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소리

시민브리핑

농지를 내놓으라면서, 은퇴할 길은 어디 있나

고령농에게 농지는 노후 자산입니다. 은퇴직불제를 통한 이양은 연평균 전체 농지의 0.08%에 그쳤고 농지연금 대기자도 쌓였습니다. 농지 전수조사가 농민의 선택을 좁히지 않으려면 처분 절차와 함께 실제로 살아갈 길이 있어야 합니다.

2024년 농가인구의 39.2%가 70세 이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고령농의 은퇴와 농지 이양을 잇는 ‘농지이양 은퇴직불제’를 통해 지난 2년간 넘어간 농지는 2394㏊에 그쳤습니다. 한 해 평균으로는 전체 농지의 0.08%입니다. 상속이나 민간 매매를 포함한 전체 농지 이전율은 아니지만, 정부가 마련한 은퇴 통로가 얼마나 좁은지는 보여줍니다.

같은 시기 정부는 농지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기본조사에서 조사 대상 필지의 약 27%가 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됐습니다. 위법이 확정된 숫자는 아닙니다. 현장 확인과 소명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땅을 넘기는 절차는 강해지는데, 농민이 그 뒤에 살아갈 방법은 충분히 마련돼 있습니까?

땅은 팔 물건이기 전에 노후 자산입니다

씨앗의 소리는 앞선 글에서 처분명령 이후에도 농지를 팔지 못하면 평가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반복 부과될 수 있는 구조를 짚었습니다.

농지를 내놓으라는 명령은 있지만, 그 땅을 받아줄 사람과 농민의 다음 생활은 충분히 보이지 않습니다.

고령농에게 농지는 투자상품만이 아닙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직접 경작을 줄이더라도 임대료를 받거나 노후를 위해 남겨둘 수 있는 자산입니다. 농지를 넘기면 받는 은퇴직불금은 월평균 31만 원이었습니다. 매각대금이나 임대료와 별도로 받는 돈이므로 이것이 은퇴농의 소득 전부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입자의 22.7%가 받는 직불금은 월 10만 원 이하입니다. 영농을 그만두면 농업소득과 소농직불금도 포기해야 합니다. 농민이 먼저 계산하는 것은 다음 달 생활비입니다.

연금을 신청해도 기다려야 합니다

농지연금도 필요한 때에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출구는 아닙니다. 올해 상반기 신청자 2713명 중 지급이 확정된 사람은 943명으로, 1770명이 대기 상태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농지를 담보로 생활비를 받으며 소유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인데, 신청해도 기다려야 한다면 고령농은 쉽게 농사일을 놓을 수 없습니다.

농지은행의 공공매입 규모 역시 작습니다. 지난해 65세 이상 농가에서 사들인 공공임대용 농지는 1719㏊로, 전체 농지의 약 0.11%였습니다. 지역과 농지의 질, 필지 크기가 실제 청년농의 수요와 맞지 않는 문제도 있습니다. 처분을 권하는 것과 매수자가 나타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정부가 보완책을 냈어도 은퇴 소득은 남습니다

정부도 현장의 불안을 의식해 9월 21일 보완책을 내놨습니다. 명백한 투기는 처분하되, 고령·상속 등으로 생긴 관행적 휴경과 임대차는 자진 정비하거나 농지은행에 위탁하면 처분을 유예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위탁해도 소유권은 유지됩니다. 고령농의 농지가 조사만으로 모두 강제 매각된다는 말은 사실과 다릅니다.

그러나 처분 유예는 은퇴 소득이 아닙니다. 특별조치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농지은행이 실제 경작자를 연결해야 합니다. 그때 고령농에게 돌아오는 임대료와 연금이 생활을 지탱할 수 있어야 비로소 출구가 됩니다. ‘일단 위탁하라’는 안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형식적 자경보다 실제 농사를 봐야 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연구에서 고령농과 은퇴 준비농이 농지 임대 공급의 주요 주체라고 분석했습니다. 형식적인 자경을 부추기는 정책은 임대차 시장에 나오는 농지를 줄여 청년농의 진입까지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농지의 소유 형태보다 실제로 누가 농사를 짓는지 살피고, 고령농이 안정적으로 장기 임대할 소득과 계약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제안입니다.

농사를 짓겠다고 땅을 산 뒤 투기 목적으로 방치하거나 혜택을 속여 받았다면 가려내야 합니다. 그러나 고령농에게 위반 의심과 처분 가능성이 먼저 전달되고, 은퇴 소득과 적법한 임대 경로는 뒤늦게 따라온다면 국가는 그들의 선택권을 좁힙니다. 자기 땅을 어떻게 넘길지 결정할 여유 없이 국가가 정한 통로부터 찾아야 하는 조사라면 고령농에게 약탈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조사가 실제로 고령농의 은퇴를 얼마나 늦췄는지는 아직 확인된 통계가 없습니다. 확인된 것은 은퇴직불제를 통한 이양 규모가 작고, 농지연금에 대기자가 있으며, 정부가 조사의 후속 절차를 보완해야 했다는 사실입니다. 고령농이 안심하고 경작권을 넘길 수 없다면 농지는 묶이고 청년농에게도 기회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시민이 지켜볼 점

  • 고령·상속 농지에 대한 자진 정비와 처분 유예가 실제 몇 건 적용되는지
  • 농지은행 위탁 농지 중 실제 경작자와 청년농에게 임대된 면적과 임대료
  • 은퇴직불금·임대료·연금을 합친 고령농의 실제 월 소득과 농지연금 대기 기간
  • 처분명령 대상 중 공개 매각을 시도했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한 사례의 처리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