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드 시민브리핑 13
보수가 시작한 사회연대경제법, 보수 야당은 왜 말이 없나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은 2014년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같은 당 의원 67명의 발의에서 출발했습니다. 12년 뒤 법은 대통령 소속 위원회와 정책금융, 우선구매·공공서비스 위탁 지원을 갖춘 국가 정책체계가 됐습니다. 사회적경제를 ‘좌파 법안’이라 부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보수 야당이 답했어야 할 질문은 시민의 협동을 살리면서 국가의 선별과 예산 의존을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였습니다.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2026년 9월 15일 공포됐습니다. 시행은 공포 뒤 6개월입니다.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소셜벤처 등을 하나의 정책체계로 묶고, 정부의 계획과 금융·판로 지원 근거를 만든 법입니다.
이 법의 역사는 뜻밖입니다. 최초의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은 2014년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유 의원을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 67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도 별도 법안을 냈습니다. 시민이 국가에 모든 것을 요구하기 전에 이웃과 기업, 협동조합이 함께 생활문제를 풀자는 생각은 자유로운 결사와 책임을 중시하는 보수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시민의 협동을 돕는 법입니까
사회연대경제 자체를 반시장이라고 단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주민이 출자해 마을버스를 운영하고, 협동조합이 돌봄의 빈틈을 메우며, 지역기업과 시민단체가 자원을 나누는 활동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지 않아도 공동의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문제는 법이 시민의 자발적 결사를 보호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최종 법은 대통령 소속 사회연대경제발전위원회와 5년 단위 기본계획, 사회연대금융 전담·중개기관, 공공기관 우선구매, 공공서비스 위탁 때의 우선 고려, 시설비와 국유·공유재산 지원 근거까지 둡니다.
지원 장치 하나하나는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증·금융·시설·공공계약이 한 조직에 겹치면 시민에게 선택받지 못한 조직도 행정의 선택만으로 생존할 수 있습니다. 지원이 커질수록 정부는 시장의 빈틈을 메우는 조력자를 넘어 누가 ‘사회적’인지 정하는 심판이 됩니다.
‘사회적’이라는 이름은 누가 판단합니까
법은 사회연대경제를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경제활동으로 정의합니다. 취지는 선하지만 ‘사회적 가치’는 가격이나 품질처럼 한눈에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조직을 포함할지, 어떤 성과를 인정할지, 어느 기관에 금융과 계약을 줄지는 시행령과 위원회, 지방정부의 판단에 크게 달려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0년 우선구매제도를 분석하면서 공급 기업의 편중과 제품 만족도 문제를 함께 짚었습니다. 우선구매 실적을 늘리는 것과 시민이 좋은 서비스를 적정한 가격에 받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돌봄은 이용자 만족과 안전, 청소는 품질과 비용, 지역교통은 운행 안정성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정책금융도 선의만으로 관리할 수 없습니다. 낮은 금리의 자금과 보증을 제공했다가 손실이 나면 누가 부담하는지, 일반 중소기업과 경쟁할 때 지원 차이를 어떻게 공개할지, 한 조직이 보조금·시설·금융·계약을 중복해서 받는지부터 시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수 야당은 무엇을 했습니까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 과정에서 ‘지방선거를 앞둔 조직 활성화’와 세금 투입 위험을 들어 반대했습니다. 문제 제기 자체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망국적 법안’이나 ‘좌파 생태계’라는 말만으로는 왜 보수가 2014년 이 법을 시작했는지, 시민이 스스로 협력하는 영역을 어떤 원칙으로 보호할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확인한 공개 논평과 주요 보도의 범위에서는 국민의힘이 시민의 자율성, 정부 재량의 한계, 일반 기업과의 공정경쟁, 정책금융 손실 책임을 묶은 대안을 제시한 흔적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반대는 있었지만 보수의 언어로 다시 설계하려는 대응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수가 해야 할 일은 사회적경제를 진보 진영에 넘기고 밖에서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가 조직을 골라 키우는 방식 대신 시민의 회비·이용료·기부·주민 출자를 넓히고, 모든 지원과 계약의 성과를 공개하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원을 끝내는 규칙을 요구했어야 합니다.
씨앗은 이렇게 봅니다
이 법을 폐기하자는 말만으로는 시민의 실제 필요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국가가 모든 돌봄과 지역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사회연대경제는 시민의 자율적 결사와 책임을 키우는 방향으로 살려야 합니다.
동시에 좋은 목적은 백지수표가 아닙니다. 정부가 지원 대상을 정할수록 선정 기준을 공개하고, 우선구매와 위탁은 일반 기업과 같은 가격·품질 검증을 거치며, 정책금융의 손실과 이해충돌은 책임자를 남겨야 합니다. 지원을 받는 조직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한다는 뜻이 아니라, 어느 진영과 가깝든 같은 규칙을 적용하자는 뜻입니다.
보수 야당의 빈자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반대한다’가 아니라 ‘시민의 자율을 지키는 법으로 바꾸겠다’고 말했어야 합니다. 법은 통과됐지만 시행령과 기본계획, 위원회 구성, 지방정부 조례는 이제 시작입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구호가 아닌 설계로 답해야 합니다.
시민이 지켜볼 점
- 위원회와 지원 대상 선정 기준, 위원의 이해관계가 공개되는지
- 우선구매·공공서비스 위탁에서 가격·품질·이용자 만족도를 일반 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지
- 사회연대금융의 연체·손실·보증 이행액과 최종 부담 주체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는지
- 한 조직이 보조금·시설·정책금융·공공계약을 중복 지원받는지 통합 공개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