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브리핑 · 세금감시
집값은 올랐는데 상속세 기준은 그대로…누가 새 납세자가 됐나
16억 원 아파트 한 채에 상속세 약 2억 7천만 원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집값과 물가는 올랐지만 1997년의 일괄공제 5억 원은 그대로입니다. 세율을 올리지 않고 과세 대상이 넓어지는 구조를 사례로 설명합니다.
서울 성북구의 16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자녀에게 물려주면 상속세가 얼마나 나올까요? 머니투데이가 배우자가 없고 다른 재산이나 채무도 없는 경우를 계산한 결과는 약 2억 7천만 원이었습니다. 실제 세금은 가족 구성과 공제 요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도 집 한 채를 물려받는 데 수억 원의 현금이 필요할 수 있다는 사례입니다.
상속받는 재산은 원칙적으로 당시 시가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상속재산에서 빼주는 일괄공제는 5억 원으로, 1997년 도입 당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집의 평가액은 오르는데 공제 기준은 움직이지 않으니, 전에는 세금을 내지 않던 가족도 과세 대상에 들어옵니다.
12억 원 집 한 채가 남은 가족이라면
가상의 가족을 하나 떠올려 보겠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따로 살던 두 자녀에게 시가 12억 원인 집 한 채가 남았습니다. 배우자와 빚, 다른 재산은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일괄공제 5억 원을 빼면 약 7억 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합니다. 장례비와 신고세액공제 등을 제외한 단순 계산으로는 상속세 산출세액이 약 1억 5천만 원입니다.
두 자녀가 부모와 10년 이상 함께 살지 않았다면 동거주택 상속공제도 적용받기 어렵습니다. 이 가족에게 남은 것은 12억 원의 현금이 아니라 집 한 채와 세금 납부 문제입니다. 세금을 나누어 내는 제도는 있지만 부담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머니투데이가 국세청과 사망자 통계를 대조한 결과, 2025년 전국 사망자 가운데 상속세 과세 대상은 6.2%, 서울은 15.94%였습니다. 과세 대상 전체를 중산층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상속세가 더 이상 극소수 자산가의 일로만 남아 있지 않습니다.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세금은 늘어납니다
정부가 세율을 그대로 두어도 집값과 소득이 오르는 동안 공제액과 과세 구간을 고정해 두면 납세자는 늘어납니다. 물가가 올라 숫자로 표시된 자산가치나 소득이 커졌는데, 세법은 그 증가분을 예전과 같은 가치의 돈으로 취급하는 셈입니다.
소득세 과세체계를 검토한 국회입법조사처 연구도 과세표준 구간의 고착화를 문제로 다루고, 개선책으로 기준금액 조정과 물가연동제를 제시했습니다. 조세 기준 전체가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경제 여건이 변하면 기준도 제때 바뀌도록 하는 체계는 갖추지 못했습니다. 상속세의 5억 원 일괄공제가 그 결과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상속공제가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하면서 공제 확대와 물가 연동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동아일보 사설 역시 상속세가 중산층의 세금으로 변한 현실을 지적하며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인상안을 다뤘습니다.
기준을 바꾸지 않은 결과는 누가 부담합니까
씨앗은 이렇게 봅니다. 공제 기준을 오래 묶어 둔 결과, 정부는 세율을 올린다고 발표하지 않고도 더 많은 가족에게 상속세를 걷게 됐습니다. 이것이 처음부터 의도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기준을 방치했을 때 누가 새로 세금을 내게 되는지는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의 생활 기반을 잇는 일에 거액의 현금 부담을 지우는 세제는 약탈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를 현실에 맞게 올려야 합니다. 그 뒤에는 물가와 자산가치의 변화를 반영해 공제액과 과세 구간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는 규칙이 필요합니다.
개편안을 평가할 때도 감세 총액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과세 대상에 새로 들어온 1주택 가족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배우자가 없는 가정의 부담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함께 공개해야 합니다. 정부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동안 시민에게 적용되는 세금은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세법의 숫자를 오늘의 돈과 오늘의 집에 맞춰 놓을 때입니다.
시민이 지켜볼 점
-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인상안이 실제로 국회를 통과하는지
- 공제액과 과세 구간을 물가 변화에 맞춰 정기 조정하는 기준이 마련되는지
- 과세 대상 1주택 가구와 배우자가 없는 가정의 부담을 구분해 공개하는지
- 주택을 팔거나 대출을 받아 세금을 내는 가구의 실태를 조사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