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브리핑 11

국민의 절반을 해산할 수 있는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취임하면 국민의힘이 정당해산 요건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겠다고 서면으로 답했습니다. 대통령 개인의 탄핵·형사책임과 정당 전체의 해산은 전혀 다른 판단입니다. 거대 야당을 ‘내란정당’으로 규정해 정치 밖으로 밀어내려는 시도는 정당 하나가 아니라 그 정당을 선택한 시민의 대표 통로를 끊는 일입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9월 14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취임하면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와 관련 사건의 진행 경과를 살펴 국민의힘이 정당해산 요건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질문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던졌습니다. ‘국민의힘 정당해산 청구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는 물음이었습니다. 제1야당의 해산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공식적으로 묻고, 후보자가 검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입니다.

김 후보자가 곧바로 ‘국민의힘을 해산시키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닙니다. 다음 날 인사청문회에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가 없고, 정당해산은 정당 활동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제도이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답변을 단순한 원론으로만 흘려보낼 수도 없습니다. 헌법상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이고, 법무부는 그 법률 검토와 소송 수행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기관입니다. 그 장관 후보자가 특정 정당의 이름을 놓고 ‘요건 해당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한 장면은 정치적 수사 이상의 무게를 가집니다.

민주당 안에서 먼저 ‘내란정당’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근거로 제1야당을 헌법정당 체계 밖으로 밀어낼 수 있는지 묻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봐야 합니다.

2. ‘내란정당’이라는 이름이 판결보다 먼저 달리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은 헌정질서를 뒤흔든 중대한 사건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파면됐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다만 형사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상급심 판단이 남아 있습니다.

계엄 실행에 가담한 개인이 있다면 수사와 재판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 최소한의 원칙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그러나 특정 개인의 행위와 형사책임을 따지는 것,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 하나의 정당 전체를 해산하는 것은 각각 다른 문제입니다.

지금 민주당 일각의 언어는 이 세 단계를 한 문장으로 묶습니다. 윤석열이 내란 혐의를 받았고 국민의힘이 그를 배출했으니 국민의힘도 ‘내란정당’이라는 식입니다. 강한 정치적 비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름을 곧바로 정당해산의 법적 근거처럼 다루기 시작하면, 판단은 증거보다 프레임을 따라가게 됩니다.

‘내란정당’이라는 말은 아직 법원이 확정한 국민의힘의 법적 지위가 아닙니다. 민주당이 만든 정치적 규정입니다. 정치적 규정은 토론과 선거에서 다툴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정당의 존재 자체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3. 대통령은 정당의 중요한 정치인이지만 정당 그 자체는 아닙니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대통령의 선택과 통치에 정치적 책임을 집니다. 국민의힘이 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한 판단도 시민의 평가를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책임과 위헌정당 해산의 법적 책임은 같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정당의 ‘활동’을 정당 기관, 주요 관계자 또는 당원의 행위 가운데 그 정당에 귀속시킬 수 있는 활동으로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어느 정치인의 중대한 위법행위가 확인됐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행위가 당의 공식 결정이었는지, 지도부와 조직이 어떻게 관여했는지, 정당 자체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구체적 위험을 만들었는지를 별도로 입증해야 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은 대통령직 수행을 더 맡길 수 있는지에 관한 헌법적 판단입니다. 내란죄 재판은 개인의 형사책임을 묻는 절차입니다. 국민의힘 해산은 정당과 그 구성원, 지지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박탈할 수 있는 별개의 심판입니다.

탄핵이 인용됐다는 이유로 정당해산까지 자동으로 이어진다면 대통령을 배출한 모든 정당은 대통령 개인의 위법행위 하나로 존립을 위협받게 됩니다. 그것은 책임정치가 아니라 연좌제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4. 민주당의 논의는 책임 추궁을 넘어 ‘삭제’로 향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잘못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계엄과 탄핵에 관한 입장을 따져 묻고 선거에서 심판해 달라고 호소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에서 정당의 책임을 묻는 가장 강력하고 정당한 방식은 공개된 사실과 논쟁을 거쳐 시민의 표를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란정당’이라는 정치적 낙인을 먼저 찍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해산 청구 계획을 묻고, 후보자가 취임 뒤 요건을 검토하겠다고 답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비판의 수위를 넘어섭니다. 경쟁 정당의 잘못을 드러내는 정치에서 경쟁 정당의 존재를 없애는 정치로 이동하는 신호입니다.

민주당이 실제로 정부의 해산 청구를 당론으로 확정했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김 후보자도 구체적 검토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경계해야 합니다. 청구서가 완성된 뒤가 아니라, 극단적 수단이 정상적인 선택지처럼 말해지기 시작할 때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이것은 책임을 묻는 정치가 아닙니다. 반대 정당을 삭제하는 정치입니다.

5. 정당 하나가 아니라 국민의 정치적 통로를 없애는 일입니다

‘국민의 절반’은 정확한 고정 지지율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국민의힘의 지지는 선거와 시기에 따라 오르내립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여러 전국선거에서 거대한 유권자 집단의 선택을 받은 제1야당입니다. 그 정당을 해산하겠다는 말은 그 시민들의 표와 정치적 대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묻는 말입니다.

정당은 정치인의 사조직이 아닙니다. 시민이 후보를 세우고 정책을 선택하며 권력을 교체하는 통로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정당을 선거로 패배시키는 것과 국가권력으로 존재 자체를 없애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이 내려지면 정당은 사라지고 잔여재산은 국고에 귀속됩니다. 같은 명칭을 다시 쓸 수 없고, 해산된 정당의 강령이나 기본정책과 같거나 비슷한 정당을 다시 만드는 일도 제한됩니다.

따라서 거대 정당의 해산은 지도부 몇 명을 정치에서 퇴장시키는 조치로 끝나지 않습니다. 당원과 후보자, 지역조직, 그리고 그 정당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의회에 보내려 했던 시민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국민이 잘못 선택했다고 여긴다면 설득해야 합니다. 증거를 내고 토론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거에서 선택을 바꿔 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반대편 유권자를 제거하는 제도가 아니라 끝까지 설득해야 하는 제도입니다.

6. 대한민국은 정당을 쉽게 없앴던 역사를 반성해 지금의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1958년 이승만 정부는 조봉암을 간첩 혐의로 기소한 뒤 진보당의 등록을 행정처분으로 취소했습니다. 진보당은 대통령선거에서 적지 않은 국민의 지지를 받은 합법정당이었지만, 정부의 처분으로 정치의 장에서 사라졌습니다.

그 경험에 대한 반성은 1960년 제3차 개헌에서 정당을 행정부가 마음대로 없애지 못하도록 하는 헌법적 보호장치를 두는 배경이 됐습니다. 오늘의 정당해산심판은 정당을 쉽게 해산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라, 권력이 반대 정당을 자의적으로 제거하지 못하도록 해산 권한을 헌법재판에 묶어 둔 제도입니다.

1980년 신군부는 비상계엄과 정치활동 규제, 정치인 강제 배제와 정당질서 재편을 통해 경쟁하는 정치세력을 억눌렀습니다. 권위주의 체제에서 ‘질서 회복’과 ‘국가 수호’의 언어는 반대세력을 정치 밖으로 밀어내는 명분으로 사용됐습니다.

역사가 남긴 교훈은 분명합니다. 권력을 가진 쪽이 반대 정당을 위험집단으로 규정하고 제거하기 시작하면, 사라지는 것은 특정 정당만이 아닙니다. 정권을 비판하고 교체할 수 있는 시민의 공간이 함께 줄어듭니다.

7.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도 매우 높은 문턱을 세웠습니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은 정당해산이 가능하다는 선례이지만, 동시에 아무 정당이나 정치적 비난으로 해산할 수 없다는 높은 문턱을 제시했습니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단순히 어긋나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을 초래해야 합니다. 개인의 형사처벌이나 선거를 통한 심판 같은 덜 침해적인 수단으로 위험을 제거할 수 없다면 해산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합니다.

절차도 엄격합니다. 정부만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청구할 수 있고,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해산이 결정됩니다.

현재 공개된 사실만으로 국민의힘 해산이 실제로 인용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일부 인사의 행위를 정당 전체에 귀속시킬 수 있는지, 국민의힘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구체적 위험을 만드는지, 정당해산 외에는 대안이 없는지를 모두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사실이 논의 자체를 가볍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정부가 거대 야당을 상대로 해산심판을 청구하는 순간, 사법적 결론이 나오기 전부터 정치적 낙인과 위축 효과가 생깁니다. 법률적 승산과 민주주의에 남기는 상처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8. 씨앗은 이렇게 봅니다

계엄의 책임은 사실과 증거에 따라 개인과 기관에 정확히 물어야 합니다. 그러나 ‘내란’이라는 가장 무거운 이름을 정당 전체에 먼저 붙이고, 그 이름으로 거대한 반대 정당을 해산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것과 국민의힘을 해산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내란죄 1심 판결과 확정판결도 다릅니다. 정치적 책임과 형사책임, 정당해산의 요건도 서로 다릅니다. 이 구분을 무너뜨리는 순간 법은 책임을 가리는 기준이 아니라 반대편을 제거하는 도구가 됩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이기고 싶다면 더 나은 정책과 더 설득력 있는 정치로 이겨야 합니다. 정부 권한과 헌법재판을 동원해 경쟁자를 경기장 밖으로 밀어내려 해서는 안 됩니다.

정당을 해산하면 그 정당을 선택한 국민의 목소리도 함께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시민이 지켜볼 점

  • 김승원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 실제로 국민의힘 정당해산 관련 검토를 지시하거나 보고받는지
  • 정부 또는 민주당 지도부가 국민의힘 해산을 공식 의제로 채택하는지
  • 계엄 관련 수사와 재판에서 정당 지도부·기관의 공식 결정 또는 조직적 관여를 보여주는 증거가 확인되는지
  •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의 상급심에서 사실관계와 법적 판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 정부가 해산 외의 덜 침해적인 책임 수단을 검토했는지, 국무회의 심의와 법률 검토를 공개하는지
  • 여야가 정치적 비판과 확정된 법적 판단을 구분해 말하는지