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시민브리핑 · 국제·재정
유럽, 왜 시위가 확산되나
프랑스·벨기에·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에서 이어지는 시위는 같은 운동이 아니다. 그러나 물가와 주거비, 공공서비스 불만, 국가재정의 제약이 시민생활에서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파리에서 교사와 학생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브뤼셀에서는 노동자들이 연금과 긴축정책에 항의했고, 마드리드와 리스본에서는 집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에 시민들이 분노했습니다. 밀라노에서도 생활비와 공공서비스 문제를 둘러싼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원인은 서로 다르지만, 시민들의 삶이 버티기 어려워졌다는 호소는 닮아 있습니다. [1][2]
그렇다면 왜 유럽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시기에 시위가 커지고 있을까요? 이 글은 확인된 사건과 통계를 먼저 짚고, 국가재정과 한국 예산정책에 주는 경고는 별도의 씨앗의 시선으로 살펴봅니다.
1. 프랑스 — 교육과 생활비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습니다
10월 17일 프랑스 전국 시위 참가자는 정부 추산 55만 명, 주최 측 추산 80만 명으로 보도됐습니다. 출발점 가운데 하나는 교사 부족과 열악한 학교 시설, 교육환경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었습니다. 생활비와 공공서비스 문제를 호소하는 노동자와 시민들도 합류했습니다. [2][3]
다수의 행진은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일부 도시에서는 방화·약탈과 경찰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리모주 시청에서는 화재가 발생했고, 정부는 17일 저녁까지 약 400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주말 전체 체포자에 관한 후속 보도는 집계 시점이 다르므로 하루 수치와 구별해서 읽어야 합니다. [3][9]
건물 파괴와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일부 폭력 장면만으로 수십만 시민의 생활비 부담과 공공서비스 불만을 지울 수도 없습니다. 시민은 국가가 쓰는 돈이 정작 자신의 학교와 생계를 얼마나 나아지게 했는지 묻고 있습니다.
2. 벨기에 — 연금과 긴축 개혁은 왜 거리의 저항을 부르나요?
브뤼셀에서는 10월 초 연금·노동시장 개혁과 정부 지출 조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습니다. 노동조합은 노후소득과 실업보호 제도의 변화가 이미 생활을 계획한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고 주장합니다. [6]
정부에는 재정적자를 줄이고 제도를 지속가능하게 만들 과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에게 기존 혜택의 축소는 예산표의 숫자가 아니라 자신의 노후와 생계가 달라지는 문제입니다.
한번 도입한 복지·지원제도는 줄이기가 어렵습니다. 시민이 국가의 약속을 믿고 생활을 계획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혜택과 비용의 설명을 뒤로 미루면, 재정 조정은 더 큰 정치적 갈등으로 돌아옵니다.
3. 스페인·포르투갈 — 집을 구하지 못하는 세대의 분노
스페인에서는 마드리드의 87세 여성 마리카르멘 아바스칼에 대한 퇴거 시도가 주거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부각됐습니다. 집세 상승과 공급 부족에 대한 항의는 조기 총선을 앞둔 정치의 핵심 쟁점이 됐습니다. [4]
문제는 단순히 월세를 지원할 돈이 부족하다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복잡한 인허가, 건설인력 부족, 대도시 수요 집중, 단기임대 확산이 공급의 병목을 만들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에서도 집세와 주택 구입비 부담이 시위의 중요한 배경으로 나타났습니다. [1][2][4]
집을 구하지 못하는 청년에게 일회성 보조금은 잠시 숨을 돌리는 수단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족한 주택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지원만으로 문제가 끝나지는 않습니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정책 발표가 아니라 실제로 거주할 수 있는 생활의 조건입니다.
4. 이탈리아 — 비싼 생활비와 불신이 충돌로 번졌습니다
이탈리아의 시위대는 물가, 임금, 의료·교육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밀라노·토리노·볼로냐에서는 일부 참가자와 경찰의 충돌, 부상과 체포가 보고됐습니다. 폭력 행위와 평화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시민은 구별해서 보아야 합니다. [1][2]
이탈리아의 2025년 말 국가채무는 GDP의 137.1%였습니다. 높은 부채가 곧바로 이번 시위를 일으켰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런 재정 부담은 위기에 대응할 정부의 정책 선택을 어렵게 하는 제약 가운데 하나입니다. [5]
5. 나라별 원인은 달라도 함께 나타나는 네 가지 압박
첫째는 구매력의 문제입니다. 유로스타트 자료를 분석한 유로뉴스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식료품·비주류 음료 가격은 2021년 8월부터 2026년 8월까지 약 34% 올랐습니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져도 이미 오른 가격이 원래대로 내려가는 것은 아닙니다. [2]
둘째는 주거와 교육, 공공서비스가 시민의 실제 필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불만입니다. 국가가 많은 돈을 지출한다는 사실과 시민이 필요한 서비스를 체감한다는 사실은 같지 않습니다.
셋째는 재정 여력의 문제입니다. 2025년 4분기 말 정부부채 비율은 이탈리아 137.1%, 프랑스 115.6%, 벨기에 107.9%, 스페인 100.7%였습니다. 이 수치는 각국 경제의 구조와 함께 읽어야 하며, 시위의 원인을 부채 하나로 환원해서는 안 됩니다. [5]
넷째는 정책에 대한 신뢰입니다. 정부가 어려울 때 국민에게 희생을 요청하면서 과거 지출의 성과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 못하면, 시민은 '그동안 낸 세금과 빚낸 돈을 어디에 썼나'라고 묻습니다. 이것은 씨앗의 소리가 이번 사태에서 주목하는 질문입니다.
6. 지출은 쉽게 늘어나지만 축소는 어려워지는 구조
새로운 보조금과 지원제도는 발표하는 정치인에게 당장의 성과가 됩니다. 혜택을 받는 시민도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제도가 앞으로 몇 년 동안 얼마나 커질지, 어떤 세금이나 부채로 비용을 감당할지는 상대적으로 덜 보입니다.
지원이 일상이 된 다음에는 삭감이 곧 생계의 불안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지출 확대의 정치적 힘은 크고, 축소하거나 효과 없는 사업을 정리하려는 힘은 약해지기 쉽습니다.
바로 이때 재정정책은 지속가능성의 시험대에 오릅니다. 기존 혜택을 무조건 없애자는 뜻이 아닙니다. 예산을 처음 편성할 때부터 필요성과 효과, 장기재원, 종료 또는 재검토 조건을 설명할 책임이 있다는 뜻입니다.
7. 한국은 유럽의 혼란을 남의 일로만 볼 수 있을까요?
한국의 경제와 재정구조는 유럽 각국과 다릅니다. 지금 한국이 프랑스와 같은 위기에 놓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급증하는 재정지출과 장기적인 약속의 비용은 꼼꼼히 점검할 이유가 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2027년 예산안 총지출은 820조 9천억 원으로, 2026년 본예산 727조 9천억 원보다 12.8% 증가했습니다. 정부는 세수 증가로 재정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그 수입은 전망치인 만큼 실제 실현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7][8]
청년에게 소비지원금을 주는 것과 지속가능한 일자리·주거 기반을 만드는 것은 다릅니다. 농촌에 돈을 지급하는 것과 생산성·지역경제의 자생력을 회복하는 것도 다릅니다. 어느 지원이 필요하고 효과적인지는 자료로 평가해야 합니다.
관련 문제의식은 씨앗의 소리 [「프랑스가 남의 집 이야기로 보이는가」](/columns/france-fiscal-crisis-korea-spending-no-more-tax-2026)에서 한국의 무상보육·아동수당·연금 사례와 함께 살펴봤습니다.
8. 씨앗의 시선 — 증세보다 먼저 확인할 것은 지출의 책임입니다
유럽의 시위가 던지는 경고는 국가가 약속할 수 있는 혜택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 그 비용은 현재의 세금, 다른 사업의 축소 또는 미래에 갚아야 할 채무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정치권은 지원을 늘릴 때 박수를 받고, 재정이 어려워졌을 때는 시민에게 다시 부담을 요청하기 쉽습니다. 오늘의 성과를 위해 만든 정책의 계산서를 내일의 납세자에게 넘기는 방식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씨앗의 소리가 전개하는 No More Tax 증세반대운동은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세금을 더 걷겠다고 말하기 전에 정부가 기존 예산을 어디에 썼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먼저 묻자는 것입니다. 꼭 필요한 복지는 지키되 효과가 약한 사업과 정치적 선심성 지출은 검증하고, 새로운 약속의 비용을 분명히 공개하자는 뜻입니다.
프랑스의 거리와 벨기에의 광장, 스페인의 주거 시위 현장에서 요구하는 바는 서로 다릅니다. 그러나 시민생활의 부담이 커지고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민주주의의 갈등이 얼마나 거칠어질 수 있는지는 함께 보여줍니다.
오늘 예산의 책임을 묻지 않으면 내일은 세금을 더 걷고도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유럽을 지켜보는 이유는 공포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시민이 지켜볼 점
- 프랑스 시위·소요의 추가 집계, 피해 복구와 정부의 대응
- 벨기에 연금·실업제도 개편과 재정협상의 진전
- 스페인 조기 총선에서 주거정책의 실질적 공급·부담완화 계획
- 한국 2027년 예산안의 국회 심사와 세수 전망, 신규사업의 장기 재원
- 재정지출 확대가 실제 생활비·일자리·주거 개선으로 연결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