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칼럼

[풍자 웹툰] 동물농장, 벽에 다시 쓰인 법

일곱 약속을 세웠던 농장에 권력의 뜻이 법이 되는 날이 찾아옵니다. 침묵하던 당나귀 벤자민의 눈으로 사법 독립과 시민의 권리를 묻는 40컷 풍자입니다.

소설이 다시 법정 앞에 섰다

“모든 동물이 주인인 농장”을 꿈꾸며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재판관을 향해 탄핵과 조사를 외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 곁에는 권력의 변화를 알아보면서도 오래 침묵했던 당나귀 벤자민이 있다.

성찬용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는 10월 30일 법원 내부망에 올린 「소설 동물농장에 관하여」에서 사법제도 변화와 대법원장 탄핵·국정조사 논의를 소설의 일곱 계명에 빗대고 법원 내부의 침묵을 성찰했다.[1] 11월 3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 요구서의 5일 본회의 보고를 보류하고 의견을 더 모으기로 했다.[2]

이 웹툰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성 판사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지금의 사법 독립 논란을 가상의 농장으로 옮긴 풍자다. 재판과 대사, 동물의 행동은 허구이며 특정 사건의 실제 진행이나 발언을 재현한 것이 아니다.

관련 글: [입법독재의 시대](https://seedvoice.kr/columns/age-of-legislative-tyranny-2026)

1~4컷 | 모두가 주인인 농장

굶주린 동물들이 잠긴 울타리 앞에 모인다. 돼지는 모두가 주인인 농장을 외치고, 동물들은 농장주를 몰아낸다. 벤자민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본다. 이제 누구도 다른 동물을 억누르지 않는 세상이 시작될 것만 같다.

5~8컷 | 벽에 새긴 일곱 약속

동물들은 헛간 벽에 일곱 개의 약속을 새기고 재판관에게 망치를 건넨다. 법은 모두에게 같아야 한다는 다짐이다. 벤자민은 그 약속을 기억하자고 말한다. 권력을 가진 동물도, 작은 토끼도 같은 저울 앞에 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9~12컷 | 사라진 우유

어느 날 우유가 사라진다. 돼지들은 농장을 위해 자기들이 먼저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작은 특권처럼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만 예외가 허용되는 순간, 모두를 위한 약속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13~16컷 | 풍차와 ‘개혁’의 합창

복서는 풍차를 세우기 위해 돌을 나른다. 돼지는 풍차가 모두의 미래라고 말하지만, 폭풍에 풍차가 무너지자 책임은 곧바로 다른 동물들에게 돌아간다. 양들은 “개혁”을 외친다. 구호가 커질수록 누가 일하고 누가 결정하는지는 묻기 어려워진다.

17~20컷 | 밤에 고쳐진 글자

한밤중 돼지가 사다리에 올라 벽을 덧칠한다. 아침이 되자 동물들은 원래도 그랬던 것인지 헷갈린다. 벤자민은 글자가 달라졌다고 말하지만 돼지는 예민하다는 말로 넘긴다. 약속이 바뀌어도 바뀌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농장이다.

21~24컷 | 토끼의 밭과 재판관의 망치

토끼와 돼지가 밭의 주인을 놓고 법정에 선다. 부엉이 재판관은 자료를 살핀 뒤 토끼의 손을 들어준다. 권력을 쥔 돼지는 자기에게 불리한 판결에 분노한다. 이 재판은 원작에는 없는 가상의 장면이다. 법이 힘센 자의 뜻과 다르게 작동할 때 벌어질 갈등을 보여준다.

25~28컷 | 재판관을 조사하라

돼지는 재판관을 조사하고 탄핵도 추진하자고 외친다. 다른 돼지는 법을 바꾸자며 서류를 내민다. 부엉이는 손에 든 저울을 바라본다. 재판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다. 그러나 권력이 판결의 결과를 문제 삼아 법관을 겁주기 시작하면, 재판을 기다리는 다른 동물들의 권리도 흔들린다.

29~32컷 | 판결을 비판할 자유와 재판의 독립

한 양이 판사가 잘못한 것이냐고 묻는다. 벤자민은 판결을 비판할 수 있다고 답한다. 다만 두려움을 주어 판단을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토끼는 서류를 꼭 쥔 채 묻는다. “다음엔 내 차례일까?”

33~36컷 | 복서가 실려 간 마차

풍차를 위해 일하던 복서가 쓰러진다. 돼지는 병원으로 보내겠다고 하지만 벤자민은 멀어지는 마차를 수상하게 바라본다. 이 웹툰은 벤자민이 뒤늦게 후회하는 장면으로 각색했다. 원작에서는 벤자민이 마차의 글씨를 읽고 다른 동물들에게 복서의 위험을 급히 알린다.

37~40컷 |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

돼지는 두 발로 걸으며 자기 뜻이 법이라고 말한다. 저울은 기울고 벤자민은 다른 동물들 앞에서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한다. 마지막에 그가 던지는 질문은 법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재판이 흔들리면 누가 우리를 지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