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시민브리핑 · 공익감시

여수세계섬박람회, 잼버리의 재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248억 원으로 승인된 행사의 직접사업비가 713억 원까지 커졌습니다. 300만 명의 관람객과 120억 원의 사업수익, 대규모 운영대행 계약을 누가 어떻게 책임지는지 추적합니다.

248억 원으로 승인받은 행사가 713억 원으로 커졌습니다. 61일 동안 300만 명을 모으겠다고 했지만 개막 첫 주말 관람객은 이틀을 합해 3만5,668명이었습니다. 행사 기간 전체를 단순히 나누면 하루 평균 약 4만9천 명이 찾아야 하는 목표입니다.

여수의 섬을 알리고 섬의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취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공익을 내세웠다고 모든 과정이 공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산을 따오고 국제행사를 유치했다는 사실만으로 여수의 발전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시민의 돈을 얼마나 썼는지, 누구에게 돌아갔는지, 행사 뒤 여수와 섬 주민에게 무엇이 남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행사가 망해버린 새만금 잼버리의 재탕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두 행사의 조건은 다릅니다. 그래도 큰 명분과 과도한 목표를 앞세우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뒤, 정작 현장의 기본과 책임 소재가 흔들린다면 시민들이 잼버리를 떠올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248억 원으로 받은 타당성조사, 713억 원까지 설명합니까

여수세계섬박람회는 2021년 기획재정부의 국제행사 타당성조사를 거쳐 국제행사로 승인됐습니다. 당시 기본사업비는 248억 원이었습니다. 이후 확대사업이 붙으면서 직접사업비는 676억 원, 703억 원을 거쳐 713억 원까지 늘었습니다.

타당성조사를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당시 검토의 기준이 된 기본사업비는 248억 원이었습니다. 이후 사업비가 713억 원으로 커지는 동안 늘어난 465억 원의 필요성과 효과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다시 검증했는지는 확인해봐야 합니다.

전시 콘텐츠와 행사 프로그램, 랜드마크, 홍보와 관람객 유치, 안전시설이 추가됐다고 합니다. 사업을 키운 이유만 설명해서는 부족합니다. 처음 승인받은 사업과 지금의 사업이 사실상 다른 규모가 됐다면 확대된 사업 전체에 대한 재정 부담과 수익 가능성, 행사 뒤 유지비까지 다시 따져야 했습니다.

현재 직접사업비는 국비 64억 원, 도비 153억 원, 시비 376억 원, 입장권 판매 등을 통한 사업수익 120억 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공공재정만 593억 원입니다. 전시 콘텐츠 개발·운영 90억 원, 행사 프로그램 65억 원, 랜드마크 60억 원, 관람객과 학술회의 유치 52억 원, 홍보·마케팅 50억 원, 안전시설 47억 원이 편성됐습니다. 홍보와 관람객 유치에 잡힌 돈만 102억 원입니다.

예산을 확보했다는 말은 정치인의 실적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예산이 지역의 빚과 유지비로 돌아오면 시민에게는 실적이 아니라 부담입니다. 사업을 가져오는 것보다 그 사업이 여수에 필요한지를 먼저 따졌어야 합니다.

행사는 외주화해도 책임은 외주화할 수 없습니다

조직위원회는 박람회장 운영과 전시 구체화부터 사업 정산까지 총괄하는 종합운영대행 용역을 배정예산 269억 원 규모로 발주했습니다. 입찰에는 1개 컨소시엄만 참여했고, ㈜MBC플러스가 대표사인 컨소시엄이 196억7천여만 원에 계약을 따냈습니다.

대규모 행사를 전문업체에 맡길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여수시와 조직위원회의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 목표를 정하고 예산을 편성한 곳도, 입찰 조건을 만들고 업체를 선정한 곳도, 결과를 감독하고 검수할 곳도 행정과 조직위원회입니다.

정전 등 운영 장애가 발생했을 때 ‘대행업체가 운영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관람객 유치가 기대에 못 미치고 수익계획에 구멍이 생겼을 때도 업체의 실적 부진으로만 돌릴 수 없습니다. 업체는 계약을 이행할 책임이 있고, 발주기관은 그 계약을 설계하고 감독할 책임이 있습니다.

시민에게 공개돼야 할 자료도 분명합니다. 운영대행사 선정 당시 제안서 평가표와 위원별 점수, 컨소시엄 참여업체 전체 명단, 하도급과 재하도급 현황, 계약 변경과 추가 지급액, 과업별 검수 결과, 정산 내역입니다. 배정예산 269억 원의 사업이 어떤 업체들을 거쳐 어디에 쓰였는지 보이지 않는다면 공익사업이라는 말을 믿어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예산을 따왔다고 여수의 발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비를 확보하고 큰 사업을 유치하면 지역 발전이라는 말부터 나옵니다. 그러나 국비도 시민이 낸 세금입니다. 국비가 붙으면 도비와 시비도 따라 들어갑니다. 행사 규모가 커질수록 지역이 부담해야 할 인력과 행정력, 교통 혼잡, 환경 정비, 사후 유지비도 늘어납니다.

사업비가 지역에서 쓰였다는 이유만으로 지역경제 효과라고 계산해서도 안 됩니다. 지역업체 참여는 필요합니다. 특정 업체에 계약이 반복해서 몰리거나, 경쟁과 감독이 무너지고, 실제 성과보다 계약금만 남는다면 그것은 지역경제가 아니라 이권이 됩니다.

박람회 때문에 장사를 접거나 손해를 본 상인, 교통 불편을 감수한 시민, 행사 뒤 시설 유지비를 부담할 시민까지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외지 관람객이 쓰고 간 돈만 경제효과로 잡고 시민이 치른 비용을 빼놓으면 지역 발전이라는 결론은 처음부터 정해진 셈입니다.

잼버리에서 무엇을 배웠습니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준비 부족과 운영 실패로 국제적인 망신을 샀습니다. 감사원은 2025년 감사 결과에서 시설과 생활서비스 준비 부실, 형식적인 점검과 허위 보고, 계약 비위 등을 포함해 40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확인했습니다. 공무원 5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고 입찰방해 혐의 등에 대해서는 수사도 요청했습니다.

잼버리 당시 한 지역업체가 8건, 23억5,967만여 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는 지적이 나왔고, 국회에서는 짬짜미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조직위원회는 특혜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지역 전세버스 업체들의 입찰 짬짜미 의혹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진행됐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실제 위법행위였는지는 더 조사해봐야겠지만, 지역업체라는 이름만으로 계약의 공정성과 적정성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수섬박람회가 잼버리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지는 계약자료를 들여다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공개하고 감시해야 합니다. 행사가 끝난 뒤 감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는 시민의 돈도, 여수의 이름도 지킬 수 없습니다.

현장의 기본이 흔들리는 모습은 이미 나왔습니다. 박람회는 2019년부터 추진됐고 2021년 국제행사로 승인됐습니다.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행사가 아닙니다. 개막 전 시범운영까지 했지만 개막 당일 주행사장 식당가에서는 전력 사용량 증가로 두 차례 이상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조직위원회는 일시적인 전력 과부하였으며 복구를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개도에서 상인이 식재료를 폐기하고 철수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해당 식당이 박람회 입점업체가 아니라 부녀회가 운영하던 식당이었다고 여수시와 조직위원회가 반박했습니다.

‘세계박람회’라는 이름과 달리 외국어 안내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개막 전부터 나왔습니다. 지난 3월 조직위원회가 제시한 외국인 관람객 목표는 10만 명이었고, 개막 직전 발표된 목표는 9만 명이었습니다. 그러나 홈페이지의 전시관과 교통 정보는 외국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조직위원회는 이를 인정하고 홈페이지 개편과 일본어 서비스 추가를 약속했습니다.

300만 명과 사업수익 120억 원은 누가 책임집니까

박람회 목표 관람객은 300만 명입니다.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61일 동안 매일 약 4만9천 명이 와야 합니다.

개막 첫날 관람객은 2만5,417명, 이튿날은 1만251명이었습니다. 첫 주말 합계는 3만5,668명이고, 셋째 날 5,778명을 더한 사흘간 누적 관람객은 4만1,446명이었습니다. 개막 사흘의 하루 평균은 약 1만3,800명입니다. 추석 연휴와 단체관람이 남아 있으므로 최종 결과는 폐막 뒤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300만 명은 홍보용 구호가 아니라 예산과 수익계획의 토대였습니다.

유료 관람객과 무료 관람객, 개인과 단체, 초청 인원과 행사 관계자, 주행사장과 부행사장의 중복 인원을 나눠 공개해야 합니다. 학교와 공공기관을 동원해 숫자를 채우고도 300만 명을 달성했다고 발표한다면 시민이 기대했던 흥행과는 다른 결과입니다.

713억 원 가운데 120억 원은 입장권과 후원, 임대료 등을 통한 사업수익입니다. 조직위원회가 9월 1일 프레스데이에서 밝힌 개막 직전 확보액은 약 44억 원이었습니다. 목표에 크게 못 미친 채 출발한 셈입니다. 부족한 돈을 추가 시비로 채울 것인지, 다른 사업비를 줄일 것인지 시민에게 먼저 밝혀야 합니다.

목표는 크게 세우고 결손은 시민 세금으로 메우는 구조라면 사업계획을 잘 세웠다고 할 수 없습니다. 책임지는 사람 없이 ‘지역을 위해 한 일’이라는 말만 남아서도 안 됩니다.

공익은 치적을 포장하는 간판이 아닙니다

공익은 국가와 지방정부가 무슨 사업이든 밀어붙일 수 있게 해주는 말이 아닙니다. 정치인이 예산을 가져왔다고 자랑하는 데 쓰는 간판도 아닙니다. 시민의 삶을 낫게 하고 공동체에 남는 이익이 투입한 비용보다 클 때 공익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사업 타당성과 계약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면 시민은 결국 공익을 앞세운 업자와 개발업자의 배만 불린 행사가 아니었는지 의심하게 됩니다. 그 의심을 없애는 방법은 비판을 막는 것이 아니라 자료를 여는 것입니다.

섬 주민이 겪는 현실은 뱃길과 교통, 의료와 돌봄, 교육과 일자리입니다. 713억 원을 쓴 박람회가 이 문제를 얼마나 바꿨는지 답해야 합니다. 전시관과 공연, 조경과 홍보물만 남고 섬 주민의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섬을 위한 박람회가 아니라 박람회를 위해 섬을 빌린 것입니다.

전시관과 조형물 가운데 무엇을 철거하고 무엇을 남기는지, 남은 시설을 누가 운영하며 해마다 유지비가 얼마나 드는지도 공개해야 합니다. 행사는 61일 뒤 끝나지만 시설과 재정 부담은 그 뒤에도 남습니다.

시민이 지켜볼 점

  • 248억 원에서 713억 원으로 늘어난 단계별 예산과 승인 과정
  • 확대된 사업비 465억 원에 대한 재검증과 타당성 자료
  • 배정예산 269억 원 운영대행 용역의 평가표, 컨소시엄 구성과 과업별 집행액
  • 원도급·하도급·재하도급 업체와 지역업체 계약 집중 여부
  • 계약 변경, 추가 지급, 과업 검수와 위약금 부과 내역
  • 홍보·관람객 유치비 102억 원의 계약별 성과
  • 유료·무료·초청·단체 관람객을 구분한 일일 집계
  • 사업수익 120억 원의 항목별 목표와 실제 수입
  • 수입 부족분을 보전하는 주체와 재원
  • 연계사업 77개의 필요성, 박람회와의 관계와 집행 결과
  • 행사 종료 뒤 시설별 철거·존치 계획과 연간 유지관리비
  • 박람회 이후 섬 주민의 교통·의료·생활 여건에 남은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