은 눈앞에 모이고 부담은 넓게 흩어진다. 지역마다 같은 경쟁을 벌이면 나라 전체의 지출은 커지는데, 그 전체를 자기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어진다.

쪽지예산이 사라지기 어려운 이유도 이 구조에 있다. 한국경제는 비공개로 이뤄지는 예산 소소위가 지역구 민원 예산을 넣는 창구로 변질했다고 지적했다.[1] 누가 왜 늘렸는지 공개적으로 따지는 절차가 약해지면, 납세자는 결정이 끝난 뒤에야 자기 돈이 들어갈 곳을 알게 된다.

예산을 더 받으려는 힘은 조직돼 있다. 예산을 줄이고 감시하는 시민의 힘은 그만큼 조직돼 있지 않다. 지금 프랑스의 재정 위기와 미국 ATR의 예산 감시 활동을 함께 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돈을 풀어 갈등을 덮던 프랑스, 이제는 줄이는 결정도 어렵다

프랑스의 재정 문제는 장부 안에 머물지 않는다. 올해 2월 가까스로 통과된 예산안 협상에서 정부는 사회당의 협조를 얻는 대신 연금개혁 유예를 받아들였다. 정년을 64세로 높이는 개혁 일정은 2027년 대선 이후로 밀렸다. 재정 부담을 줄이려던 조치가 정부를 유지하기 위한 협상에서 후퇴한 것이다.[2]

10월에는 예산 삭감과 생활비 부담, 교육 여건에 대한 불만이 겹쳐 시위가 이어졌다. 17일 전국 시위는 일부 지역에서 방화와 약탈로 번졌고, 마크롱 대통령은 다음 날 진정을 호소했다.[3]

로이터는 10월 8일 분석에서 과거 프랑스 정부가 갈등이 생길 때마다 돈을 더 투입해 진정시키곤 했지만, 이제는 그럴 재정 여지가 좁아졌다고 짚었다. 부채를 걱정하는 시장과 추가 지원을 요구하는 거리 사이에 정부가 끼어 있다는 설명이다.[4]

이 흐름에서 두려운 것은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지원을 늘리면 재정이 버티기 어렵고, 줄이려 하면 생활과 권리의 후퇴라는 반발이 커진다. 차입 비용까지 높아지면 과거에 쓴 돈이 이자로 돌아와 현재의 예산을 압박한다.

프랑스 국채관리청은 2027년 국가의 이자비용을 729억유로로 예상했다. 2026년 수정 전망 626억유로보다 103억유로 많다. 예산안에 제시된 2027년 공공재정 적자 목표도 GDP의 5%다.[5] 앞으로 쓰려는 돈을 줄이는 동안 이미 쓴 돈의 비용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한 번 시작한 지원은 다음 해 생활계획에 들어간다. 집행기관에는 업무와 인력이 생기고, 관련 단체와 사업자는 그 돈을 전제로 움직인다. 처음에는 정책 선택이었던 지출이 시간이 지나면 줄이기 어려운 약속으로 굳어진다.

프랑스 사태의 원인은 성장과 금리, 정치 불안까지 얽혀 있다. 그 안에서 예산 운동이 읽을 경고는 선명하다. 지출을 늘릴 때 통제하지 못하면, 나중에는 고칠 선택 자체가 정치적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세수가 좋을 때의 결정을 살필 때다

한국 정부가 제출한 2027년 예산안의 총지출은 820조9000억원이다. 2026년 본예산보다 93조원, 12.8% 많다. 아직 국회 심의 중인 정부안이다. 정부는 반도체 호조에 따른 세입 증가를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겠다고 설명한다.[6]

세수가 늘었다는 사실과 그 돈을 앞으로도 계속 쓸 수 있다는 판단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호황기의 세입으로 새 사업을 시작해도, 이후 세수가 줄었을 때 사업까지 같은 속도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시설을 지으면 운영비가 남고, 지원 대상을 넓히면 지급을 계속해 달라는 요구가 남는다.

그래서 지금 확인할 것은 93조원이라는 증가액의 쓰임과 지속기간이다. 일회성 투자는 얼마이고 매년 반복되는 지출은 얼마인가. 올해의 세입 증가가 이어지지 않아도 감당할 수 있는가. 사업이 끝나는 조건과 성과가 나쁘면 줄일 기준은 있는가.

프랑스와 한국의 재정 상태가 같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프랑스가 지출을 되돌리기 어려워진 결과를 보여준다면, 한국은 지출을 크게 늘리는 결정 단계에서 그 비용을 살필 때라는 뜻이다. 남의 나라가 겪는 어려움은 우리 선택의 결과를 미리 따져보게 하는 자료다.

ATR은 더 걷기 전에 얼마나 더 쓰는지 비교했다

미국의 증세반대 단체 ATR은 2023년 ‘지속가능 예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구 증가율과 물가 상승률을 더한 기준에 견줘 주정부 지출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비교한다.[7]

주민이 늘고 물가가 오르면 같은 공공서비스를 유지하는 데에도 돈이 더 들 수 있다. 그 변화를 반영한 뒤에도 지출이 더 빠르게 커진다면, 추가 지출의 이유를 따져보는 방식이다. 공개 방법론은 예산 한도를 제시할 때 최근 3년 평균을 사용하고, 연방 지원금을 포함한 지출과 주 자체 재원 지출을 구분한다고 설명한다.[8]

ATR이 예산을 평가하는 기준의 의미는 질문의 방향에 있다. 정부가 필요하다고 제시한 지출을 모두 받아놓고 부족한 세금을 계산하는 대신, 납세자가 감당할 범위를 먼저 놓고 지출 증가를 평가한다.

인구와 물가 기준을 넘긴 돈 전체가 낭비라는 뜻은 아니다. 고령화와 국방, 재난 같은 추가 수요에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그 사유와 금액, 적용 기간을 공개하면 기준을 넘는 선택에도 책임을 붙일 수 있다.

증세반대 운동이 정부의 예산 편성 단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세율 인상에 반대하는 시민에게 지출 증가를 판단할 자료와 비교 기준이 생긴다.

과세표준을 지출에 맞추면 정부의 요구가 기준이 된다

한국에 적용할 때 과세표준과 예산 기준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과세표준은 세율을 적용하는 대상 금액이다. 정부가 정한 지출 규모에 맞춰 과표를 넓히고 공제를 줄여 세수를 채운다면, 지출을 키우는 쪽이 시민의 부담까지 결정하는 셈이 된다. 지속가능한 예산 운동이 경계할 순서다.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과 공제금액을 물가에 맞춰 조정하는 일은 다른 문제다. 물가만큼 월급이 올라도 과표구간이 그대로면 실질 구매력은 비슷한데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물가 상승에 따른 소득세 부담과 과표구간·공제의 물가연동 방식을 검토했다.[9]

씨앗이 제안하는 방향은 두 기준을 함께 세우는 것이다. 시민의 세 부담은 물가와 실제 부담 능력을 반영해 조정하고, 정부의 지출 증가는 인구구조·물가·지속 가능한 세입을 기준으로 심사하는 방식이다. 지출이 커졌으니 시민이 더 내라는 순서를 바꾸는 것이다.

지원금 발표자의 이름 옆에 전체 비용을 남기는 운동

노모어택스가 시작할 지속가능한 예산 운동의 대상은 정부안과 국회의 증액 과정 모두다.

새 지원사업에는 첫해 예산과 향후 5년 비용, 종료 조건을 나란히 놓는다. 지역구 증액사업에는 제안자와 증액 사유, 건립 뒤 운영비, 기존 시설의 이용률을 붙인다. 감액된 사업에는 줄인 근거와 서비스에 미친 결과를 함께 남긴다. 절약했다고 발표한 돈도 실제로 지출이 줄었는지, 다른 항목으로 옮긴 것인지 대조한다.

이 기록이 쌓이면 정치인의 성적표가 달라질 수 있다. 얼마나 더 가져왔는지에 더해, 불필요한 사업을 얼마나 바로잡았고 같은 돈으로 시민의 삶을 얼마나 개선했는지가 보인다. 공개되지 않은 협상으로 예산을 끼워 넣는 비용도 커진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정부의 금고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 금고를 채우는 시민의 월급과 가게의 이익, 기업의 투자 여력이 함께 버틸 수 있는가를 묻는 말이다.

프랑스에서는 늘어난 부담을 줄이는 결정이 정부의 존립과 거리의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지금 지출을 살피는 일은 그 선택지가 사라지기 전에 시민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예산을 따오는 정치의 힘이 강한 만큼, 그 예산의 청구서를 확인하는 시민의 힘도 자랄 수 있다. 지원금을 발표한 사람의 이름 옆에 전체 비용이 남고, 사업을 연장한 결정 옆에 성과와 종료 조건이 남는 것. 노모어택스의 지속가능한 예산 운동은 그 기록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