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드 시민브리핑 08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청년몰 실패 사례에서 배우자

정부는 가게를 만들 수 있지만 손님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청년몰에 국비와 지방비 약 1,608억 원을 투입했지만 43곳 중 12곳이 영업을 종료했고, 점포는 741곳에서 331곳으로 줄었습니다. 사회연대경제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조건을 살펴봅니다.

정부가 청년들에게 가게를 만들어주면 전통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까요? 정부는 2016년부터 빈 점포를 고쳐 청년상인에게 제공하고 임대료와 인테리어, 교육과 홍보를 지원했습니다. 청년 일자리와 전통시장 활성화를 함께 이루겠다는 ‘청년몰’ 사업이었습니다.

취지는 좋았지만 10년 뒤 남은 결과는 냉정합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2월까지 조성된 청년몰 43곳 가운데 12곳이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점포는 조성 당시 741곳에서 331곳으로 55.4% 줄었습니다. 그동안 투입된 국비와 지방비는 약 1,608억 원입니다.

가게는 만들었지만 시장은 만들지 못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유동인구가 부족한 전통시장의 빈 점포부터 청년몰로 조성됐습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확인하기 전에 시설과 간판을 만들고 청년상인을 입주시킨 곳도 있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이런 입지 문제가 매출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운영 중이라는 간판만으로 상권이 살아 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2024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에서 청년몰 35곳 가운데 17곳의 점포 월평균 매출은 100만~400만 원이었고, 1,000만 원 이상은 4곳에 불과했습니다. 방문 고객의 청년몰 인식 점수도 58.6점이었습니다.

지원 기간에는 낮은 임대료와 홍보비로 버틸 수 있었지만, 지원이 끝난 뒤에도 가게를 찾아올 고객과 스스로 매출을 만들 상권은 남지 않았습니다. 가게를 접은 청년은 돈과 시간, 경력까지 잃었고 실패 비용은 세금으로 돌아왔습니다.

더 큰 사회연대경제 지원체계가 만들어집니다

지난 8월 20일 국회를 통과한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은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소셜벤처·비영리조직과 중간지원조직 등을 하나의 정책체계로 묶습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와 5년 단위 기본계획, 투자·융자·보증을 제공하는 사회연대금융의 기반도 마련합니다.

공공기관의 우선구매를 확대하고 돌봄·청소·시설관리 같은 공공서비스를 위탁할 때 사회연대경제 조직을 우선 고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회적기업 제품과 서비스의 2025년 공공구매액은 약 2조4,159억 원입니다. 이는 부모님의 돌봄, 아이들의 급식, 공공시설의 청소와 지역 교통을 누가 맡을 것인지와 연결된 생활 문제입니다.

사회적경제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사회적경제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경주에서는 주민들이 빈집을 마을호텔로 바꾸고, 여주에서는 태양광발전 수익을 주민복지와 마을버스에 사용합니다. 대구에서는 주민들이 발달장애인 돌봄과 먹거리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있습니다.

시민이 국가에 모든 것을 요구하지 않고 돈과 시간, 책임을 나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자유·책임·자발적 결사를 중시하는 보수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보수 진영이 사회적경제를 진보의 전유물로 넘겨줄 이유는 없습니다.

문제는 시민이 만든 사회적경제가 아니라 정부 인증과 보조금, 정책금융과 공공계약에 의존하는 사회적경제입니다. 청년몰에서 지원금이 손님을 대신하지 못했듯 사회연대경제에서도 우선구매가 시민의 선택과 신뢰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국가의 철수도, 국가의 지배도 답이 아닙니다

영국 캐머런 정부의 ‘빅 소사이어티’는 정부 권한을 주민과 시민단체에 넘기겠다고 했지만, 시민사회가 설 자산과 역량을 충분히 마련하기 전에 예산부터 줄였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작은 지역단체보다 대규모 계약을 감당할 수 있는 큰 조직과 기업이 유리해졌습니다.

영국이 시민사회를 준비하지 않고 정부부터 물러난 방치의 실패였다면, 한국은 정부가 위원회·중간지원조직·금융·공공구매까지 설계하는 포섭의 실패를 경계해야 합니다. 필요한 것은 국가의 철수나 지배가 아니라 공정한 기반을 만드는 제한적이고 유능한 정부입니다.

시민과 기업이 만드는 생태계로 가야 합니다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생존 기반은 정부 보조금보다 시민의 회비와 기부, 이용료와 주민 출자에 있어야 합니다. 기업도 자금뿐 아니라 회계·경영·기술·유통 역량을 나누는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지원할 조직을 직접 골라 키우기보다 시민 기부와 투자를 촉진하는 세제, 투명한 정보공개와 공정한 경쟁 규칙을 마련해야 합니다. 돌봄은 이용자 만족도, 마을버스는 운행 안정성과 비용, 청소는 서비스 품질로 평가해야 합니다.

  • 보조금·정책금융·시설·공공계약의 중복 지원 내역을 공개할 것
  • 일반 중소기업과 동일한 가격·품질·성과 검증을 받을 것
  • 지원 종료 뒤에도 시민의 선택과 자체 수입으로 살아남는지 확인할 것

시민이 지켜볼 점

  • 대통령 직속 위원회와 지역위원회, 중간지원조직의 구성과 이해관계가 공개되는지
  • 지방정부의 돌봄·청소·급식·시설관리 위탁사업과 선정 이유가 공개되는지
  • 사회연대경제 조직과 일반 중소기업의 가격·품질·성과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지
  • 보조금·정책금융·시설 지원·공공계약의 중복 수혜 내역을 공개하는지
  • 지원 종료 뒤 조직의 생존율과 시민 만족도를 장기적으로 측정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