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ATR 미국 증세반대운동에서 배운다 - 수요모임의 힘
세금 내는 시민이 정치를 바꾸다 ④ — 1993년 시작된 ATR의 수요모임은 서로 다른 단체가 짧게 활동을 알리고 필요한 일에 협력하는 연결망으로 이어졌다. 워싱턴에서 미국 각 주와 해외로 넓어진 이 방식에서, 노모어택스가 시민의 경험과 전문성을 만나게 할 방향을 찾는다.
세금을 올리는 정책에는 담당 부처와 조직이 있다. 예산을 더 받으려는 기관과 단체도 자기 요구를 정리해 전달한다. 반면 그 돈을 나눠 내는 시민은 각자의 일상을 살면서 정책의 변화를 모두 따라가기 어렵다.
증세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납세자의 힘이 저절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누가 어떤 문제를 조사하는지, 어떤 법안이 움직이는지, 어디에서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를 알아야 흩어진 경험이 정책을 바꾸는 요구로 이어진다.
미국의 증세반대 단체 ATR은 이 연결을 정기적인 모임으로 만들었다. 1993년 시작된 ‘수요모임’이다. 납세자 보호 서약이 정치인의 약속을 확인하는 기준이었다면, 수요모임은 그 약속과 정책을 함께 살필 사람들을 연결하는 자리였다.[1]
한 정책에 대한 반대에서, 계속 만나는 관계로
노퀴스트는 후버 연구소 인터뷰에서 수요모임의 출발을 클린턴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한 반대운동으로 설명했다. 관련 인사들을 모아보라는 후원자의 제안을 받아 첫 모임을 열었고, 약 20명이 참석했다고 회고했다. 의원실 관계자와 종교 보수운동 인사 등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모였다.[2]
그때의 의료개혁 논쟁은 끝났지만 모임은 이어졌다. 특정 정책을 반대하던 사람들이 다른 현안에서도 서로의 활동을 알리는 관계로 남은 것이다.
ATR의 공식 소개에 따르면 수요모임에는 연구기관과 정책운동단체, 의회 관계자, 해외 인사 등이 참여한다. 초청을 받아 참석하는 활동가와 단체 관계자 중심의 모임이다.[1]
이 구성은 ATR이 자기 조직의 규모보다 넓은 범위에서 활동할 기반이 됐다. 세법을 분석하는 사람, 의회의 흐름을 아는 사람, 지역에서 목소리를 모으는 사람이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분석이 정확해도 시민이 알아듣지 못하면 정책의 힘이 되기 어렵다. 현장의 불만이 커도 어느 조항을 고칠지 찾지 못하면 같은 호소가 반복된다. 수요모임은 서로에게 부족한 정보를 만날 자리를 제공했다. ATR의 정책 요구를 알리고, 함께할 사람을 찾는 연결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짧게 알리고, 필요한 사람끼리 함께했다
외부 연구기관 Independent Sector의 사례연구에 따르면 당시 수요모임은 약 90분 동안 진행됐고, 보통 발언 시간은 3분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배포자료로 전달했다. 참가자는 과거의 불평보다 현재 진행하는 일을 알렸다.[3]
시간을 나누는 방식은 모임의 주인이 누구인지와 연결된다. 몇 사람이 오래 말하면 다른 사람은 청중으로 남는다. 짧은 발언이 이어지면 작은 단체도 자기 일을 소개할 수 있다. 자료가 남으면 돌아간 뒤 내용을 검토하고 연락할 상대를 찾을 수 있다.
모임에 왔다고 모든 활동에 동참할 의무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보고서는 관심이 맞는 참가자들이 따로 협력했고, 회의 뒤 점심을 먹으며 연결을 이어가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세계납세자연합의 2019년 안내서도 수요모임에서 표결이나 결의문으로 하나의 합의를 정하지 않는다고 소개한다.[3][4]
각자의 이름과 활동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일에 협력하는 방식이다. 모든 쟁점에서 같은 생각을 요구하지 않으면 함께할 사람의 문턱은 낮아진다.
가게의 세금 부담을 조사하는 단체와 기업의 투자 여건을 분석하는 기관은 관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증세가 영업과 고용에 미칠 영향을 함께 확인하는 일에는 협력할 수 있다. 정기적인 만남은 그런 협력이 생길 가능성을 열어둔다.
워싱턴의 모임은 어떻게 넓어졌나
확산된 것은 ‘수요일’이라는 이름만이 아니었다. 일정한 때에 만나고, 서로의 일을 짧게 알리고, 관심이 맞는 사람이 다음 활동을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ATR은 1990년대 후반부터 주 단위의 모임을 조직하는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현재 공식 소개에는 미국 안에 50개가 넘는 연대 모임, 해외에 20개가 넘는 정기 모임이 있다고 적혀 있다. 이는 ATR의 자체 소개에 따른 수치다.[1]
세계납세자연합은 이 방식을 다른 나라의 납세자 운동에 참고할 운영 사례로 소개했다. 참가자는 2~3분 안에 활동을 알리고, 때로는 같은 사안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도 발표한다.[4]
한 사람이 모든 지역의 정책을 직접 조사하고 이끄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에는 그곳의 예산과 세금, 시민과 기업의 사정을 아는 사람이 있다. 이들이 자기 현안을 다루면서 다른 지역의 경험을 참고할 수 있으면 감시의 범위가 넓어진다.
모임 수가 곧 시민 전체의 지지율은 아니다. 확인되는 의미는 납세자의 요구를 다루는 조직들이 지속적으로 만나고 정보를 나눌 기반을 지역과 해외로 넓혔다는 데 있다. 증세반대 운동을 개별 인물의 목소리에만 맡기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증세반대 운동에서 수요모임이 갖는 의미
정부는 증세를 설명할 때 재정의 필요를 앞세운다. 시민은 자신의 소득과 생활비, 사업의 현금 사정을 먼저 경험한다. 두 설명 사이의 간격을 좁히려면 누가 얼마나 더 부담하는지, 이미 걷은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함께 살필 사람이 필요하다.
수요모임은 그 일을 나눌 수 있는 방식이다. 세금 조항을 읽는 사람, 납부 부담을 계산하는 사람, 지출의 결과를 확인하는 사람, 자료를 쉬운 말로 설명하는 사람이 연결될 수 있다.
증세반대의 설득력도 여기서 자란다. 세금이 싫다는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부담이 늘어나는 이유와 바꿀 지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의 재원 설명에 대해서도 계약과 예산, 사업 성과를 대조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서약이 정치인의 약속을 기억하게 했다면, 정기적인 만남은 그 약속을 계속 살필 사람들의 관계를 남겼다. 수요모임은 ATR의 정책운동을 오래 움직이게 하는 기반으로 읽힌다.
노모어택스는 시민의 경험과 전문성이 만나는 자리로
지금 시작한 노모어택스도 처음부터 큰 조직을 갖출 필요는 없다. 씨앗이 기사로 찾아낸 세금과 재정 문제를 놓고, 이를 더 정확하게 살필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시민은 실제로 늘어난 부담과 불편을 가져온다. 자영업자와 기업 관계자는 영업과 투자에 미친 영향을 설명한다. 세무·회계·법률 전문가는 자료와 조항을 검토한다. 공공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은 계약과 집행 내역에서 확인할 대상을 찾는다. 씨앗은 그 결과를 시민이 읽을 수 있는 기사로 연결한다.
가령 카드매출 공제가 줄어드는 문제를 다룬다면 소상공인은 자기 가게의 계산을 제시하고 세무전문가는 적용 조건을 확인할 수 있다. 공공구매 가격을 다룬다면 시민이 찾은 가격 차이에 대해 규격과 수량, 납품·유지관리 조건을 아는 사람이 비교를 보완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검토할 운영 방식이다.
모임이 끝날 때는 다음에 확인할 질문이 남는다. 어떤 자료가 더 필요한지, 누가 확인할 수 있는지, 기관의 답변을 받은 뒤 무엇을 다시 검토할지 정리하는 것이다. 다음 모임에서는 그 결과를 이어서 살핀다.
씨앗이 제안하는 노모어택스의 방향은 이렇다. 시민의 부담을 발견하고, 전문성으로 검증하고, 구체적인 개선 요구를 만들고, 그 결과를 공개 기록으로 남기는 운동이다. 단체마다 독립성을 지키면서도 확인된 문제에는 함께할 수 있다.
운영은 작게 시작할 수 있다. 다만 판단의 근거와 조사 결과는 시민이 확인할 수 있게 남는다. 모임의 규모보다 바로잡은 지출, 줄어든 부담, 바뀐 조항이 운동의 성적표가 된다.
세금을 더 내라는 요구는 계속 나온다. 그 요구를 살피는 시민의 관계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 ATR의 수요모임에서 노모어택스가 배울 힘은, 흩어진 질문을 만나게 하고 그 질문의 답을 함께 따라가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