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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40억원이 330억원으로—정부는 기업을 계속할 자유까지 거둬도 됩니까

41년 된 분만병원의 상속세가 병원 측 추산 40억원에서 33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상속은 자녀가 얻는 이익만이 아니라 시민이 평생 만든 재산의 마지막 용도를 정하는 자유이며, 기업 승계는 계약과 고용, 서비스를 계속할 자유입니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논밭이나 산기슭에 들어선 거대한 베이커리 카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주차장은 운동장처럼 넓고 건물은 웬만한 공장보다 큽니다. 주말에는 손님이 몰리지만 평일에는 한산한 곳도 많습니다. 빵과 커피를 팔아 저 비싼 땅과 건물, 인건비를 어떻게 감당하는지 의아했습니다.

알고 보니 일부에는 ‘상속세의 매직’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냥 땅을 물려주면 높은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그 땅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갖추면 사업용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빵을 팔기 위해 땅을 산 것이 아니라, 땅을 물려주기 위해 빵을 파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편법은 막아야 합니다. 사업을 가장해 부동산을 넘기는 행위까지 기업 승계라는 이름으로 보호할 이유는 없습니다. 정부가 제도의 허점을 손보겠다고 나선 문제의식도 인정할 만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편법을 찾아내는 대신 공제받을 수 있는 업종을 줄이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주차장과 창고, 대형 카페뿐 아니라 병원과 약국도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정부는 이를 가업의 원활한 승계를 지원하면서도 ‘과도한 지원’을 적정화하기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부동산 상속을 위해 만든 위장 사업과 40년 넘게 시민의 생명과 일자리를 지켜온 병원을 같은 기준으로 다룰 수는 없습니다. 일부의 편법을 가려낼 책임을 다하지 않고 업종 전체의 승계를 제한한다면, 조세 행정의 편의가 시민과 기업의 자유보다 앞서게 됩니다.

오늘의 뉴스—41년 된 산부인과에 날아든 330억원

오늘 소개할 보도는 서울 강남의 호산여성병원 사례를 다뤘습니다. 이 병원은 1985년 문을 연 뒤 41년 동안 약 6만4,000건의 분만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병원장의 아들도 산부인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병원 측이 추산한 부지와 건물의 가치는 약 700억원입니다. 현행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면 예상 상속세는 약 40억원이지만, 병원이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면 330억원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병원장은 이 정도 세금을 마련하려면 건물을 팔아야 하고, 건물을 팔면 분만병원을 계속 운영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40억원과 330억원은 확정된 세액이 아니라 병원 측 추산입니다. 실제 세액은 자산평가와 소유구조, 부채, 상속인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사례가 드러낸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병원 건물의 가격이 700억원이라고 해서 금고에 700억원의 현금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병원은 분만실과 수술실, 병상과 의료장비, 의사와 간호사, 환자와의 신뢰가 결합된 하나의 운영체계입니다. 여기에 수백억원의 세금이 한꺼번에 부과되면 상속인은 병원을 계속 운영할지 말지를 선택하기 전에 무엇을 팔아 세금을 낼지부터 결정해야 합니다.

그때 상속세는 부의 이전에 매기는 세금을 넘어 기업을 해체하거나 매각하도록 압박하는 힘이 됩니다. 국가는 세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금을 내기 위해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기업의 핵심 자산을 팔아야 한다면, 그 세금은 기업의 소유권과 계속할 자유를 실질적으로 제한합니다.

상속은 받는 사람의 이익만이 아닙니다

상속세를 옹호하는 논리는 주로 재산을 받는 사람에게 향합니다. 자녀가 노력하지 않고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주장입니다. 상속을 오직 상속인의 불로소득으로 보면 높은 세율도 쉽게 정당화됩니다. 그러나 상속에는 재산을 남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시민이 평생 일하고 위험을 감수해 재산을 만들었습니다. 기업을 세우고 직원을 고용하고, 소득세와 법인세, 취득세와 재산세를 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재산을 소비할 것인지, 기부할 것인지, 자녀나 다른 사람에게 남길 것인지는 소유권의 본질적인 일부입니다.

죽는 순간 재산을 처분할 자유가 국가에 크게 귀속된다면 생전에 인정됐던 소유권도 완전한 권리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상속권을 재산권의 한 내용으로 보면서 조세 형평과 공익을 위한 제한에는 입법자의 넓은 판단권을 인정해 왔습니다. 모든 상속세가 위헌이라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지만, 법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세금과 시민의 자유를 존중하는 좋은 세금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상속은 공짜로 재산을 얻는 자녀의 문제이기 전에, 자신이 만든 재산의 마지막 용도를 결정하는 시민의 자유입니다. 기업 승계 역시 가족에게 특혜를 주는 문제로만 볼 수 없습니다. 창업자나 소유자가 사망한 뒤에도 계약과 고용, 생산과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기업의 연속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국가는 물려줄 가치가 있는 기업을 대신 고를 수 없습니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를 전문기술과 경영 노하우의 승계가 필요한 기업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합니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어떤 기업에 승계할 가치가 있고, 어떤 업종에는 그런 가치가 없는지를 정부가 미리 나누기 시작하면 기업의 생존 여부를 시장이 아니라 세무 행정이 결정하게 됩니다.

병원은 의사의 면허와 진료 능력을 자녀에게 그대로 물려줄 수 없으므로 일반적인 가업 승계와 다르다는 논리도 나옵니다. 그러나 기업의 승계가 기술자의 손재주나 자격증을 그대로 복제하는 일은 아닙니다. 병원이 승계하는 것은 의사 개인의 면허만이 아니라 의료시설과 장비, 간호인력과 행정체계, 오랜 진료기록과 지역사회의 신뢰입니다. 제조업 역시 창업자의 기술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공장과 거래망, 조직과 기업문화를 넘깁니다.

기업을 물려받은 사람이 경영을 잘할지는 국가가 보증할 수 없습니다. 자녀가 부모보다 경영을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실패하고 책임을 지면 됩니다. 경영 능력에 대한 의심이 정상적인 기업의 승계 자체를 막을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자유는 성공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선택하고 실패할 권한과 그 결과에 책임지는 질서입니다.

기업을 팔아 세금을 내게 하는 정책

상속세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는 한 방향으로만 모이지 않습니다. 일부 연구는 가업 승계 공제가 부유층에 과도한 혜택을 주거나 후계자의 경영 능력과 무관하게 자산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OECD도 비상장기업과 가족기업은 세금을 낼 현금이 부족해 기존 기업의 존속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금융시장 접근성이 낮아 유동성 문제가 더 클 수 있으며, 실제로 많은 나라가 이런 이유로 사업용 자산에 상속세 감면을 적용합니다. OECD는 이런 감면이 지나치게 넓거나 부유층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합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제도를 정교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감면이 남용될 수 있다는 사실과 기업 승계에 감면이 필요 없다는 결론은 다릅니다. 일부가 제도를 악용한다고 정상적인 기업까지 공제 대상에서 밀어내는 것은 행정이 해야 할 구분을 시민과 기업에 떠넘기는 방식입니다.

편법을 가려낼 책임은 정부에 있습니다.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업종 전체가 다시 입증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편법은 막되, 자유를 먼저 제한해서는 안 됩니다

대형 베이커리 카페나 주차장, 창고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면서 고가의 토지를 사업용 자산으로 바꾸는 편법은 엄격하게 조사해야 합니다. 병원이라고 해서 의료 기능과 무관한 토지가격 상승분까지 무조건 보호받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해법은 업종 전체를 가업상속공제에서 제외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사업을 운영했는지, 매출과 고용이 있었는지, 상속 뒤에도 사업이 계속되는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사업과 직접 관련 없는 토지나 자산은 분리해 과세할 수 있습니다. 상속 직후 폐업하거나 토지를 매각하고 용도를 바꾼다면 유예했던 세금을 추징할 수도 있습니다.

세금을 한꺼번에 내기 어려운 정상 기업에는 사업을 계속하는 동안 납부를 유예하고, 기업을 매각할 때 과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족이 직접 경영하지 않더라도 전문경영인을 두고 고용과 사업을 유지한다면 승계의 연속성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물려줄 만한 기업을 대신 골라주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사업과 위장 사업을 가려내고, 기업이 계속되는 동안 과세로 인한 강제매각을 막는 것입니다.

자유를 먼저 인정하고, 편법에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도시 근교의 거대한 베이커리 카페를 보며 가졌던 의문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빵을 팔기 위해 땅을 산 것이 아니라 땅을 물려주기 위해 빵을 팔았다면, 그 편법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러나 몇몇 베이커리 카페에서 시작된 의심이 41년 된 분만병원의 승계까지 막는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편법을 찾아낼 능력이 부족하다고 업종 전체의 자유부터 제한하는 것은 공정한 세정이 아닙니다.

상속은 특혜가 아닙니다. 시민이 자신의 재산을 누구에게 어떻게 남길 것인지 정하는 자유입니다. 기업 승계도 단순한 재산 이전이 아닙니다. 기업을 계속하고, 계약을 지키고, 일자리와 서비스를 이어갈 자유입니다.

부동산을 물려주기 위해 병원을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세금을 걷기 위해 정상적인 병원을 팔게 해서도 안 됩니다.

정부가 바로잡아야 할 것은 기업을 승계할 자유가 아니라 그 자유를 가장한 편법입니다. 기업을 정부의 현금인출기로 보지 마십시오. 자유를 먼저 인정하고, 남용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남용 가능성을 이유로 자유부터 거둬들이는 순간, 상속세는 공정의 수단이 아니라 국가가 시민의 재산과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권력이 됩니다.

시민이 지켜볼 점

  • 병원·약국의 일괄 제외가 실제 폐업·매각과 고용 감소로 이어지는지
  • 위장 사업을 업종별 배제가 아닌 개별 조사로 가려낼 기준이 마련되는지
  • 사업용 자산과 사업에 직접 필요하지 않은 토지·부동산을 구분하는 기준이 공개되는지
  • 사업 계속을 조건으로 한 과세유예와 매각·폐업 시 추징 방식이 검토되는지
  • 호산여성병원의 실제 자산·부채·소유구조와 40억원·330억원 계산 근거가 확인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